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1-28 조회수1,759 추천수14 반대(0)

예전에 집을 짓는 목수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하루살이와 메뚜기가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메뚜기는 집에 갈 시간이 되어서 하루살이에게 내일 만나자고 하였습니다. 하루살이는 내일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현명한 하루살이도 내일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루살이에게 내일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메뚜기와 개구리가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개구리가 겨울잠을 준비하면서 메뚜기에게 내년에 보자고 했습니다. 메뚜기는 내년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현명한 메뚜기도 내년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메뚜기에게는 내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득 인간과 하느님이 대화한다면 그 결과를 알고 싶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겠다고 하십니다. 하느님 나라에서는 생로병사가 없다고 하십니다. 가난, 질병, 난민이 없다고 하십니다. 채우지 못한 욕망으로 괴로울 일도 없고, 아직 오지 않은 근심으로 지금의 기쁨이 사라지지도 않을 거라고 하십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일도 없고, 미워하는 사람과 만날 일도 없고, 거짓된 자아에 흔들리는 일도 없다고 하십니다. 새 하늘과 새 땅에서는 지복직관(至福直觀)의 기쁨이 있다고 하십니다. 아무리 현명한 인간도 영원한 생명, 하느님 나라를 이해할 수 없지 않을까요? 유한한 이 세상에서 영원한 생명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내일이 분명 있고, 내년이 오는 걸 안다면 영원한 생명도 있지 않을까요?

 

축의 시대(Axial Age)에 인류의 현인들은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무한한 삶으로 나갈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들의 희망은 조로아스터교, 불교, 유교, 유대교, 그리스 철학으로 열매 맺었습니다. 축의 시대에 나타난 모든 가르침의 핵심은 황금률(黃金律)입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건 남에게도 행하지 않는 겁니다.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이 더 행복하다고 합니다.’ 인류의 문명, 문화, 역사, 경제, 예술은 영원한 삶에 대한 희망의 씨가 열매 맺은 겁니다. 그러나 하루살이가 내일을 이해하지 못했듯이, 메뚜기가 내년을 이해하지 못했듯이, 영원한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고, 지금도 있습니다. 시기와 질투, 욕망과 두려움은 인류를 추락하게 하였습니다. 전쟁, 폭력, 살인, 굶주림은 인류의 희망이 열매 맺지 못하게 하곤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을 이야기하셨습니다. 현대인들이 뿌리고 싶은 씨는 무엇일까요? 어떤 열매를 원할까요? 재물, 성공, 명예, 권력은 아닌지요?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얻고자 하는 건 그런 것이 아닐까요? 하느님 나라는 너무 멀리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생명도 아직은 아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욕망이라는 바벨탑을 향해 올라가지만, 그곳에서는 희망을 만날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뿌리시는 씨는 무엇일까요? 하느님의 말씀, 진리, 영원한 생명, 하느님 나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씨를 뿌리셨고, 제자들과 함께 그 씨가 열매 맺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러나 보아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알아들으라고 하십니다.

 

주님이 너에게 한 집안을 일으켜 주리라고 선언한다. 너의 날수가 다 차서 조상들과 함께 잠들게 될 때, 네 몸에서 나와 네 뒤를 이을 후손을 내가 일으켜 세우고, 그의 나라를 튼튼하게 하겠다. 영원토록 그에게 내 자애를 베풀리라.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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