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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5주간 수요일 제1독서 (1열왕10,1-10)
작성자김종업 쪽지 캡슐 작성일2020-02-12 조회수1,219 추천수0 반대(0) 신고

연중 제5주간 수요일 제1독서 (1열왕10,1-10)

 

 

그 무렵 스바 여왕이 주님의 이름 덕분에 유명해진 솔로몬의 명성을 듣고까다로운 문제로 그를 시험해 보려고 찾아왔다." (1)

 

열왕기 상권 전반부인 1~11장은 솔로몬의 처세가 중점적으로 다루어진다그 가운데서도 열왕기 상권 5~9장은 솔로몬 왕국의 최고 번영을 상징하는 성전 건축과 왕궁 건축 사건을 중심으로 다룬다.

하지만 이어지는 열왕기 상권 10장은 솔로몬의 타락을 통한 신정 왕국의 변질을 다루고 있는 열왕기 상권 11장 직전에 위치하면서솔로몬 왕국의 번영의 클라이막스를 이중적인 관점에서 소개하고 있다.

 

즉 열왕기 상권 10장은 솔로몬에게 지혜와 더불어 부와 명성을 주시겠다고 하신 하느님의 약속이 최대로 실현된 정점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솔로몬과 이스라엘이 물질적 풍요로 말미암아 타락과 분열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열왕기 상권 10장은 내용상 둘로 나뉘어지는데, 1~13절은 스바 여왕의 솔로몬 방문과 솔로몬의 대외 교역에 대한 추가 기사를 다루고 있고, 14~29절은 솔로몬 왕국의 부와 영광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들을 다루고 있다.

 

열왕기 상권 10장에 나타난 일련의 사건들은 솔로몬 왕국에 대한 긍정적 묘사로서만이 아니라 솔로몬의 타락과 이스라엘의 분열을 내다보는 관점에서 부정적 의미로 전달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즉 열왕기 상권 10장은 하느님의 선물로 주신 지혜가 믿음 안에서 선용되면 부와 영광이라는 선한 결과를 가져오지만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오용되면 오히려 그 지혜가 사람으로 하여금 하느님을 배신하게 하고 멸망을 자초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열왕기 상권 10장 1~13절은 스바 여왕과 솔로몬 임금의 만남에 대해 다루고 있다열왕기 상권 9장 26~28절에 나오는 것처럼솔로몬은 대외 무역을 활발하게 전개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했으며또한 그가 소유한 지혜의 명성은 이방 먼 나라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따라서 스바 여왕의 방문은 솔로몬의 지혜에 대한 소문이 먼 이방 세계에까지 널리 확산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한 실례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본 단락은 솔로몬 임금이 한 여인에게 자신의 지혜를 입증하여 그 탁월성을 인정받게 된다는 측면에서솔로몬의 초기 치세에 등장했던 두 여인에 대한 친자소송 재판 사건(1열왕3,16~28)과 정확히 대구를 이룬다.

이 두가지 사건은 솔로몬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지혜를 통해 사람들에게 명성을 얻게 된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갖지만그 결과에 있어서는 확연한 차이점을 드러낸다.

 

말하자면 두 여인에 대한 친자 소송 재판 사건 이후에는 솔로몬이 백성들로부터 임금으로서의 진정한 권위를 획득하여 이스라엘의 태평성대를 이룩하는 긍정적인 상황이 전개되는 반면(1열왕4), 열왕기 상권 10장의 스바 여왕 방문 사건 이후에는 솔로몬이 많은 이방 여인들을 아내로 삼아(1,000우상숭배라는 타락의 길을 걷게 되고이렇게 해서 왕국 분열의 씨앗을 품게되는 부정적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1열왕11).

 

한편 여기서 '스바'에 해당하는 '셰바'(sheba)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있다전통적으로는 에디오피아의 해안 지역이라는 견해이다.

유다인 역사가 Josephus가 스바 여왕을 이집트와 에디오피아를 다스리던 자로 묘사하고 있으며오늘날 흑인들의 조상으로 여겨지는 함의 후손 가운데서도 '스바'가 있기 때문에(창세10,7; 1역대1,9) 스바 여왕을 아프리카 출신으로 여겼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학자들은 성경에서 말하는 스바를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심 지역에 대한 고대 명칭으로 여긴다고대의 기록에 보면남 아라비아에는 Minaeans, Sebaeans, Qatabanians, Hadhrams를 네 민족이 거주하는데이들 중의 사베아인(Sabaeans) 즉 스바의 백성들이 가장 융성했다고 한다.

 

이곳은 유향몰약보석 등과 같이 고대인들이 부러워하는 각종 진귀한 산물들의 집산지였으며통상로인 남아라비아를 지배하면서도 비교적 안정한 변방 지역에 위치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나라의 여왕이 솔로몬 임금을 직접 방문했다는 것은 그만큼 솔로몬의 지혜의 명성이 대단했음을 시사한다(1열왕4,34).

 

그리고 '명성'으로 번역된 '셰마으'(shemah)는 '듣다'라는 뜻의 동사 '샤마으'(shamah)에서 파생된 명사로서 소식이나 소문 혹은 평판을 말한다아마 솔로몬 임금의 명성은 이스라엘을 정기적으로 통과하던 아라비아 무역 상인들에 의해서 스바 여왕의 귀에까지 자연스럽게 전달되었을 것이다.

또한 솔로몬에 대한 소문은 예루살렘에서 아라비아에 이르는 2,400km 정도나 되는 먼 거리까지 미칠 정도로 대단했다.

 

여기서 '듣고'에 해당하는 '쇼마아트'(shomaath)가 완료 동사가 아니라 동작이나 상태의 지속성을 나타내는 능동 분사라는 점에서스바 여왕은 솔로몬에 대한 소문을 한 두번 듣고 갑자기 호기심이 생겨 예루살렘을 방문한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소문을 지속적으로 듣다가 결국 그의 명성을 직접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방문했음을 알 수 있다.

 

'주님의 이름 덕분에'

 

이 문구는 '솔로몬의 명성'을 수식하고 있는데이방 먼 나라까지 알려진 솔로몬의 명성이 주님의 이름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이름'을 뜻하는 명사 ''(shem)은 히브리인들에게 있어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전인격 혹은 존재 자체를 뜻하기 때문에(1열왕9,16), 솔로몬의 명성이 주님의 '이름'과 관계되었다는 것은 솔로몬이 주님의 은혜로우신 섭리와 역사하심에 힘입어 명성을 얻게 되었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그런데 전치사 ''(le)를 '~을 위하여'로 번역하면 '주님의 이름을 위하여'로 번역될 수 있다결국 본문은 솔로몬의 명성이 그의 타고난 지혜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님의 은혜로우신 역사하심(1열왕3,12.13)의 결과로 널리 퍼진 것이라는 사실과이것으로 말미암아 하느님 자신도 영광을 받으셨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있다고 본다.

 

'까다로운 문제로 그를 시험해 보려고'

 

스바의 여왕의 방문 목적이 소문으로만 들었던 솔로몬의 지혜를 자신이 직접 시험하여 확인하는 것에 있었음을 부각한다. '까다로운 문제'에 해당하는 '히다'(hida)는 '수수께끼를 내다'(판관14,12), '비유를 말하다'(에제17,2)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동사 '후드'(hud)에서 유래한 명사로서 '수수께끼', 혹은 '비유'라는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임금들 사이의 대화에서 단순히 언어적 유희나 가벼운 재치를 내용으로 하는 수수께끼나 비유가 오고 갔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스바 여왕이 제기한 '까다로운 문제'는 참된 지혜를 소유한 사람만이 해결할 수 있는 심오한 진리를 담고 있는 질문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시험하다'라는 의미로 번역된 동사 '나싸'(nasah)스바 여왕이 솔로몬의 지혜가 과연 귀로만 들었던 명성에 부합하는지를 단순히 '입증하려 했음'(prove)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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