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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아브람의 땅/아브라함/성조사[14]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2-09 조회수1,121 추천수1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4.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아브람의 땅

 

주님께서 또 그에게 후손에 이어 땅에 대해 말씀하셨다. “나는 주님이다. 이 땅을 네게 주어 차지하게 하려고, 너를 칼데아의 우르에서 이끌어 낸 이다.” 그분께서는 여전히 아브람에게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반복해서 두려워하지 말란다. 거듭 말하지만, ‘나는 너의 방패다라면서 이제는 당신 자신의 이름인 아도나이 야훼까지 밝히시면서 땅에 대해서도 이런 약속을 주신단다. 그리고 너는 매우 큰 상을 받을 것이다.‘라면서 거듭 후손에 대한 약속에 이어 땅에까지도 자신감을 내비친다.

 

그래서 아브람이, “주 하느님, 제가 그것을 차지하리라는 것을 무엇으로 알 수 있겠습니까?”하고 일종의 따짐조로 또 묻자, 주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너는 잘 알아 두어라. 너의 후손은 남의 나라에서 나그네살이하며 사백 년 동안 그들의 종살이를 하고 학대를 받을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 민족이 긴 시간 이집트 체류의 사전 예고다. 그것도 그냥 체류가 아닌 종살이한다는 거다.

 

그 먼 곳 칼데아 우르에서 하란으로, 하란에서 다시 이곳으로 오로지 당신 부르심에 이렇게 왔건만, 이제부터 언젠가는 이집트로 다시 나그네살이하려 들어간단다. 그냥 가는 건지, 마지못해 피해 가는 건지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후손들이 종의 신분으로 파라오와 이집트 이민족들에게 학대까지 받는다는 거다. 하느님의 이 말씀을 잘 이해해보면, 참으로 모든 것을 아시고는 그것들을 꼭 손수 주재하시는 분이신 것 같다. 그것도 선택된 유다인의 다가올 미래만이 아닌, 다른 모든 민족의 앞날까지 꿰뚫어 보고 계시기나 한 것처럼.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후손에 이어 땅의 약속을 하시면서, 지금의 이 떠돌이 유목 생활이 상당 기간 더 유지되겠단다. 이는 자기가 실제로 땅을 소유하면서 안정된 정착 생활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어쩜 지금부터 먼 훗날에야 이루어진다는 거다. 그것도 생각하기도 짜증스러운 이민족의 종살이를 거친 후에야 가능하다나. 또 그 기간도 자그마치 사백 년 동안이라니 참으로 듣기가 거북했을 게다. 탈출기에는 아브람 후손들의 이집트 노예 살이 기간이 정확히 명시되어 있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이집트에서 산 기간은 사백삼십 년이다. 사백삼십 년이 끝나는 바로 그날, 주님의 모든 부대가 이집트 땅에서 나왔다‘(탈출 12,40-41).

 

사실 하느님께서 아브람에게 하신 이 말씀은 어쩌면 예언 모습으로 비쳐지지만, 실상을 보면 꼭 지난 과거 일을 일깨우는 것 같다. 이를 잘 알아 두어라‘(15,13)의 표현에서 읽을 수 있다. 이런 표현이 성경 곳곳에 나오는데 죽음을 앞둔 여호수아의 유언에서도 나온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 다시는 너희 앞에서 이 민족들을 쫓아내지 않으시리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 두어라‘(여호 23,13). 이렇게 알아 두어라는 것은 과거에 있었던 그 일을 지금 기억하라는 거다. 이는 한참이나 지난 나중 시대에 지나온 앞의 일을 마치 되새겨 보는 셈이다.

 

하느님 말씀에서 어쩌면 그 종살이 기간이 실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백 년이건, 사백삼십 년이건 그게 그거다. 문제는 그 악몽 같은 종노릇을 어떻게 벗어나는 가이다. 노예 신분에서 어떤 모양새를 취하면서 자유인이 되느냐이다. 이에 하느님께서는 아주 구체적으로 그 방법까지 제시하신다. 마치 당신이 계획하고 주도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네 후손이 종이 되어 섬길 민족을 나는 심판하겠다. 그런 다음, 네 후손은 많은 재물을 가지고 나올 것이다.‘ 혹독하게 부려먹고 가혹한 짓거리를 한 그들을 당신께서는 엄히 심판하시겠단다. 심지어는 종살이를 마무리하면서는 그 많은 재물까지 챙기고 이 땅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겠다는 거다.

 

어쩌면 땅에 대해서는 당장은 안타까운 약속이다. 저 수많은 후손을 주시겠다는 것은 분명 일정 기간이 필요하리라. 지금 없는 사람을 한꺼번에 만드는 것은 인위적으로는 불가능하기에. 그렇다고 다른 민족들의 혈통을 바꿀 수도 없을 게다. 그래서 최소한의 주어진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땅은 꼭 그렇지만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마음먹기에 달려 있을 수도. 그렇지만 그 땅도 어찌 보면 갑자기 새로 불쑥 나타나지 않는다. 상대 소유를 빼앗아야 하던지, 적정 대가로 얻던지, 아니면 기부 받든지를 해야 한다. 그것도 분명 상대가 있다. 아무튼 지금껏 그 많은 땅을 한꺼번에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도, 그 적정 방법을 찾는 데는 어느 일정 기간이 걸린단다. 하느님께서 밝히신 이유를 보자. “아모리족의 죄악이 아직 다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네 후손들은 사 대째가 되어서야 종살이하는 지역에서 여기로 돌아올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람에게 종살이하는 네 후손들이 사 대째가 되어야만, 아모리족이 사는 이 지역을 완전히 돌려받을 것이란다. 그분께서는 그 때가 되어야만 적절한 응징을 그들에게 해 주시겠다는 거다. 그 이유는 아직 아모리족의 죄악이 다 차지 않았다나. 때가 오면 그들은 여러 죄악이 파멸의 단죄를 받을 것이기에 그 때에 이 땅을 돌려받을 것이라나.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그 응보의 때를 기다려 적절히 응징하겠다는 약속을 하신다. 물론 여기에는 하느님의 당부의 말씀도 숨어 있을 게다. 그 기간 네 후손들도 지은 죄를 회개하면서 단련의 그 고된 기간을 잘 이겨내야 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마지막으로 아브람이 장수하면서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약속하신다. “너는 평화로이 네 조상들에게로 갈 것이다. 너는 장수를 누리고 무덤에 묻힐 것이다.” 사실 아브람은 기근으로 이집트로 간 것 말고는 남의 신세를 그리 진 적은 없다. 요셉은 열일곱이 지나(37,2) 이집트로 팔려갔고, 아버지 야곱이 이집트로 이주한 것은 야곱 나이 백서른 살(47,9)이었으니, 그때는 아브람은 이미 장수하고 무덤에 묻힌 지도 쾌나 지난 후였다. 아브람은 손자 야곱이 열다섯(25,20.26 참조)에 평화로이 그의 조상들에게로 갔다. 그만큼 아브람은 장수했다.

 

아브람이 환시중인 그날 하느님께서는 아브람과 계약을 맺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집트 강에서 큰 강 곧 유프라테스 강까지 이르는 이 땅을 너의 후손에게 준다. 이는 카인족, 크나즈족, 카드몬족, 히타이트족, 프리즈족, 라파족, 아모리족, 가나안족, 기르가스족, 그리고 여부스족이 살고 있는 땅이다.” 이는 아마도 이스라엘 백성이 가장 넓은 지역을 차지하게 될 때의 경계 안에 사는 민족들의 열거일 게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아브람의 후손이 받을 땅에 대해 약속하셨다. 물론 아브람의 후손들도 죄짓고는 억압 받겠지만, 그분께서는 믿음의 성조 아브람에게 분명히 땅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그렇지만 그것은 아브람의 영적 온유함을 그 후손들이 성실히 실천함으로써 이루어질 것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도 세례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다. 따라서 우리가 그분 계명을 충실히 따르려고 할 때만이,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무한한 사랑의 은총을 꼭 주시리라.[계속]

 

[참조] : 이어서 '15. 하느님과 아브람의 계약'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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