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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 바오로신부님복음묵상/눈먼 이가 눈을 뜹니다.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20-02-20 조회수1,007 추천수0 반대(0) 신고

 


오 바오로신부님복음묵상

눈먼 이가 눈을 뜹니다.

2020219

연중 제6주간 수요일

오늘 미사의 말씀에서는

눈먼 이가 눈을 뜹니다.

복음 내용의 배경이 되는

벳사이다는 예수님께서 가장 많은

기적을 일으키셨지만 회개하지 않는

고을 중 하나입니다.

(마태 11,20-24 참조).

그곳 사람들은 놀라운 기적을

목도하고도 예수님께

돌아서지 않았지요.

그들은 이사야 예언자가

말하는 "듣고 또 들어도

깨닫지 못하고 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는

(이사 6,9-10 참조) 이들입니다.

"손을 잡아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셔서"(마르 8,23).

예수님께서 눈먼 이의 손을 잡고

마을을 벗어나십니다.

벳사이다 안에서 또 한 번의

기적이 일어난다고 한들 고을

사람들에게는 값싼 소문거리로

술렁대다 사라질 스캔들 정도에

불과할 터입니다.

"그의 두 눈에 침을 바르시고

그에게 손을 얹으신 다음"(마르 8,23).

흡사 창조의 순간처럼 느껴집니다.

태초에 인간의 코에 불어넣으신

숨처럼 예수님께서 눈먼 이의

닫힌 눈 위에 침을 바르십니다.

그리고 손을 얹으시는 축복의

행위가 차례로 이어집니다.

"저 마을로는 들어가지 마라

(마르 8,26).

예수님은 눈을 뜨게 된 이를

다시 한 번 벳사이다 고을과

분리하십니다.

그의 치유가 벳사이다

고을의 죄를 더할 뿐이라는 걸

아시기 때문입니다.

삶에는 견디고 버티는

인내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단절과 결별이 필요한

순간도 오기 마련이니,

머무를 때와 떠날 때를

잘 식별해야 합니다.

1독서에서는 말씀이

우리를 어떻게 변모시키는지

보여 줍니다.

"여러분 안에 심어진 말씀을

공손히 받아들이십시오

(야고 1,21).

우리는 다가오신 말씀을

받아들이기 위해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이 말씀이 우리 안에 뿌리 내리고

자라도록 유연하고 부드러운

토양이 되어야 합니다.

말씀의 결을 헤집거나 꺾지

않도록 공손히 품어야 합니다.

"거기에 머물면 ...

실천에 옮겨 ... 그 실행으로

행복해질 것입니다"(야고 1,25).

말씀에 머물면 그 말씀은

우리 존재 밖으로 흘러나와

주님의 손이 되고 발이 되고,

또 주님의 분위기가 됩니다.

말씀이 선하고 진실된 실천으로

옮겨지는 것은 흡사 잉태한

말씀이 선행으로 세상에

출산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혜택을 받는 이보다

베푸는 이가 더 큰 행복을

체험합니다.

말씀과 결합되기로 결심한

이에게는 오늘 복음 속 눈먼 이처럼

결단이 요구됩니다.

먼저 자신을 예수님 앞에

데려가는 이들을 신뢰해야 합니다.

그리고 손을 잡아 이끄시는

예수님께 몸을 맡겨야 합니다.

설령 익숙한 곳을 벗어난다 해도

믿음을 다해 의탁해야 합니다.

말씀에 머무를 때는 성령께서

인도하시니 길을 잃을

염려가 없습니다.

그 다음에는 이어지는 예수님의

터치와 손길을 받아들이고,

말씀을 경청하고 내 목소리로

응답해야 합니다.

아직 미완의 상태여도 굳이

숨기거나 괜찮은 척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아뢰어야 합니다.

과정 안에 있음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사랑하는 벗님! 말씀은

읽는 이와 함께 자란다고 하지요.

지금 깨닫지 못한 것이 언젠가

선명해질 때가 올 것이고,

지금 알아들은 말씀도

언젠가 우리 실존에 따라 새로운

깨달음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저 마을로는 들어가지 마라."

우리는 말씀을 듣고 행하기 전에

기거했던 낡은 집으로 되돌아가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의 말씀을 만나서 머무르고

사랑하고 실천까지 이르면

어느새 나는 다른 사람입니다.

이 과정에서 새 창조의 치유와

축복이 일어나기에,

눈먼 시절 기거했던 토굴로

다시 기어들어가기엔

너무 밝아졌고 너무 커버렸습니다.

말씀과 함께 사는 이는 끊임없이

허물을 벗고, 또 끊임없이

껍질을 뚫고 나옵니다.

그러니 다시 옛 마을로

되돌아갈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기적에도 벳사이다 고을은,

세상은 꿈쩍하지 않겠지만,

괜찮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일으키신

기적의 수를 실적 삼아

헤아리는 분이 아니시니까요.

중요한 건 눈이 멀었다

눈을 뜨게 된 이

말씀을 만난 이의 회개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눈을 뜬 이, 말씀으로 변모된 이가

자신이 누구였고 어떤 만남과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자기가

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믿는다면

오늘의 기적은 완성입니다.

이 기적은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늘 새롭게 다가오시는

말씀께 손이 잡혀 끌려 나가는

순간마다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처럼 새롭고 무한하며

매혹적인 말씀을 소유한 벗님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요!!!

그런 벗님을 축복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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