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 돋보기] 50일간의 부활 축제, 그 안의 9일의 기다림 예수님이 영광스럽게 부활하심을 기뻐하는 부활 시기가 막바지로 향합니다. 예수님의 승천 이야기를 비교적 자세히 전하는 사도행전은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후 사도들에게 나타나셔서 여러 증거로 당신이 살아 계심을 알리셨다고 합니다.(사도 1,3 참조) 예수님이 부활하시고 승천하실 때까지 지상에 머무신 기간이 며칠일까요? 네, 40일입니다. 사도행전은 이어서 이렇게 전하죠. “그러면서 사십 일 동안 그들에게 여러 번 나타나시어, 하느님 나라에 관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사도 1,3) 그러면 부활 시기가 예수님의 승천까지, 곧 40일 만에 끝이 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전례주년」과 「전례력에 관한 일반 규범」 22항은 부활 시기에 대해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 50일 동안은 마치 하루의 축일처럼, 나아가 하나의 ‘위대한 주일’로서 기뻐하고 용약하며 경축한다.”라고 전합니다. 예수님의 부활 축제는 주님의 승천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령 강림으로 마무리되는 것이지요. 왜 그럴까요? 50일 동안 계속되는 하나의 부활 축제 교회는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 그리고 성령 강림 사건을 부활 시기 동안 함께 기념합니다. 예수님은 부활하셔서 지상에서 당신이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보여 주셨고, 당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도 당신처럼 죽지 않고 영원히 살 것임을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그리고 승천하셔서 하느님의 오른편에 앉으심으로써 당신 인성의 활동을 마무리하시고, 영원한 영광에 드셨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지상 생활에서 베푸신 활동들을 교회가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약속하신 협조자, 곧 성령을 보내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의 구원하시는 은총이 성령을 통해 교회의 활동, 특별히 전례 거행을 통해 계속 교회 안에 이어지게 됩니다. 전례가 거행되는 곳에 항상 작용하시는 성령의 도움으로 이제 교회가 예수님이 하셨던 것처럼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생명의 빵을 먹이고, 죄를 용서하고, 아픈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계속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하느님 아버지의 구원 계획이 예수님의 부활 사건으로 확증되고, 성령 강림으로 완성에 이르기에 교회는 예수님의 승천만이 아닌 성령 강림까지를 부활 시기 안에 함께 지냅니다. 9일의 기다림, 주님 승천 대축일에서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 물론 유다인의 관습에서 성령 강림 대축일인 오순절은 파스카 축제 이후 50일째 되는 날로, 연중 3대 축제 중 수확절에 해당하는 중요한 날이었습니다. 이날은 밀과 보리 같은 햇곡식을 추수하여 하느님께 봉헌하는 날로 열세 살 이상의 남자는 예루살렘 성전에 나아가야 하는 날이었습니다.(탈출 23,16-17 참조) 그래서 예수님의 제자들도 예수님이 승천하신 뒤 예루살렘 근처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오순절이 되기까지 남은 9일 동안 무엇을 했을까요? 사도행전은 전합니다. “그 뒤에 사도들은 올리브산이라고 하는 그곳을 떠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성 안에 들어간 그들은 자기들이 묵고 있던 위층 방으로 올라갔다.…그들은 모두, 여러 여자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그분의 형제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다.”(사도 1.12-14) 십자가 위의 예수님으로부터 사도 요한을 비롯한 제자들의 어머니가 될 소명을 받은 성모님(요한 19,26 참조)은 제자들과 함께 계셨습니다. 그들은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며 협조자를 맞이할 준비를 하였습니다. 이렇게 성모님과 사도들이 예수님의 승천 이후 성령을 기다리며 기도하는 기간이 9일이었습니다. 우리가 큰 축일이나 행사를 앞두고 특별한 신심과 지향으로 기도하는 9일 기도의 시작이 바로 여기, 성령을 기다리는 기간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님 승천 대축일을 의무 축일로 지내지 않는 지역에서는 가급적 많은 이들이 대축일에 참례하도록 부활 후 40일(즉 부활 제6주간 목요일)이 아닌 부활 제7주일로 옮겨 지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의 부활 후 40일의 지상 생활 기간과 승천, 그리고 성령을 기다리는 9일의 기간을 의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다른 신심이나 성인을 기리는 9일 기도를 열심히 드리듯, 올해 성령 강림을 기다리는 이 9일의 기간은 좀 더 특별하게, 성모님과 사도들을 닮아 더욱 뜨거운 기도와 정성으로 성령을 맞이할 준비를 해 보면 어떨까요? [월간 빛, 2024년 5월호, 소형섭 아우구스티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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