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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빈첸시오 신부의 여행묵상 11 - 음식 이야기 (인도)
작성자양상윤 쪽지 캡슐 작성일2020-01-20 조회수982 추천수0 반대(0) 신고

 

음식 이야기


 

 

밤새 아프고 났더니 입맛이 달아나 버려서 그런지 자꾸만 한국음식이 생각난다.

 

나는 이제껏 여행을하면서 음식 때문에 고생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고

 

혹시 동행이 있었을 때면 모를까, 여행중에 혼자서는 한국음식을 먹어 본적도 거의 없었다.

 

특별한 생각이 있어서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고

 

어느 나라를 여행하던 현지 음식이 내겐 너무나 맞았기 때문에

 

평소에 쉽게 접할수 있는 한국 음식이나 페스트 푸드 보다는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먹어볼지 모를 현지 음식이 우선 순위였기 때문이다.

 

내가 잡식성인데다 먹성이 좋다는 것도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그동안 먹어왔던 인도음식이 이제는 커리(카레) 냄새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린다.

 

인도를 여행해본 사람들은 텐데 조금 과장을 하자면 인도의 모든 음식점에서는 커리냄새가 나고

 

그러다 보니 도대체 먹을 음식이 없었다

 

그동안 상당히 국제화 되어있다고 자부(?)하던 입맛이 얼마나 한국적이며

 

음식이 여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절절히 깨달았다.

 

 

 

인도에서 가장 처음 먹어본 음식은  에그 커리이다.

 

여행하면서 먹거리에 그리 비중을 두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도에서의 식사라는 생각에 커리를 선택했다

 

그중에서도 이름조차 생소한 에그커리

 

이전까지 내가 먹어본 카레는 야채와 육류가 전부였기 때문에

 

커리와 어울릴것 같지 않은 계란을 어떤 식으로 함께 요리를 할지,

 

맛은 어떨지 상상이 가질 않고 또 그런 만큼 궁금하고 기대도 된다.

 

라면에 계란을 듯이 커리에다 계란을 풀까?

 

오물렛처럼 요리한 계란에 커리가 소스처럼 얹어져서 나올까?

 

아니면 내가 보도 듣도 못한 인도식의 특별한 방법으로 계란과 커리를 함께 요리할까?

 

음식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혼자서 이런 저런 상상을 하고 있는데

 

들고 오는 음식을 보니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진다.

 

납작한 접시에 담긴 커리에 껍질 벗긴 삶은 계란 두개가 덩그러니 담궈져 나온다.

 

떡복기에 삶은 계란을 넣었다고 우리는 그것을 "계란 떡복이"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떡복이에 들어있는 삶은 계란일 뿐이다.

 

그래서 일까? 이건 관점으로 보자면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애그 커리 아니라 애그 커리이다.

 

이렇게 나의 인도에서의 식사는실망스럽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했지만

 

그나마 다행인건

 

인도정통 커리는 한국에서 먹는카레와는

 

맛이 전혀 다르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서 인지는 몰라도

 

직접 먹어본 커리는 각오(?)했던것 보다는 익숙한 맛이었다.

 

 

 

커리가 인도를 대표하는 음식이라면,

 

(물론 커리라는 이름으로 뭉둥그려 말하기에는 범위나 종류가 너무나 많지만)

 

"짜이" 인도를 대표하는 음료중의 하나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짜이는 인도에 가기 전에도 가끔 마실 기회가 있어 그리 새로운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뜨거운 음료가 그리 어울릴수 있다는것을

 

인도에서 짜이를 마시면서 알았다.

 

마치 추운 겨울에 먹는 아이스크림이 얼마나 색다르고 맛있는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는 필리핀 친구들처럼

 

또한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뜨거운 음료가 어울릴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었다.

 

더구나 신기한건 그러한 짜이가 추운 날씨에도 어울린다는 거다.

 

내가 더위를 피해 '마날리'로 갔을때,

 

날은 밝았지만 아직은 태양이 마을을 둘러싼 산들을 넘어오지 못했던

 

싸늘한 아침에 마시던 짜이는

 

코끝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아침공기와 너무나 어울렸다.

 

더위와 추위에 같이 어울릴수 있는 짜이같은 음료가

 

과연 세상에 얼마나 될까?

 

 

 

인도를 대표하는 음료를 하나더 꼽으라면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라찌 꼽을 것이다.

 

라찌를 우리나라 말로 하자면  생과일 요구르트 쥬스정도가 것이다.

 

사실 보통의 요구르트 음료야 우리나라에서도 편의점등에서 쉽게 있지만

 

생과일을 넣어 즉석해서 만들어주는 신선한 라찌는 쉽게 접할 수가 없다.

 

 

 

짜이 - 전통짜이는 토기로 된 잔에 마시고 다 마신후 잔을 깨트리면 행운이 온단다

 

 

도사 - 얇고 바삭한 전병속에 감자, 야채, 계란등으로 버무린 속이 들어 있다

 

  

 탈리 - 인도식 백반 정식

 

 

 

여행을 하면서 라찌에 관한 재미난 기억이 있다.

 

가끔 우리는 주문한 음식이 오래 기다려도 나오지 않으면

 

재료 사러 시장 갔나 보네라는 농담을 하곤 한다.

 

나말고도 경험한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이런 일이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있었다.

 

내가 바라나시에서 묵었던 게스트 하우스에는

 

자기네 손님들을 상대로 하는 작은 규모의 레스토랑이 딸려있었는데

 

규모가 작다 보니 메뉴라고 해봐야 간단한 식사 정도가 전부이다.

 

바라나시에 도착해서 이틀 정도는 아침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나가서 돌아다녀 보기도 했지만

 

되는 이른 시간에 문을 식당에서 내가 선택할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별반 다르지 않아

 

아침은 주로 내가 묵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해결했다.

 

한번은 간단한 샌드위치 계란 요리그리고 바나나 라찌 주문했는데

 

두가지만 나오고 아무리 기다려도 바나나 라찌가 나오지를 않는다,

 

손님이라곤 나밖에 없으니 주문을 잘못 받았을리도 없고

 

아침시간 이라 그리 서두룰 것도 없어 그냥 기다리고 있자니

 

한참후에 종업원인 듯한 사람이 바나나 한꾸러미를 들고 주방으로 들어가고

 

잠시 내가 주문한 바나나 라찌가 나온다.

 

바나나를 사기위해 이른아침부터 시장에 다녀온 것이다.

 

재료사러 시장갔나 보네 농담이 아닌 현실이었다.

 

인도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고 그리 새삼스럽지도 않다는 것을 여행하면서 나중에 알게 됐다.

 

 

 

누구나 여행하면서 가지쯤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음식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음식 자체의 맛이나 모양새 때문일수도 있고  당시 상황 때문 수도 있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좋은 추억으로 남은 음식이야

 

여행이 끝나고도 가끔씩 기억에서 되살아나

 

우리의 입맛을 당기는게 당연한 일이겠지만

 

당시에는 다시 먹고 싶다 생각이 들리라고는 상상조차 할수 없는

 

나쁜 추억으로 남은 음식까지도

 

가끔씩 기억속에 되살아나 우리의 입맛을 당기곤하는 것이

 

스스로 생각해도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없다.

 

이런걸 보면 음식은 우리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이상의 의미가 있는것 같다.

 

세계 곳곳에서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야 말로 배부르고 스런 소리지만

 

현실적으로 여행자들은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된 사람들이기에

 

여행에 있어 음식은 더이상 생존의 문제가 아닌것이다.

 

여행하면서 먹는것 비중을 두는 사람은 말할것도 없고

 

그리 비중을 두지 않는 같은 경우에도

 

가끔씩은 유명한 음식, 특별한 음식을 일부러 찾아가 먹기도 하고

 

그저 한끼 때우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간 식당에서도

 

메뉴를 선택 망설이게 되고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무엇을 먹었느냐 보다는 어디서 먹었느냐, 누구와 먹었느냐가, 어떤 상황에서 먹었느냐가 많이 생각 난다.

 

우리는 음식의 맛을 혀로만 기억하는 것이아니라 추억과 함께 마음으로 기억하기 때문일것이다.

 

 

 

내가 만약 다시 캘커타에 간다면

 

나를 그렇게 실망시키고 황당하게 했던  에그커리 다시 먹어 것이다

 

에그커리는 내게 단순한 음식 아닌 추억의 음식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걸 먹으면서 코로 느껴지는 향기나 혀로 느껴지는 맛을 음미하는것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도 와보고 싶어했던 설래고 설래던 인도의 첫날을 다시 한번 음미하고 싶기 때문이다.

 

음식은 혀를 통해 기억의 저편에 있는 우리의 추억을 시간으로부터 불러낸다.

 

 

 

 

- 10, 20, 30일에 업데이트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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