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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2주일 제1독서 (창세12,1-4ㄱ)
작성자김종업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08 조회수1,273 추천수0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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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주일 제1독서 (창세12,1-4ㄱ)

 

그무렵 주님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1)

 

'주님께서~말씀하셨다'에 해당하는 '와요메르 예흐와'(wayomer yehwa)로 시작하는 본문은 아브람이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으로 부르심을 받고 역사(歷史)의 전면에 등장하는 장면을 보도한다.

이것은 역사의 전면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인간 아브람이지만그 배후에는 주님의 역사(役事)하심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또한 본문이 '그 무렵(그러자그리고주님께서 말씀하셨다'로 번역되는 '와요메르'(wayomer)로 시작되는 것은 하느님의 역사하심이 주로 말씀으로 이루어짐을 보여 준다.

 

'(너는)~가거라'에 해당하는 '레크 레카'(lek leka)에서 '레크'(lek; go)는 '걷다'라는 뜻이 있는 '할라크'(hallak)의 2인칭 단수 명령형이다

그리고 '레카'(leka)는 전치사 ''(le)와 2인칭 단수 어미가 붙은 형태로서 '너에 대해서는'(as for you) 또는 '너에 관한 한' (as far as you are concerned)으로 번역될 수 있다.

 

여기서 '레크'(lek)라는 2인칭 단수 명령형 그 자체가 '너는 가거라'라는 의미가 있는데다시 '너에 대해서는(관해서는)' 이라는 뜻이 있는 '레카'(leka)를 덧붙인 것은 '가거라'는 하느님의 명령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아브람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며그렇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아브람을 대신하여 그 명령을 수행할 수 없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창세기 12장 1절에서 아브람이 버리고 떠나야 할 것으로 명시된 세 개의 단어인 '메아르체카'(meartseka), '밈몰라드테카'(mimmolladtheka), '밉베트아비카'(mibbethabika) 앞에는 모두 철저한 분리를 나타내는 전치사 ''(min)이 붙어 있다.

이것은 하느님의 거룩하심은 당신 자신에게서 스스로 나오는 반면에 인간의 거룩함은 하느님을 향한 지향으로 세속과 이기와의 철저한 구분에서 시작됨을 알려준다.

 

또한 거룩한 당신의 백성을 구별하여 세우시려는 하느님의 의지가 이미 아브람이라는 칼데아 사람을 세상에서 철저히 분리시키는 일에 예표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리고 아브람이 떠날 대상이 고향친족아버지의 집등 삼중으로 표기된 것은 결국 과거의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함을 의미한다.

 

이것은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아브람이 이러한 것들을 과감히 버리도록 하느님께서 강력하게 요구하셨음을 의미한다.

루카 복음 14장 33절에서 예수님께서도 "이와같이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한편, '네 고향'으로 번역된 '메아르체카'(meartseka)는 '너의 땅으로부터'라는 뜻이다이 말이 다른 두 가지 즉 친족과 아버지의 집보다 앞에 나온 것은 하느님께서 아브람을 궁극적으로 인도해 가실 곳이 바로 약속의 '가나안이었기 때문이다.

 

궁극적인 목적을 이루시기 위해 최초의 요구로 ''을 떠날 것을 명령하신 것이다.

이것은 옛 삶과 새로운 삶의 구별을 요구했을 뿐만 아니라 새 출발과 더불어 가나안의 약속이 다스리는 삶의 영역으로 향하는 실질적인 삶을 강하게 명령하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녀들을 사랑하셔서 그들이 있을 거처를 미리 마련해 놓으시고 기존의 것에 안주하지 말고 떠날 것을 요구하신다.

그래서 히브리서 11장 16절에 "그러나 실상 그들은 더 나은 곳바로 하늘 본향을 갈망하고 있었습니다그래서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하느님이라고 불리시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시고그들에게 도성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라는 말씀이 나온다.

 

그리고 '친족'으로 번역된 '몰레데트'(molledeth)는 '낳다'(창세4,18), '태어나다'(고헬렛7,1)로 번역되는 '얄라드'(yalld)에서 유래하여 '한 조상으로부터 태어난 자'라는 의미를 갖는다.

하느님께서 이러한 '친족'이라는 말을 명시적으로 사용하신 것은 당시 하란에는 아브람의 형제 나호르의 가족들이 살았기 때문이다 (창세24,10; 28,10).

 

아마도 나호르 가족은 테라 일행이 칼데아 우르를 떠난 후(창세11,31) 바로 뒤이어 하란으로 이주하여 계속 그곳에서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치안 유지가 잘 되지 않았던 고대 사회는 오늘날보다 친족의 중요성이 더 컸다따라서 친족이 많은 자는 유력한 자로 여겨졌으며특별한 일이 없는 한 친족은 모여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아브람에게 친척 뿐만 아니라 보다 가까운 혈족이라고 할 수 있는 아버지의 집조차 떠나라고 명령하신다.

이것은 하느님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도무지 순종할 수 없는 큰 희생의 요구이다.

 

이제 하느님꼐서는 '고향'이라는 넓은 영역에서 '친족'이라는 중간 영역으로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리고 너의 아버지의 집으로부터'에 해당하는 '우밉베트 아비카'(umibbeth abika) 즉 가장 작은 영역으로아브람이 떠나야 할 곳을 점점 구체적으로 말씀하신다.

아브람은 그의 고향즉 메소포타미아의 하란을 떠나는 지역적 이동을 해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친족을 떠나는 공동체로부터의 이동을 해야만 하고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마저 떠나야만 하는 것이다.

 

이처럼 아브람에게 주어진 부르심의 내용은 당시 친지와 깊은 유대 관계를 가지고 살고 있었던 고대 유목민에게 있어서는 결코 따르기에 쉬운 것이 아니었다.

히브리서 저자는 이 사실에 대해 "믿음으로써아브라함은 장차 상속 재산으로 받을 곳을 향하여 떠나라는 부르심을 받고 그대로 순종하였습니다그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떠난 것입니다."(히브11,8)라고 계시하고 있다.

 

'내가 너에게 보여줄 땅으로'

여기서 '너에게 보여줄'로 번역된 '아르에카'(areka)는 '라아'(raah; '보다') 동사의 사역형 미완료형에 2인칭 어미가 붙은 형태로서 '내가 너로 하여금 보게 할혹은 '내가 너에게 보여줄'이라는 뜻이다따라서 아직 아브람에게는 구체적인 목적지가 알려지지 않은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본문에서 아브람이 가야할 곳의 지명이 막연하게 하느님께서 보여주실 '그 땅'('하아레츠'; haarets)으로만 표기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람에게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셨으나 실상 그가 가야할 곳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분명한 목적지가 이미 선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하아레츠'(haarets)라는 '그 땅'에 붙은 정관사 ''(ha; '')에 의해서 확인된다즉 '어떤 땅'이 아니라 바로 '그 땅가나안을 하느님께서는 생각하시고 아브람에게 명령하시고 계신 것이다.

아브람이 하느님의 명령에 순종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하느님의 확신에 찬 명령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성령께서 말씀하시는 그대로입니다. 

“오늘 너희가 그분의 소리를 듣거든  마음을 완고하게 갖지 마라,"  (히브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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