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2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13 조회수1,720 추천수14 반대(0)

며칠 전입니다. 묵주 반지가 바지 주머니에 있었는데, 깜빡하고 세탁기에 돌릴 뻔했습니다. 부랴부랴 주머니에 있던 묵주 반지를 꺼냈습니다. 빨래하기 전에 주머니를 꼭 확인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잃어버릴 뻔 했던 묵주 반지를 보니 반갑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돌아보니 그런 경험이 몇 번 있었습니다. 외국 여행 중에 화장실에 지갑을 흘린 적도 있었습니다. 다시 화장실을 찾아갔고 지갑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핸드폰을 물에 빠트린 적도 있습니다. 다행히 핸드폰에 저장된 주소록을 복구한 적이 있습니다. 소중한 분들의 연락처를 잃어버릴 뻔 했습니다. 노트북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도 있습니다. 노트북에 있던 자료를 다 날릴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자료를 다시 살려냈던 적도 있습니다. 살면서 이런 경험은 한두 번씩은 있을 겁니다.

 

어릴 때의 기억입니다. 호기심이 많았던 저는 겁도 없이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에서 내렸는데 세상에는 다른 버스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탔던 버스의 번호를 몰랐고, 돌아가는 길을 몰랐던 저는 그만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저는 파출소에서 하룻밤을 지냈고, 다음 날 아버지께서 저를 찾으러 오셨습니다. 50년이 훌쩍 지난 일입니다. 저는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지금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그때 입었던 옷, 그때 신었던 신, 그때 저의 머리 모양까지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어머니에게 저는 세상 무엇보다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하루였지만 어머니의 가슴은 새카맣게 타들어갔다고 하십니다. 돌아왔을 때의 일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머니께서 저를 야단치시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은 다 같을 겁니다.

 

예수님께서는 죄인이라고 여겨졌던 세리, 과부, 고아, 장애인들과 가까이 하셨습니다. 아무도 가까이 하지 않았던 나병환자의 손도 잡아 주셨습니다. 여인의 죄를 묻지 않으셨습니다. 강도당해서 쓰려졌던 사람을 치료해준 착한 사마리아 사람을 칭찬하셨습니다. 율법학자와 바리사이파 사람은 예수님의 이런 태도를 문제 삼았습니다. 죄인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율법의 정신에 맞지 않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 율법학자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오늘 돌아온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비록 죄를 지었어도, 뉘우치고 돌아오기만 하면 용서해 주시는 분이라고 하십니다. 용서하실 뿐만 아니라, 돌아온 아들을 위해서 잔치를 열어주시는 분이라고 하십니다. 아버지의 집에는 머물 곳이 많으니 언제든지 돌아오면 된다고 하십니다.

 

우리가 회개하기만 하면,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치기만 하면, 하느님께로 돌아오기만 하면 하느님께서는 우리 죄가 다홍같이 붉어도, 진홍같이 붉어도 양털처럼 희게 하고, 눈처럼 희게 하시는 분입니다.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돌아온 둘째 아들을 대하는 큰 아들을 봅니다. 큰 아들의 가장 큰 잘못은 선과 악을 스스로 판단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동생을 받아들이고 아낌없는 사랑을 주시는 것, 그와 같은 판단을 하는 분도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오늘 율법학자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큰 아들처럼 하느님을 우리의 기준으로 규정하려고 할 때가 있습니다. 진정한 자유와 행복은 하느님을 따르면서 나의 모든 것을 하느님의 선하심에 맡겨드릴 때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분은 분노를 영원히 품지 않으시고 오히려 기꺼이 자애를 베푸시는 분이시다. 그분께서는 다시 우리를 가엾이 여기시고 우리의 허물들을 모르는 체해 주시리라. 아버지가 그를 보고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달려가 아들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나의 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도로 찾았다. 너의 저 아우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다. 그러니 즐기고 기뻐해야 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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