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2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09 조회수2,205 추천수13 반대(0)

몇 년 전에 선물로 받은 만년필을 잘 쓰고 있습니다. 디자인도 좋고, 손에 잘 잡히는 만년필입니다. 만년필이 좋지만 가끔 잉크를 채워주어야 합니다. 만년필은 잉크가 채워져야만 비로소 글을 쓰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만년필에 채워진 잉크는 촉을 통해서 종이로 나가야만 의미를 가진 글이 될 수 있습니다. 만년필 안에만 머무는 잉크는 시간이 지나면 말라버리고, 만년필도 청소를 해야만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누에는 뽕잎을 먹어야 합니다. 뽕잎을 먹은 누에는 죽을 때까지 실을 뽑아야 합니다. 실을 뽑지 않는 누에는 더 이상 뽕잎을 먹을 수 없습니다. 뽕잎을 먹지 않는 누에도 결국 죽습니다. 그러나 실을 뽑는 누에는 죽은 것 같지만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날게 됩니다. 만년필에서 나와 종이로 옮겨진 잉크는 의미가 되어 사랑을 전하기도 하고, 기쁨을 전하기도 하고,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합니다. 누에가 뽑아낸 실은 이불이 되기도 하고, 베개가 되기도 하고, 식탁보가 되기도 하고, 두루마기가 되기도 합니다. 죽을 때까지 실을 뽑았을 때 비로소 하늘을 나는 나비가 되는 겁니다.

 

만년필과 잉크처럼, 누에와 뽕잎처럼 사람은 관계(關係)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사람의 관계는 관심(關心)을 통해서 자라납니다. 관심은 나만을 위한 정원(庭園)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관심은 정원의 울타리를 허물어 모두가 머물 수 있는 공원(公園)을 만드는 겁니다. 사람을 뜻하는 ‘Homo’라는 라틴말은 흙(Humus)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겸손을 뜻하는 ‘Humilitas’라는 라틴말도 흙(Humus)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관심은 흙과 같은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상대방을 위한 자리를 내어주는 것입니다. 사람을 뜻하는 한자는 인()입니다. 두 개의 막대기가 서로 기대고 있는 형상입니다. 관심은 나를 내세우기 전에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아픔과 슬픔을 이해하고, 경청하는 것입니다. 모든 갈등과 분쟁은 관심이 사라지고 욕심이 자라기 때문입니다. 욕심과 욕망으로 만들어진 관계는 모래 위에 세워진 집과 같아서 시련과 고통이 오면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욕망과 욕심의 관계를 맺으려는 사람들의 이기심에 대해서 이야기하십니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러니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마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또 그들은 무겁고 힘겨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기들은 그것을 나르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일이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성구갑을 넓게 만들고 옷자락 술을 길게 늘인다. 잔칫집에서는 윗자리를,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좋아하고,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사람들에게 스승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하십니다. 그 관심은 무엇입니까? 가장 높은 사람일지라도 오히려 섬기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나의 능력과 재능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라고 하십니다. 자신을 높이기보다는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라고 하십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 누추한 마구간으로 오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누추한 마구간은 우리 구원을 위한 성전이 되었습니다. 고난의 십자가는 영원한 생명을 주는 부활의 다리가 되었습니다.

찬양 제물을 바치는 이는 나를 공경하리라. 올바른 길을 걷는 이는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우리 시비를 가려보자. 너희의 죄가 진홍빛 같아도 눈같이 희어지고 다홍같이 붉어도 양털같이 되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