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1-25 조회수1,510 추천수10 반대(0)

본당에 있을 때입니다. 매년 연말이면 신자 수첩을 제작했습니다. 교구장님의 사목 지침과 본당의 사목 방향을 전했습니다. 신앙생활에 필요한 기도문과 각 단체의 봉사자 명단을 전했습니다. 지금도 기억하는 교구장님의 사목 지침은 2012년 신앙의 해를 맞이해서 선포하였던 말씀으로 시작되는 신앙, 기도로 자라나는 신앙, 교회의 가르침으로 다져지는 신앙, 미사로 하나 되는 신앙,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입니다. 사목국에서는 지구 교육을 통해서 교구장님의 사목 지침을 설명하였습니다. 본당에서는 교구장님의 사목 지침을 현장에서 실행하기 위해서 다양한 행사와 피정을 준비했었습니다.

 

성경공부와 성경 읽기 그리고 성경 필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성령 기도회, 가정 기도를 강조하기도 했고, 정해진 시간에 본당 신자가 함께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묵주기도 봉헌을 하기도 했습니다. 공의회 문헌을 공부하고, 신심 서적 읽기를 함께 하였고, 매주 교회 서적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매월 첫째 토요일은 성모 신심 미사로 봉헌했고, 첫째 목요일은 성체를 현시하였습니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첫영성체 교리를 준비하였습니다. 성체조배를 권장하였고, 성체 신심에 관한 강론을 준비하였습니다.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벽지를 새로 해 주기도 했고, 장판을 새로 깔아 드리기도 했습니다.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하고, 요양 병원으로 봉사하러 가기도 했습니다. 생각하면 보람이 있었고, 즐거웠던 시간입니다.

 

1982125일을 기억합니다. 저는 신학교엘 지원했고, 그날이 합격자를 발표하는 날이었습니다. 요즘은 추억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합격자들의 이름을 한문으로 적어서 신학교의 벽에 붙여 놓았습니다. 저는 이름을 확인하였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38년이 지났습니다. 신학교를 못자리라고 부릅니다. 농부는 모를 논에 심기 전에 모판에 안전하게 키우게 됩니다. 모가 어느 정도 자라면, 그래서 뿌리를 내릴 정도가 되면 농부는 비로소 모판의 모를 논에 심는 것입니다. 신학생들에게 신학교는 사제가 되어서 세상에 나올 때까지 기도하고, 공부하고, 체력을 단련하는 못자리와 같습니다. 신학교에 들어간 지는 38년이 되었고, 사제가 된 지는 29년이 되었습니다. 세상이라는 논에 지성, 영성, 건강의 뿌리를 잘 내리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사제의 삶은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자동차는 비록 잘못된 길을 갈지라도 목적지를 향해서 갈 수 있도록 안내하게 됩니다. 사제의 삶은 세상이 주는 성공, 명예, 권력, 재물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기 위해서 신학교에 들어온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십자가, 희생, 헌신, 봉사의 삶으로 드러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제의 삶은 소중한 것을 먼저 찾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사람이 되신 이유는 소중한 것들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아픈 사람, 굶주린 사람, 헐벗은 사람을 돌보는 일이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것이 소중한 일이었습니다. 돈을 버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가족을 사랑으로 돌보는 것은 소중한 일입니다. 제도를 만드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제도를 삶으로 실현하는 것은 소중한 일입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물질적인 풍요와 아름다운 장소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절망 속에서도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것은 하느님께서 늘 우리 마음의 문 앞에서 우리가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진흙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이 피듯이, 가난한 가정에서도 행복한 웃음이 피어나듯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자신의 태도요, 자신의 의지입니다.

 

빛으로 오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우리 사이에 사랑의 다리 친교의 다리 봉사의 다리가 되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형제들 간에 사랑의 다리, 친교의 다리, 봉사의 다리를 놓아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서로에게 다리를 놓고 그 안에서 사랑을 친교를 봉사를 나눈다면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잘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우리가 모두 주님의 이름으로 합심하고 일치하여 같은 목소리로 이웃에게 복음을 전할 때, 그리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서로를 도와줄 때 우리는 커다란 힘으로 복음을 이웃에게 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자 그들은 배와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그러자 그들은 배와 아버지를 버려두고 그분을 따랐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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