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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2-21 조회수1,810 추천수14 반대(0)

함께 일하시는 직원들은 저를 사장 신부님이라고 부릅니다. 제 명함에도 미주 가톨릭평화신문 사장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제가 하고 있는 직책이기에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처음 사제서품 받고 본당에 갔을 때입니다. ‘가브리엘 신부님!’이라고 부르면 어색했습니다. 다른 사람 부르는 줄 알았습니다. 29년 사제생활을 하면서 지금은 가브리엘 신부가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직책과 관계에 따라서 다양한 이름을 갖게 됩니다. 세례를 받으면 당연히 신앙인이 됩니다. 신앙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고, 예수님의 삶을 따르는 사람입니다.

 

예전에 자리에 대해서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자리에는 3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는 별자리와 같은 겁니다. 별자리는 늘 같은 방향을 지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별자리를 보고 방향을 잡았습니다. 별자리를 보고 길을 찾는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떠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기 때문입니다. 동방박사는 별자리를 보고 예수님을 찾았습니다. 현대인이 자아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것은 별자리를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마음에 믿음의 별, 희망의 별, 사랑의 별이 있다면 우리는 넘어질 수는 있겠지만 길을 잃어버리지는 않습니다.

 

둘째는 직책과 직분과 같은 겁니다. 앉을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는 말이 있습니다. 본인의 땀과 노력으로 그런 자리를 얻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문과 배경으로 그런 자리를 얻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렇게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을 일컬어 낙하산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야고보와 요한도 예수님께 영광의 자리를 부탁했습니다. 인격과 품격이 없는 사람이 직책과 직분을 이용해 약자를 괴롭히면 그것을 갑질이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잔치에 초대받으면 낮은 자리에 앉으라고 하셨습니다. 직책과 직분의 자리는 인격과 품격이 함께 해야 합니다. 인격과 품격이 있는 사람은 늘 자신을 낮추기 마련입니다.

 

셋째는 가치와 같은 겁니다. 예전에 강남에 남은 마지막 노른자 땅이란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지금은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역이 들어서면 대박이 될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임야가 전이나 대지로 형질변경이 되면 재산가치가 늘어 날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장독대에 있던 항아리가 조선 시대의 도자기가 되고, 헛간에 있던 수납장도 유서 깊은 집안의 골동품이 되면 가치가 달라집니다. 세상의 기준은 성공, 명예, 권력에 의해서 가치가 정해집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가치의 기준은 달랐습니다.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는 사람이 하늘나라에서는 쓰임이 크다고 하셨습니다.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아 밤을 새우는 사람이 하늘나라에 들어갈 거라고 하셨습니다. 벗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사람이 하느님과 함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사도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셨습니다. 베드로 사도를 반석이라고 하셨고 그 위에 교회를 세우신다고 하셨습니다. 베드로 사도에게 주어진 자리는 어떤 자리일까요? 목숨을 바쳐서 순교하지만 희망을 간직한 자리입니다. 가진 것을 기쁘게 나누는 사랑의 자리입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지만 주님의 부활을 믿는 자리입니다. 종들의 종이 되는 자리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다리가 되는 자리입니다. 공동체의 청원을 하느님께 전하는 다리가 되는 자리입니다. 정결과 청빈과 순명으로 천국에서 빛나는 별이 되는 자리입니다. 지금 내가 얻고자 하는 자리는 무엇일까요? 지금 내가 피하고 싶은 자리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우리는 피해야 할 자리를 얻기 위해서 양심을 속이고, 이웃을 속이는 건 아닐까요? 어쩌면 우리는 천국의 계단으로 올라가는 자리를 외면하는 건 아닐까요?

여러분에게 맡겨진 이들을 위에서 지배하려고 하지 말고, 양 떼의 모범이 되십시오.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당신 함께 계시오니, 두려울 것 없나이다. 당신의 막대와 지팡이, 저에게 위안이 되나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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