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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빈첸시오 신부의 여행묵상 15 - 도미토리에서 (이스탄블/터키)
작성자양상윤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10 조회수2,001 추천수2 반대(0) 신고


도미토리에서


 

 

 

나는 여행을 하면서 일행이 없을 경우에는 늘 싱글룸에 묵었었다

 

딱 두 번의 예외가 있었는데

 

한번은 말레이시아에서 정글 투어를 할 때 도미토리에서 묵었던 적이 있었고

 

또 한번은 태국 아유타야에서 우연히 만난 독일청년과 방을 쉐어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두 번을 빼면 늘 혼자서 방을 썼다.

 

비용이 넉넉지도 않으면서 늘 싱글룸을 고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숙소에서만큼은 다른 사람들 눈치 안보고 최대한 편하게 있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미토리를 쓰다 보면 이것 저것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아

 

맘 편하게 쉰다는 게 잘 안 된다 (내가 소심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밤 늦게 들어오거나 아침 일찍 나가게 되면

 

함께 방을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잠들었거나 아니면 아직도 자고 있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들어오고 조심스럽게 나가야 한다.

 

하지만 다 알다시피 그냥 들어오고 나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들어오면 씻어야 되고 자기 위해 옷도 갈아입어야 한다, 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불도 제대로 켜지 못한 어두컴컴한 방에서 작은 소리 조차 나지 않도록

 

도둑(?)처럼 행동하고 도둑처럼 드나 들어야 하는 것이다.

 

거기다 내가 쓸 수 있는 공간의 크기가 침대 하나 정도 밖에 안되다 보니

 

갈아입은 옷이며, 신발, 세면도구 같은 것들을 늘 나름 데로 정리해야만 하는데

 

그 정리라는 것이 그렇다.

 

늘어 놓거나 걸어 놓을 수 있는 공간이 한정돼 있다 보니

 

몇몇 가지를 빼고 웬만한 것들은 대부분 배낭 속에다 집어 넣어야 한다.

 

문제는 나름 데로 머리를 써서 자주 쓰는 물건들은 위 쪽으로 넣고

 

자주 안 쓰는 물건이나 나중에 입을 옷들은 밑 쪽에다 넣어보지만

 

왜 그렇게 밑 쪽에 넣은 물건이 필요해지거나

 

나중에 입으려 했던 옷을 입어야 하는 경우가 자주 생기는 것인지 ㅠ.

 

누구나 이런 일을 한 두 번쯤은 경험을 해서 잘 알 텐데

 

옷이나 물건 하나를 꺼내기 위해서 배낭전체를 다 뒤 엎은 후

 

다시 처음부터 정리 한다는 건 상당히 귀찮고 짜증 나는 일이다.

 

또한 남녀가 함께 있는 도미토리라면(아시아의 몇 나라를 제외하면 대분분이 남녀 공용이다) 

 

복장에도 나름 신경을 써야 한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복장에 대해 자유(?)로운 서양친구들 때문에

 

다소 곤욕스러웠다는 경험담이 가끔 올라오기도 하고

 

나도 직접 아래 기본(?)만 입고 자는 서양 청년을 본적이 있는데

 

여자들도 함께 쓰는 방이다 보니 남자인 내 입장에서도 별로 좋아 보이지가 않았다.

 

그러니 동방예의지국 대한만국에서 태어나고 몇 십 년을 자란 나로서는

 

잘 때도 평소보다 한두 가지를 더 입고 자야 하고

 

샤워가 끝난 후 채 마르지도 않은 몸에 아래위로 어느 정도 성의껏(?) 입어줘야 한다.

 

물론 이렇게 몇 가지 불편한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미토리에서만 경험 수 있는 많은 재미와 추억거리 그리고 소중한 것들이 있다.

 

혹시나 내가 좀 더 젊은 나이에 배낭여행을 시작했더라면

 

나는 여전히 싱글룸 보다는 도미토리를 선호했을 것이고

 

쉬기 위한 것이 아닌 즐기기 위한, 그리고 뭔가를 느끼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십 대의 배낭족들에게는

 

금전적이 이유를 떠나서라도 가끔은 도미토리에서 지낼 것을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그건 내가 젊었다면 그랬을 것또한 이 십대들은 그랬으면 좋겠다라는 것이고

 

(상당히 무책임하고 김 빠지게 하는 말 ㅡ.;;;)

 

지금의 나라는 사람은 그 추억과 재미를 위해서 치러야 하는 부지런함을 감당하기에는

 

살짝 게으른 사람인 것이다 ㅠ.

 

하여 다른 지출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늘 싱글룸에 묵었었다.

 

그런데 이스탄불에서 만큼은 도미토리에 묵기로 했다.

 

싱글룸에 묵을까도 생각했지만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느낀 이스탄불 물가에 대한 압박감(?) 때문이었다.

 

물론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필요한 예산과 비상금도 챙겨가지고 왔지만

 

초반에 좀 아껴 쓰면 아무래도 여행하는 동안 지출에 대한 여유도 생기고

 

출국하기 전에 선물을 고르거나 할 때도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특히나 여행 초반에 있는데 안 쓰는 것과 후반에 없어서 못 쓰는 것

 

정신적으로 받는 스트레스의 차원이 다른 것이다^^

 

 

 

 

 

 

 

  

이스탄불의 풍경

 

 

 

도미토리에서 내게 맨 처음 말을 건 사람은 오십 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일본계 캐나다 아주머니였다.

 

도미토리에는 나보다 어린 사람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나와 비슷한 또래가 있어서 반갑기도 하고 왠지 안심이 되기도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저녁에 일찍 자는 것이 나와 비슷해서

 

저녁에는 우리 둘만 있을 때도 있었고 (젊은 사람들은 아침 늦게 나갔다 밤 늦게 들어왔다

 

당연히 이것 저것 얘기도 많이 했다.

 

그 아주머니는 나름 나에게는 친절하고 살갑게 대해 주었지만

 

사실 깐깐하고 까칠한 성격이 보통이 아니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제 밤까지도 없었던 왠 금발의 처녀가 아주머니 옆 침대에서

 

코를 골면서 자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우렁차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미국인이고 동부 쪽에서부터 열 일곱 시간을 이동해서

 

새벽에 이스탄불에 도착했단다, 그러니 얼마나 피곤했겠는가?

 

그런데 그날 저녁 그 아주머니가 불평을 한다

 

새벽에도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설쳤는데 오늘 밤에도 제대로 잠자기는 다 틀렸다,라고.

 

그러면서 코를 고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다 잠든 다음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말을 한다.

 

그 미국 처녀에게 직접 말한 것은 아니지만 바로 옆에 있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으니

 

대놓고 말한 거나 마찬가지이다.

 

서양사람들이 동양사람들에 비해서 다소 개인적이고 직설적이라고는 하지만

 

저 정도까지는 아닌 걸로 알고 있다.

 

듣고 있는 내가 다 민망할 정도니 당사자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을 게다.

 

실제로 얼핏 그 처녀를 보니 그 자리에 그냥 앉아있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나가지도 못하고

 

얼굴만 빨개져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비롯 짧은 며칠 동안이지만 그 몇 몇은 여행을 마친 후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물론 그 중에는 좋은 기억으로 남는 사람도 있고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는 사람들도 있다.

 

여행을 조금 이나마 해본 사람이라면

 

여행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서론 존중하고 배려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 인지를 잘 안다.

 

비록 여행의 첫 번째 목적이 사람을 만나기 위한 것인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보면

 

여행의 많은 추억들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어져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기억도 사람 때문이고

 

가장 나빴던 기억도 사람 때문일 경우가 많이 있다.

 

그 사람들이 같은 여행자들 일 수도 있고

 

여행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 일 수도 있고

 

혹은 그냥 평범한 그곳의 현지인 일 수도 있다.

 

그런데 지들이 언제 나를 또 보겠어?”라는 무책임한 생각과 행동은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본인 스스로의 여행을 망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의 여행의 추억 속에는 본인 말고 다른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여행의 많은 부분을 잃어버린 것이다.

 

 

 

진부하지만 이런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된다.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행복이나 불행 그리고 성공과 실패도 그 뿌리를 따라 가 보면

 

돈이나 명예나 권력이 아닌 인간 관계와 맞닿아 있다.

 

잘난 사람이던 못난 사람이든 혹은 대단한 사람이던 

 

아니면 나는 그냥 별볼일 없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이던 


이세상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세상에 나만큼 소중한 사람은 없고 나 이외에는 모두 2인칭, 3인칭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혹시 자식이나 연인이 더 소중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결국은 나의 자식이고 나의 연인인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세상은 내가 중심일수는 있어도 내가 전부일수는 없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혼자서는 결코 세상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의 삶은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인간 관계에서 오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결국 삶 안에 본인 말고 다른 이가 없는 사람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잃어버린 것이리라.

 

 

 

 

- 10, 20, 30일에 업데이트됩니다.

 

 

 


이스탄블 시장(바자르)에서 만난 물건(?)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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