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조금 부끄럽지만 누나, 할머니 같은 자매님들이 몹시 그립습니다.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12 조회수1,367 추천수2 반대(0) 신고

 

요즘은 성당 식구인 사람 냄새가 그립습니다. 나이롱 신자인 주제에 이런 말씀을 드리면 신심이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미사를 3주째 평일미사는커녕 주일미사를 하지 않으니 이건 뭐 냉담하는 그런 분위기입니다. 2년 전에 어머니 투병하실 때 어쩔 수 없이 성당을 3주가량 못 간 적이 있었지만 그때랑은 비교를 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돈이 없어서 병원에서 모실 수가 없는 게 아니라 의료법 때문에 병원에 모실 수가 없었고 어머니를 돌봐드릴 수 있는 상황이 그나마 가족 중에 제가 제일 여건이 나은 상황이라 집에서 거의 24시간 밀착 간호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건 하느님께서도 이해를 해 주실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했습니다.

 

물론 지금 이 상황도 국가 재난 상태에 준하는 상태라 전체 교구에서 내린 결정이고 또 종교와 믿음 이전에 이런 조치를 내리신 것도 이웃인 사회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내려진 불가피한 조치라 이해를 할 수가 있지만 그래도 미사를 드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제가 신심이 좋아서 그럴까요? 잘 모르는 분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미사를 중요시 여기지 않는다는 뜻에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미사가 최고의 기도 중에 기도라는 걸 알지만 저는 미사는 정말 잘 드려도 그 외에 제가 봤을 때 신앙생활을 하는 모범이라든지 이런 건 정말 저 사람이 신앙인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 할 정도의 사람을 그동안 많이 봐왔기 때문에 그다지 미사 봉헌하는 모습만으로 한 사람의 믿음과 신앙을 가늠한다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언젠가부터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미사가 그립다고 말씀드리는 제 입장에서 저의 이런 말씀이 제 신심과 무관하다는 말씀입니다. 저는 제가 왜 미사가 그리운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하느님과 예수님이 그리워서 그렇다기보다는 저도 모르게 지금까지 근 8년이라는 세월을 나이롱 신자이지만 그냥 습관적으로 평일미사를 드려왔기 때문에 몸에서 그런 습관 때문에 미사가 그립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이 일로 하나 느낀 게 있습니다. 평소에는 몰랐지만 그냥 성당에 나오시는 형제자매님들이 그립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도 좋았지만 지금은 더 그렇습니다. 물론 간간이 만나는 분들도 있습니다. 사실 본당 형제님들이 이런 말을 들으면 섭섭하시겠지만 저는 별로 형제님들은 그렇게 그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어디 자매님들에게 미친 사람도 아닙니다.

 

저희 본당은 젊은 분도 계시지만 거의 제 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거의 할머니 수준입니다. 누나뻘되는 분도 계시지만 거의 80프로는 그렇습니다. 그래도 그분들이 그리운 이유는 그동안 성당을 다니면서 쌓인 정 때문에 그렇습니다. 형제님들도 좋지만 형제님들은 술을 좋아하니 저는 술을 거의 못하기 때문에 또 나이도 제 연령대에 있는 사람이 거의 본당에 없습니다. 제가 거의 8년 동안 성당을 다녀도 항상 거의 막내 수준입니다.

 

어떻게 된 판인지 제 또래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성당에서는 요즘 시대에 믿지 않은 집안에서 그것도 가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혼자서 꾸역꾸역 흔들리기는 하지만 성당을 나오는 모습 그것만으로도 대견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그래서 저를 좋게 봐주시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제가 제 스스로 나이롱 신자라고 하면 베드로가 어디가 어때서그런 말씀을 하시지만 사람 눈에는 제가 나름 신심이 좋은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겸손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이 보시기에는 영 아닙니다. 사람은 양심이 있기 때문에 제 양심에 비추어보면 지금 이 상태로는 아직 영 아닙니다.

 

원래 사실 인간은 평소에 풍족하고 하면 그것의 가치를 잘 모릅니다. 요즘은 미세먼지로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합니다. 예전에 이런 게 없었을 때랑 비교를 하면 그때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생활을 한 게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정말 공기의 소중함을 느낄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도 지금 어쩌면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국가적인 재난에 준하는 상태라서 어쩔 수가 없지만 이왕 이런 시간을 보내더라도 같은 시간을 사용한다고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보내는 게 더 좋을 것입니다.

 

순간 드는 생각입니다. 이런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이 시간을 통해서 평소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당연하게 여겨왔던 형제자매라는 단순한 생각에 젖어 있는 생각을 좀 더 이젠 그런 형제자매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느끼는 시간이 된다면 이것도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루빨리 이 사태가 진정되어서 그리운 성당 식구들의 얼굴을 빨리 볼 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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