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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레베카와 야곱의 속임수[1]/야곱[3]/창세기 성조사[46]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12 조회수1,586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 레베카와 야곱의 속임수

 

이사악은 아버지 아브라함으로부터는 축복을 직접 받지는 않았다. 그는 하느님으로부터 복을 받았다(25,11). 그 축복은 장수하신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마므레 맞은쪽, 히타이트 사람 초하르의 아들 에프론의 밭에 있는 막펠라 동굴에 안장한 후 이루어졌다. 그 후 그는 몇 차례 아버지 덕택으로 하느님의 축복을 받았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본인이 직접 아들에게 복을 내리고자 한다. 오랜 풍습과 관행에 따라 장자 에사우를 택했다.

 

아마 이때만 해도 이사악은 늙어서 눈이 어두워 잘 볼 수 없게 되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는 큰아들 에사우를 불러 그에게 자기 생각을 솔직히 전하면서 축복을 내릴 참이었다. 그는 내 아들아!” 하고 말하였다. 에사우가 , 여기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그가 말하였다. “네가 보다시피 나는 이제 늙어서 언제 죽을지 모르겠구나. 그러니 이제 사냥할 때 쓰는 화살 통과 활을 메고 들로 나가, 나를 위해 사냥을 해 오너라. 그런 다음 내가 좋아하는 대로 별미를 만들어 나에게 가져오너라. 그것을 먹고, 내가 죽기 전에 너에게 축복하겠다.”

 

그렇다면 지금 이사악은 두 아들이 아닌, 맏이인 에사우에게만 복을 빌어 주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이것이 당시의 사회 관습이고 집안 분위기 자체가 그렇다 해도 좋다. 사실 지금은 에사우에게는 별로 평판이 좋을 리가 없는 처지다. 그는 친족이 아닌 히타이트 여인 둘을 이미 아내로 삼아 부모의 근심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이 지경인데도 이사악은 에사우를 택했다. 그가 나이 탓에 기력이 떨어져 사리 분별을 못해서일까? 아니면 에사우가 잡은 사냥감으로 만들어주는 별미에 혼쭐을 놓아서일까?

 

그러나 레베카는 나름대로 중심을 잡고 있었다. 그녀는 이사악에게는 오래전부터 완벽한 아내로 여겨졌다. 그녀는 이사악과의 결혼을 위해 집과 가족을 기꺼이 뒤로하고 홀로 가나안으로 왔다. 그리고 이사악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24,67). 더구나 그녀는 임신 때 들은 주님의 신탁을 늘 기억하고 있었다. “너의 배 속에는 두 민족이 들어 있다. 두 겨레가 네 몸에서 나와 갈라지리라. 한 겨레가 다른 겨레보다 강하고 형이 동생을 섬기리라”(25,23). 그리고 이민족을 고른 맏이는 이미 그녀의 눈 밖에 나 있었다.

 

레베카는 이사악이 아들 에사우에게 하는 말을 엿들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하느님의 무한한 지혜가 있었음을 알 수가 있다. 아버지 이사악은 맏이 에사우에게 의식주 본능에 끌려 맏이 사랑을 드러내지만, 하느님께서는 현모양처 레베카를 통해 당신이 이미 그녀에게 내려준 약속이 이루어지도록 하심으로써, 당신의 심오한 구원 계획을 드러내심을 우리에게 보여주실 게다.

 

아버지 요구에 에사우가 사냥하러 들로 나가자, 레베카는 아들 야곱을 불러 일렀다. “얘야, 너의 아버지가 네 형 에사우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사냥한 고기를 가져다가 나를 위하여 별미를 만들어라. 그것을 먹고, 내가 죽기 전에 주님 앞에서 너에게 축복하겠다.’ 그러니 내 아들아, 내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가서 좋은 새끼 염소 두 마리를 끌고 오너라. 그것으로 네 아버지가 좋아하는 대로 별미를 만들어 줄 터이니, 그것을 아버지께 가져다드려라. 그러면 아버지가 너에게 축복해 주실 것이다.”

 

이렇게 이미 이사악의 집안은 둘로 나누어져 있었다. 이사악과 에사오, 레베카와 야곱이다. 서로서로를 분리한 상태다. 우리 자식, 우리 아들이 아닌, ‘그의 아버지, 그의 어머니. 너의 아버지가 네 형 에사우의 별미를 드시고는 죽기 전에 네 형을 축복하겠다니, 너는 내가 별미를 만들어 줄 터이니 내 시키는 대로 하여 아버지 축복을 받으라는 거다. 늙어서 눈이 어두워 잘 볼 수 없는 아버지를 속여서 형의 축복을 가로채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우리 둘이서 함께 모의 작당하자는 거다.

 

그러자 야곱이 어머니 레베카에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형 에사우는 털이 많은 사람이고, 저는 살갗이 매끈한 사람입니다. 혹시나 아버지께서 저를 만져 보시면, 제가 그분을 놀리는 것처럼 되어 축복은커녕 저주를 받을 것입니다.” 그래서 야곱은 반대 의견을 제시한다. 털 많은 형과 다른 자신의 몸 상태로는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 오히려 아버지를 속이려 드는 게 탄로 나 축복은커녕 저주를 받을 것이란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말하였다. “내 아들아, 네가 받을 저주는 내가 받으마. 너는 그저 내 말을 듣고, 가서 짐승이나 끌고 오너라.” 레베카는 단호했다. 그녀는 자신이 모든 책임을 감수할 테니, 두려워하지 말라며 안심시킨다. 야곱은 어머니의 자신 있는 말에 수긍하고, 가서 짐승을 끌고 왔다. 레베카는 이사악이 좋아하는 대로 별미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레베카는 자기가 집에 가지고 있던 큰아들 에사우의 옷 가운데 가장 값진 것을 꺼내어, 작은아들 야곱에게 입혔다. 그리고 그 새끼 염소의 가죽을 야곱의 손과 매끈한 목둘레에 입힌 다음, 손수 만든 별미와 빵을 아들 야곱의 손에 들려주었다.

 

야곱의 두려움도 잠시뿐어머니의 지혜에 모든 것을 맡겼다. 그는 단지 별밋거리인 좋은 새끼 염소 두 마리만 끌고 왔을 뿐이다. 별미 장만도, 형의 좋은 옷도 다 어머니가 준비하였다. 더구나 새끼 염소의 가죽으로 야곱의 매끈한 손과 목을 털 위장까지 다 챙겨주었다. 과연 그녀가 이렇게까지 이사악을 속여서 에사우의 몫을 야곱에게 주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장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을, 불의로 여겨 반기를 드는 걸까? 아니면 야곱도 에사우마냥 복을 받게 하려는 걸까?

 

지금으로서는 그 속내는 잘 모른다. 양분된 집안의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가는가에 따라 각자 판단할 몫이다. 이 이야기의 흐름을 미리 예단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속단일 수가 있다. 여기에는 하느님의 숨겨진 뜻이 분명 작용할 테니까 말이다. 아무튼 이사악의 별미 사랑에 빠진 에사우 축복이냐, 레베카의 계략으로 야곱의 속임수냐의 판단은, 현 단계로서는 여러 변수가 존재하기에 일단은 묵상 거리로 남겨두자. 어차피 이 축복은 이미 하느님께서 주도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다만 그 결과를 보고 우리 답을 만들어보자. [계속]

 

[참조] : 이어서 '2. 축복을 가로채는 야곱/야곱[3]'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축복,사냥,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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