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상식 팩트 체크] (22) 성체는 탄수화물일까, 단백질일까?
축성 통해 실체 변화된 예수님 몸으로 확신 - 우리는 성체를 모실 때 우리가 모시는 성체가 빵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믿음을 고백한다. CNS 자료사진 우리는 성체성사를 거행할 때마다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말에 ‘아멘’이라고 응답하며 성체를 모십니다. 우리가 모시는 성체가 빵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 바로 예수님의 살이라고 우리의 믿음을 고백하는 것이지요.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듭니다. 빵이라면 탄수화물일 것이고, 살이라면 단백질일 것인데, 그렇다면 성체는 탄수화물일까요. 단백질일까요? 물론 이 궁금증을 해결하겠다고 예수님의 몸을 실험대에 올리는 불경한 일을 해서는 안 되겠지요. 그래도 궁금하니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 살펴보려 합니다. 교회는 “우리 구세주 그리스도께서 빵의 형상으로 바치신 것이 참으로 당신의 몸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하느님의 교회에서는 항상 이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서 “빵과 포도주의 축성으로 빵의 온 실체가 그리스도의 몸의 실체로, 포도주의 온 실체가 그분의 피의 실체로 변한다”고 가르칩니다.(트리엔트공의회 「성체성사에 관한 교령」 제4장) 그러니까 빵이 축성을 통해 성체가 되는 순간 그 실체가 더 이상 빵, 그러니까 탄수화물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미사 때마다 성체를 모시면 아무리 맛봐도 밀떡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비단 우리만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닌가 봅니다. 어떤 신부님도 미사를 집전하던 중 ‘예수님이 진짜로 성체성사 안에 계실까’하고 의심을 품었다고 합니다. 바로 8세기경 이탈리아 란치아노성당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의심을 하던 그 신부님이 빵과 포도주의 축성을 끝낸 그 순간, 성체가 살로 변하고 성혈이 피로 변한 기적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합니다. 교회는 1000년이 넘는 시간 성체와 성혈을 소중하게 보관해 오다 1970년 과학적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조사결과 성체는 인간의 ‘심장 근육 조직’이었고, 성혈은 인간의 피였으며 혈액형은 AB형이었다고 합니다. 살과 피의 혈액형은 동일했고, 피 안에는 정상적인 피와 같은 비율의 단백질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성체와 성혈이 살과 피의 형상으로 변한 기적은 란치아노의 기적 이후로도 여러 차례 나타났습니다. 가깝게는 1996년 8월 아르헨티나 성모마리아성당과 2008년 폴란드 성안토니오성당에서도 성체 성혈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이 기적들에서도 각각 과학적인 조사가 이뤄졌는데, 1970년 란치아노의 기적을 조사한 결과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성체가 이렇게 기적이 일어날 때만 예수님의 살이 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감각기관, 혹은 인간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관찰할 수 없다 하더라도 모든 성체성사에서 같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이런 성체 성혈의 신비에 이렇게 기도 했습니다. “엎드려 절하나이다. 눈으로 보아 알 수 없는 하느님, 두 가지 형상 안에 분명히 계시오나 우러러 뵈올수록 전혀 알 길 없기에 제 마음은 오직 믿을 뿐이옵니다.”(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성체찬미가’ 중) 성체가 단백질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믿을 수도 있겠지만,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요한 20, 29)하지 않을까 합니다. [가톨릭신문, 2024년 6월 2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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