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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빈첸시오 신부의 여행묵상 14 - 들꽃 처럼 살다 가도 좋으리 (이스탄블/터키)
작성자양상윤 쪽지 캡슐 작성일2020-02-20 조회수1,139 추천수0 반대(0) 신고


들꽃 처럼 살다 가도 좋으리


 

 

술탄아메트 광장에서 톱카프 궁전쪽으로 가다 보면

 

왼쪽으로 아야 소피아 담장을 끼고 지나가게 되어있다.

 

아야 소피아의 규모 만큼이나 담장 또한 당연히 높이가 있고

 

담장 아래 쪽으로는 화단이 꾸며져 있었다.

 

이제 봄이 시작하는 때라서 그런지

 

화단에는 몇몇 작은 나무들과 잔디 이외에는 특별히 심어 놓은 꽃들이 없었는데

 

대신에 누군가 가꾸는 것이 아닌, 분명히 스스로 그곳에 자리를 잡고 자라고 있는

 

냉이 , 씀바귀 , 민들레 꽃등 눈에 익숙한 들꽃들과

 

처음 보는 몇몇 꽃들이 잔디 사이로 가득 피어 있었다.

 

 

 

 

 

 

 

 

 

 

 

 

 아야 소피아 담장과 거기에 피어있는 들꽃들

 

 

 

만약 내가 한국에서 살다가 터키로 여행을 왔다면

 

아마도 들꽃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열대의 나라 필리핀에서 살았고 일년에 한번 정도 한국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봄에 갔었던 적은 아마도 전이 마지막이지 싶다.

 

그래서 나는 년이 넘게 봄을 경험하지 못했고

 

봄이면 한국의 산과 들에서 흔하게 있는,

 

그리고 도시의 공터나 공원의 잔디밭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있는

 

냉이꽃, 씀바귀꽃, 민들레 등을 만에 보게 것이다.

 

그러니 꽃들이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그것은 단지 꽃들이 아니라 내가 한국에서 지냈던 봄날의 추억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꽃들이 다른 곳이 아야 소피아 바로 옆에서 피어있는 것이

 

나에게는 참으로 의미심장하게 다가 왔다.

 

아야 소피아만큼 인류 역사의 풍랑을 그대로 대변하는 건물도 세계적으로 안되지 싶다.

 

기독교가 가장 세력을 과시하던 시대에 성당으로 지어졌지만

 

누구도 대항 없을 같던 기독교 세력을 누르고

 

이슬람 세력이 동방 지역을 점령하고 지배하던 시대에는 모스크 용도가 바뀌었다.

 

그러다 어떤 종교나 이념보다도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지금에는

 

입장료를 내야만 구경할 있는 유료 박물관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시대에 따라 용도가 바뀌어온 야야 소피아 인류 역사의 풍랑을 그대로 간직한

 

어떠한 권력도 영원하지 않다는, 혹은 영원할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해주는 하다.

 

바로 권력무상 건물 옆에서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들꽃들이 자리를 잡고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가꾸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은 작은 존재들은

 

소용돌이 치는 인간의 역사와 권력의 변화와는 상관 없이

 

수많은 세월을 두고 무심한 꽃을 피웠으리라.

 

밟아도 밟아도 다시 일어나고 뽑아도 뽑아도 다음 봄이면 다시 살아 돋아났으리라.

 

아야 소피아 곳곳에 새겨져 있는

 

영원할 같았던 기독교의 영광도, 세계를 점령할 같았던 이슬람교의 권위도

 

이제는 그저 역사의 흔적으로 유료 박물관 속에 갇혀있지만

 

들꽃들만은 여전히 끈질긴 생명력으로 오늘도 자신의 영토를 지키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세상의 모든 영광이나 권력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는 가녀린 들꽃들보다 못한 것인지?

 

 

 

 

 

 

 

 

 

아야 소피아의 외부의 모습과 내부


 

 

어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나는 분명히 인류 역사의 획을 그을 만한 일을 하지 못할 것이며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어느 일간지의 일면에 나올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비록 그렇게 위대하고 특별한 인생을 살지 못한다 지라도

 

아야 소피아 담장 옆에 피어있는 들꽃처럼 드러나지 않는 평범한 삶을 살다가도 그리 나쁘진 않으리라.

 

위대하고 특별한 인생이나 보통사람들의 평범한 인생이나

 

시간의 흐름 속에서는 어느 삶이 가치 있다고 쉽게 단정할 없으리니

 

그저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만큼 그리고 속에서 주어진 각자의 역할 만큼

 

욕심 없이 최선을 다해 살다 가는 것이 사는 인생이지 싶다.

 

 

 

봄에도 아야 소피아의 담장 옆에는 여전히 수많은 들꽃들이

 

자신의 영토를 차지하고 피어날 것이다.

 

그리고 내년 봄에도

 

 

 

 

- 10, 20, 30일에 업데이트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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