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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맏아들 권리를 매각[2]/이사악[2]/창세기 성조사[42]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08 조회수1,339 추천수2 반대(0) 신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 맏아들 권리를 매각

 

이사악의 쌍둥이 야곱과 에사우 이야기는 아브라함의 아들 이스마엘과 이사악에 비하면 많은 흥미 진전하다. 이스마엘과 이사악은 배다른 형제로 나이 차이가 커 일찍 떨어져 생활했기에 둘 사이는 그리 큰 갈등이 없었지만, 정작 사라와 하가르 사이에는 임신 전후를 포함 서로 간에는 여러 불화로 갈등이 심하였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일찌감치 하느님의 개입으로 이미 상속자가 사전에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에사우와 야곱은 쌍둥이로, 형제간에 보이지 않는 경쟁심 등으로 긴장이 있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둘은 어미 배속에서부터 서로 티격태격하여, 레베카의 고충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느님께서는 레베카를 통해 에사우가 야곱을 섬기리라’(25,23) 하였지만, 둘은 태어나면서부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뚜렷한 차별을 드러냈다.

 

에사우는 살갗이 붉고 온몸이 털 겉옷과 같아 이름 붙였다. 사실 그 이름의 분명한 의미는 알 수 없지만, 히브리 말의 털투성이인 세아르, 그가 장차 살게 될 세이르라는 산악 지방과 연계가 되는 것 같다. 에사우는 에돔인들의 조상으로, 에돔은 붉다를 뜻한다(25,30 참조). 이스라엘-유다와 에돔은 이스라엘의 왕정 시대 초기부터, 곧 에돔이 이스라엘의 통제를 받기 시작할 때부터 잦은 충돌과 함께 어려운 관계에 놓이게 된다. 에돔은 기원전 8세기경에 가서야 왕국을 이루었다.

 

반면 야곱은 그의 손이 형 에사우의 발뒤꿈치를 꽉 붙잡고 있어 이름 지었단다. 이 이름의 의미는 기원전 이천 년대의 메소포타미아 문헌들과 천 년대의 시리아와 팔레스티나 문헌들 속에서 그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야곱은 본디 하느님께서 보호해 주시기를!’이라는 뜻을 지닌 것으로 여겨지나, 창세기에서는 이 구절의 발뒤꿈치를 뜻하는 야켑속이다를 뜻하는 야캅(27,36) 이라는 두 용어와 관련이 된다나.

 

아무튼 이 쌍둥이는 자라면서도, 에사우는 소문난 들사람인 사냥꾼이 되고, 야곱은 온순한 아들로 집안에서만 머물면서 살았다. 그리하여 아버지 이사악은 고기를 좋아하여 형을 좋아하였고, 어머니 레베카는 온순하면서 줄줄 따르는 야곱을 편애하였다. 하루는 집에서 야곱이 죽을 끓이고 있었는데, 형이 허기진 채 들에서 돌아왔다. 에사우가 야곱에게 허기지구나. 저 붉은 것, 그 붉은 것 좀 먹게 해 다오.” 하고 말하였다. 그리하여 그의 이름을 에돔이라 하였다. 이는 붉은 이를 뜻하는 에돔과 야곱이 끓인 붉은죽과의 상관관계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야곱은 먼저 형의 맏아들 권리를 내게 파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에사우가 대답하였다. “내가 지금 죽을 지경인데, 맏아들 권리가 내게 무슨 소용이겠느냐?” 그래서 야곱이 먼저 나에게 맹세부터 하시오.” 하자, 에사우는 맹세를 하고 자기의 맏아들 권리를 야곱에게 팔아넘겼다. 붉은 콩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팔아넘기는 이 이야기는, 에사우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덤벙대는 모습을 드러낸다.

 

이와는 반대로 야곱은 오래 생각한 끝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자세다. 그는 형의 속마음을 알아채고는 다부지게 자신의 욕망을 앞세운다. 쌍둥이 사이에 무슨 맹세까지 필요한지, 그는 끝내 그것을 받아내었다. 에사우는 어쩌면 배고픔보다는 맏아들 권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 같았다. 그러나 야곱은 그것을 소중히 보아온 것 같다. 맹세까지 받아냈으니 말이다. 그러자 야곱은 빵과 불콩죽을 형에게 주었다. 그는 그것을 받아먹고 마시고서는 일어나 나갔다. 이렇게 에사우는 맏아들 권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문제는 과연 쌍둥이 간에 그 장자권이란 과연 무엇일까? 장자권은 소위 맏이인 상속자에게 주어지는 권리이다. 비록 쌍둥이일지라도 먼저 나온 이가 형이기에, 의당 에사우가 장자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은 대체로 집안마다 다 다를 게다. 그렇다면 에사우가 포기한 장자권에는 과연 무엇이 해당할까? 그것은 이사악이 멋모르고 야곱에게 축복을 통하여 준 것을 보면 대강 그 내용을 짐작할 수가.

 

보아라, 내 아들의 냄새는 주님께서 복을 내리신 들의 냄새 같구나. 하느님께서는 너에게 하늘의 이슬을 내려 주시리라. 땅을 기름지게 하시며 곡식과 술을 풍성하게 해 주시리라. 뭇 민족이 너를 섬기고 뭇 겨레가 네 앞에 무릎을 꿇으리라. 너는 네 형제들의 지배자가 되고 네 어머니의 자식들은 네 앞에 무릎을 꿇으리라. 너를 저주하는 자는 저주를 받고 너에게 축복하는 자는 복을 받으리라”(27,26-29) 외형적으로는 야곱에게 내리는 아버지 이사악의 축복이지만, 실제는 맏이인 에사우에게 줄 축복이었다.

 

야곱이 형 대신 아버지에게 받은 축복은, 결국은 그가 형에게 받았다는 맏아들 권리일 게다. 야곱이 받았다는 그 권리는 유목 생활을 풍족하게 하는 것과 형제들의 지배자가 되어 복을 받을 것이라는 거다. 아무튼 에사우는 이 권리를 동생 야곱에게 주었다. 그 준 것이 과연 얼마만큼의 효력이 있는지는 아버지 이사악이 판단할 몫이지만, 결국은 하느님께서 최종 판단하시리라.

 

다만 하느님께서는 이미 레베카를 통해 쌍둥이가 어미 배 속에 있을 때 형이 동생을 섬기리라고 언질을 주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바다. 이 쌍둥이 간의 우애와 갈등, 그리고 상속권 쟁탈 등의 불화는 어떻게 전개되는지, 또 하느님은 이를 어떻게 개입하시는지를 성조 이사악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야곱 이야기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 보고자 한다. 아무튼 장자권에 관한 일차적인 에사우와 야곱 간의 갈등은 예고편 수준으로 싱겁게 끝났다. [계속]

 

[참조] : 이어서 '3. 이사악과 아비멜렉/이사악[2]'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쌍둥이,맏아들 권리,에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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