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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이사악과 레베카의 결혼[2]/아브라함[1]/창세기 성조사[34]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2-29 조회수1,064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34. 이사악과 레베카의 결혼[2]

 

종은 주인인 아브라함에게 받은 사명을 수행하고자 맹세를 하고 나서는 친족이 사는 곳으로 출발한다. 그는 주인의 낙타 떼에서 열 마리를 데리고, 또 주인이 가지고 있는 온갖 좋은 선물을 가지고 나호르가 사는 성읍인 아람 나하라임으로 길을 떠나 여자들이 물을 길으러 나오는 시간인 저녁때에, 성 밖 우물곁에 낙타들을 쉬게 하였다.

 

나호르가 사는 성읍을 직역하면 나호르의 성읍이다. 이 성읍은 아브라함의 아우 나호르가 사는(11,26-27.29) 하란의 다른 이름인지(27,43; 28,10; 29,4 참조), 아니면 다른 성읍인지 분명하지 않다. 마리의 문헌들과 아시리아의 문헌들에 따르면, 하란 근처에 이런 이름을 가진 성읍들이 있단다. 그리고 두 강(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의 아람을 뜻하는 아람 나하라임은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들과 친족 관계에 있는 아람인들이 살던 북부 메소포타미아를 가리킨다.

 

그러고 나서 그는 이렇게 기도하였다. “제 주인 아브라함의 하느님이신 주님, 오늘 일이 잘되게 해 주십시오. 제 주인 아브라함에게 자애를 베풀어 주십시오. 이제 제가 샘물 곁에 서 있으면, 성읍 주민의 딸들이 물을 길으러 나올 것입니다. 제가 그대의 물동이를 기울여서, 내가 물을 마시게 해 주오.’ 하고 청할 때, ‘드십시오. 낙타들에게도 제가 물을 먹이겠습니다.’ 하고 대답하는 바로 그 소녀가, 당신께서 당신의 종 이사악을 위하여 정하신 여자이게 해 주십시오. 그것으로 당신께서 제 주인에게 자애를 베푸신 줄 알겠습니다.”

 

참으로 충직한 종이다. 종일 걸려 저녁나절에 도착한 그가 처음 한 일은 기도이다. 기도 내용도 참으로 지혜롭기 그지없다. 자기 주인에 대한 칭송은 물론 처녀도 주인의 마음에 쏙 드는 여자이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묻어있다.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브라함의 아우 나호르의 아내인 밀카의 아들 브투엘에게서 태어난 레베카가 어깨에 물동이를 메고 나왔다. 이 소녀는 아직 남자를 알지 못하는 아주 예쁜 처녀였다. 하느님은 종의 기도를 곧바로 들어 주셨다.

 

그녀가 샘으로 내려가서 물동이를 채워 올라오자, 그 종이 그에게 달려가서 말하였다. “그대의 물동이에서 물을 좀 들이켜게 해 주오.” 그러자 그가 나리, 드십시오.” 하면서, 급히 물동이를 내려 손에 받쳐 들고서는 그 종에게 물을 마시게 해 주었다. 이렇게 그 종에게 물을 마시게 해 준 다음, 레베카는 낙타들도 물을 다 마실 때까지 계속 길어다 주겠습니다.”라면서, 서둘러 물동이에 남아 있는 물을 물통에 붓고는, 다시 물을 길으러 우물로 달려갔다. 이렇게 레베카는 그 낙타들에게 모두 물을 길어다 주었다.

 

그러는 동안 그 종은 주님께서 자기 여행의 목적을 이루어 주시려는지 알아보려고, 그 처녀를 말없이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낙타들이 물을 다 마시고 나자, 종은 그 처녀에게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가족 사항 등도 묻지 않고 무게가 반 세켈 나가는 금 코걸이 하나를 그 처녀의 코에 걸어 주고, 무게가 금 열 세켈 나가는 팔찌 두 개를 팔에 끼워 주었다. 금 코걸이는 귀걸이의 일종으로 거룩한 말씀을 나타내고, 금팔찌 선행을 나타낸다. 행실을 나타내는 것이 손이기 때문이란다. 그 종은 물 길으러 나온 레베카의 언행에 넋이 다 빠져 단번에 그녀가 주인의 며느릿감으로 점찍은 듯이 보였다.

 

그러고는 말하였다. “그대가 누구의 따님인지 나에게 말해 주오. 그대의 아버지 집에 우리가 밤을 지낼 수 있는 자리가 있겠소?” 레베카가 그에게 대답하였다. “저는 밀카가 나호르에게 낳아 준 아들 브투엘의 딸입니다.” 그리고 그에게 또 말하였다. “우리 집에는 꼴과 여물도 넉넉하고, 밤을 지낼 수 있는 자리도 있습니다.”

 

종은 레베카의 행실에도 놀라고 그의 물음에 주저 없이 답하는 모습에도 놀랐다. 그녀는 아버지와 할아버지 이름까지도 알려주고 있다. 아버지에 관해 물었건만 할아버지 이름도 일러준다. 아마도 얼마 전에 돌아가신 증조할아버지 테라도 이야기했을 게다. 그리고 집에 밤을 지낼 수 있는 자리를 물었는데, 그것만이 아닌 꼴과 여물도 넉넉하다라며 손님을 환대하는 아름다운 씀씀이가 정말 거침이 없다.

 

더구나 그 종은 평소 주인의 친족에 대한 여러 정보를 그녀로부터 가감 없이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이 어느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닌, 아브라함 주인님의 동생 집에 바로 왔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 수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 저 예쁜 며느리 될 처녀가 주인 아들 이사악의 조카라는 사실도 알았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알게 된 내용과 처녀의 언행에 크게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하여 그는 탄복하며 무릎을 꿇어 주님께 경배하고 나서 말하였다. “나의 주인에게 당신 자애와 신의를 거절하지 않으셨으니, 내 주인 아브라함의 하느님이신 주님께서는 찬미 받으소서. 주님께서는 이 몸을 내 주인의 아우 집에 이르는 길로 이끌어 주셨구나.” 그는 지금까지 이사악의 아내 될 여자를 찾고자 먼 길을 왔는데, 하느님께서 인도하신 덕분에 그 사명을 깨달아 기도도 절로 술술 나오는 것 같았다.

 

아람 나하라임의 우물곁에서 저녁때에 아브라함의 종과 아브라함의 동생 나호르의 손녀의 만남에서, 우리는 종의 충직성을 볼 수가 있다. 그는 주인의 신임을 받을 만큼 지혜롭기 그지없다. 하느님에 대한 아브라함의 올바른 믿음을 보면서 그 역시 삶의 기준으로 둔 것 같다.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이들은 매사에 좋은 표양이 되고 만인의 모범이 되는 것 같다. 그가 내세운 주인 아들의 신붓감으로 인물이나 재산보다 고운 마음씨에 그 기준으로 삼은 것만으로도 그의 지혜를 엿볼 수가 있다. 그러자 그 소녀는 달려가서 어머니 집 식구들에게 이 일을 알렸다.[계속]

  

[참조] : 이어서 '35. 이사악과 레베카의 결혼[3]'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나호르,레베카,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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