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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소돔의 멸망/아브라함/창세기 성조사[23]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2-19 조회수1,284 추천수3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3. 소돔의 멸망

 

아브라함과 함께하는 롯, 또는 롯과 함께하는 아브라함’(13,1.5)의 삼촌 조카의 관계는 대체적으로 삐걱거렸다. 어쩌면 의인과 악인의 관계였을지도. 함께하는 그들은 떨어져야하는 운명이었는지도. 그래서 롯은 삼촌을 떠나 분가했다. 아니 아브라함이 롯을 타일러 떠나보냈다. 롯에게 우선권을 다 주고 그가 원하는 곳으로 보냈다. 떠나는 롯은 막판까지 삼촌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다. 칼데아 우르에서 아버지를 먼저 여인 조카 롯은 조카 롯은 할아버지를 따라 나선 것이다.

 

그들은 하란을 떠날 때에도 함께 나섰다. 그때는 롯은 할아버지 테라를 따라 나선 게 아닌 아브라함과 함께였다. 하느님은 아브라함을 기억했다. 하느님과 함께하는 아브라함은 만사가 나름으로 잘 풀렸다. 덤으로 롯도 어려움 없이 잘 되었다. 그러나 아브라함과 함께하는 롯은 대체로 뒤틀렸다. 그들의 목자들 사이에 분쟁도 자주 있었다. 그래서 더 큰 분쟁으로 번질 불화를 막고자 아브라함은 조카를 보내야만 했다.

 

롯이 선택한 곳은 소돔 근처로, ‘그곳 사람들은 악인들이었고 주님께 큰 죄인들이었다’(13,13). 그렇지만 롯은 그곳에서 홀로 유목 생활을 하면서 자식도 두었다. 아브라함과 함께하지 않는 그는 나름으로 선의 길로 갔을지도 모른다. 악인들의 소굴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아브라함을 기억하면서, 나름으로는 열심히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벌하시는 하느님께서도 롯만은 기억하셨을 게다. 아니 아브라함과 늘 함께하시는 하느님이시기에 롯도 기억하셨을 수도.

 

아무튼 롯을 찾은 두 천사들은 그에게서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심지어 롯은 두 딸을 희생시키면서까지 그들을 도와주려 했다. 천사들과 롯은 그 악인들의 소굴에서 그 밤을 잘도 견뎌냈다. 비록 천사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그러나 소돔을 벌하시려는 하느님의 시각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동이 틀 무렵에 천사들이 롯을 재촉하며 말하였다. “, 이 성읍에 벌이 내릴 때 함께 휩쓸리지 않으려거든, 그대의 아내와 여기에 있는 두 딸을 데리고 어서 가시오.”

 

사실 롯은 정착 생활을 원했는지도 모른다. 계속 돌아다니는 방랑의 유목 생활을 그만두고 그곳 성읍에 정착하면서 살고 싶었을 수도. 이렇게 롯이 망설이자 천사들은 롯과 그의 아내와 두 딸의 손을 잡고 성읍 밖으로 나갔다. 주님께서 롯에게 자비를 베푸셨기에. 그들은 롯에게 재촉했다. “달아나 목숨을 구하시오. 뒤 돌아다보아서는 안 되오. 이 들판 어디에서도 멈추지 마시오. 휩쓸려 가지 않으려거든 산으로 달아나시오.”

 

왜 천사들은 그들에게 뒤돌아보지 말랐을까? 그곳은 하느님께서 주관하시는 심판이 내리는 곳이기에. 어쩌면 벌하시는 하느님이 머무시는 장소이기에. 하느님을 보면 반드시 죽어야 할 운명인 인간이기에. 더구나 그곳은 반드시 잊어버려야하는 악의 소굴이기에 그럴게다. 그렇지만 롯은 소돔에서 멀리 떠나는 게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곳에서의 향락이 그리울 땐, 쉽게 돌아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을 원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마을이라도 머물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롯은 천사들에게 말하였다. “나리,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이 종이 나리 눈에 들어, 나리께서는 이제껏 저에게 하신 것처럼 큰 은혜를 베푸시어 저의 목숨을 살려 주셨습니다. 그렇지만 재앙에 휩싸여 죽을까 두려워, 저 산으로는 달아날 수가 없습니다. 보십시오, 저 성읍은 가까워 달아날 만하고 자그마한 곳입니다. 제발 그리로 달아나게 해 주십시오. 자그마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제 목숨을 살릴 수 있겠습니다.” 하느님의 인내는 참으로 대단하다. 그 긴박한 시각에도 롯의 청을 허락하셨다.

 

그리하여 천사들은 롯에게 일렀다. “좋소. 내가 이번에도 그대의 얼굴을 보아 그대가 말하는 저 성읍을 멸망시키지 않겠소. 서둘러 그곳으로 달아나시오. 그대가 그곳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내가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오.” 그리하여 그 성읍을 초아르라 하였다. 롯이 초아르에 다다르자 해가 땅 위로 솟아올랐다. 초아르는 지명이 작다, 보잘 것 없다를 뜻하는 곳으로, 사해 남동쪽 해변에 자리한 작은 성읍이다(13,10; 신명 34,3; 이사 15,5; 예레 48,34).

 

그때 주님께서 당신이 계신 곳 하늘에서 소돔과 고모라에 유황과 불을 퍼부으셨다. 그리하여 그 성읍들과 온 들판과 그 성읍의 모든 주민, 그리고 땅 위에 자란 것들을 모두 멸망시키셨다. 그런데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다보다 소금 기둥이 되어 버렸다. 하느님의 명령을 어긴 준엄한 벌이 내린 것이다. 오늘날에도 사해 해변에는 사람과 비슷한 모습인 소금기둥들이 많다. 롯의 처가 이렇게 되었다는 것은 롯 가족들이 혼돈과 같은 그 극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는 것을 가히 짐작할 수가 있다.

 

하느님께서 그 들판의 성읍들을 멸망시키실 때, 아브라함을 기억하셨다. 그래서 롯이 살고 있던 성읍들을 멸망시키실 때, 롯을 그 멸망의 한가운데에서 내보내 주셨다. 비록 아브라함과 함께 한 그가 삼촌과는 대부분 뜻을 달리했지만, 기억하시는 하느님은 그래도 그를 잊지는 않으셨다. 비록 그의 믿음이 약해 막판까지 산으로 가지 않고 가까이 있는 작은 마을에 안주하려했지만, 그래도 당신께서 파견하신 천사들과 함께 해 준 그를 그 악의 소굴에서 구해내셨다.

 

아브라함이 아침 일찍 일어나, 자기가 주님 앞에 서 있던 곳으로 가서 소돔과 고모라와 그 들판의 온 땅을 내려다보니, 마치 가마에서 나는 연기처럼 그 땅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는 이미 하느님의 심판을 믿었기에, 그 어떤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고향을 떠날 때에도 말없이 따른 그였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의 조카 롯에 대한 미련을 두지 않았다. 아브라함과 조카 롯의 관계는 하느님의 심판으로 이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소돔의 멸망과 함께, 롯도 삼촌 아브라함의 뇌리에서는 사라졌다. 그만큼 소돔과 고모라는 잊어도 좋을, 아니 잊어야만 하는 악의 소굴이었다. 롯은 그렇게 아브라함의 뇌리에서 떠나갔다.[계속]

 

[참조] : 이어서 '24. 롯에게서 나온 모압족과 암만족'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소돔과 고모라,소금기둥,유황과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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