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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아브라함의 죽음/아브라함[1]/창세기 성조사[39]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05 조회수1,580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39. 아브라함의 죽음

 

아브라함이 산 햇수는 백칠십오 년이다. 그는 무려 백 년을 약속의 땅에서 나그네살이(12,4) 하면서도, 하느님께서 내리신 축복을 담뿍 받았다. 그 많은 백 살에 그분의 배려로 늘그막에 이사악을 얻었다(21,5). 그는 요절하지도 않고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을 다 살았다. 이렇게 그는 장수를 누린 노인으로, 한껏 살다가 숨을 거두고서는 그가 마련한 장소에서 선조들 곁으로 말없이 갔다.

 

사실 성경 어디에도 노인으로 한껏 살다가라는 노인으로 불린 이는 그가 처음인 것 같다. 아담은 구백삼십 년을 살았지만(5,5), ‘노인 아담으로는 불리지 않았다. 성경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는 므투셀라는 구백육십구 년을 살았지만(5,27), 그 역시 노인으로는 한 번도 불리지 않았다. 노아의 대홍수 이후 거의 삼천 년이 흐를 때까지를 살펴보아도 노인으로 불린 이는 없었다. 아브라함이 처음이다(25,8). 물론 아들 이사악도 아버지처럼 노인까지 장수했단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보다 다섯 살이나 더 많이 백여든 까지 살았으니, 그렇게 노인 칭호를 받을 만했다(35,29).

 

이렇게 아브라함은 분명 므투셀라보다 훨씬 나이가 적었는데도 노인으로 불렸다. 그의 노년이 어쩌면 풍요로운 기름부음을 받았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 성경은 그가 장수를 누린 노인으로, 한껏 살다가 숨을 거두었단다. 그렇게 그의 노년은 좋았다. 그만큼 그는 말년까지 하느님의 보살핌이 늘 함께하는 삶을 살았다고 여겨진다.

 

그리하여 그의 아들 이사악과 이스마엘이 그를 막펠라 동굴에 안장하였다. 이 굴은 마므레 맞은쪽, 히타이트 사람 초하르의 아들 에프론의 밭에 있다. 아브라함은 거의 사십여 년 전에 히타이트 사람들이 보고 듣는 가운데에서 에프론이 요구한 은 사백 세켈을 주고, 거기를 가족 묘지로 사용하고자 마련해 둔 곳이었다. 그래서 바로 거기에 그의 사랑하는 아내 사라가 안장되어 있었다.

 

한 사람이 평안히 잘 죽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죽은 뒤에 좋은 곳에 묻혀야 한다나. 믿음의 성조 아브라함은 자식들이 보는 가운데 가족묘지에 잘 묻혔다. 아내 사라가 있는 곳에, 그것도 그의 자식들이 정성스레 안장해주는 그야말로 호상이었다. 아마도 하느님과 함께 한 오랜 유목 생활을 통해서 맺은 주위의 좋은 평판을 본다면, 문상 온 조객도 쾌나 계셨을 게다.

 

아무튼 아브라함이 죽은 뒤에 하느님께서는 그의 아들 이사악에게 복을 내리셨다. “나는 너의 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느님이다. 내가 너와 함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마라. 나의 종 아브라함을 보아서, 내가 너에게도 복을 내리고 네 후손의 수를 불어나게 하겠다.” 이사악은 브에르 라하이 로이에 자리 잡고 살았다. 이곳을 직역하면 라하이 로이 우물로 옮기기도 하는데, 다만 라하이 로이는 어떤 지방의 옛 신의 이름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그곳은 카데스와 베렛 사이에 있었다지만, 오늘날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24,62).

 

이제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생애는 25, 아브라함의 죽음으로 사실상 마무리된다. 그의 죽음 후, 하느님께서는 이사악에게 복을 내리셨다. 이는 이사악의 시작을 공식적으로 알리시려는 것일 게다. 25장은 아브라함의 전 생애를 총 결산하면서 이사악의 역사를 시작한다. 동시에 야곱과 그의 형 에사우도 함께 어렵게 태어난다. 이렇게 아브라함 시대의 마감과 이사악의 축복, 그리고 야곱의 탄생이 동시에 언급되면서 세 분의 성조사가 이렇게 동시에 서술되는 것도 참 아이러니다.

 

더구나 이사악의 역사가 시작되면서 야곱의 탄생은 참 의미가 있다. 이는 이사악의 생애가 어쩌면 아브라함과 야곱 이야기 사이에 단 몇 마디 소개되면서, 그 활동이 참 조용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는 이사악 없는 성조사를 논할 수도 없다. 하느님께서는 저 미디안 땅의 호렙산에서 모세에게 분명히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셨다. “나는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다”(탈출 3,6)라고.

 

창세기의 끝자락인 이집트 종살이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요셉 또한 자기 형제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죽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반드시 여러분을 찾아오셔서, 여러분을 이 땅에서 이끌어 내시어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에게 맹세하신 땅으로 데리고 올라가실 것입니다”(50,24). 이렇게 요셉도 아버지 야곱, 할아버지 이사악, 증조 아브라함 이 세 분을 분명히 언급하였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오랜 기간 종살이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음 소리에,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맺으신 당신의 계약을 기억하시고(탈출 2,24) 그들을 돕고자 모세에게 소명을 주시기로 작정하신 것 같다.

 

이제 아브라함의 죽음으로 그의 일대기는, 그가 이집트의 여종 하가르에게서 낳은 맏이 이스마엘의 족보를 끝으로 끝낼 계획이다. 믿음의 아버지 아브라함을 시작으로 이사악, 야곱, 요셉의 성조사의 묵상 글은 계속 이어진다. 이들의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이스라엘 민족에 대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성취되고 있음을 계속 발견하기를 기대해 본다.[계속]

 

[참조] : 이어서 '40. 이스마엘의 족보'가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노인,므투셀라,가족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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