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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에사우와 이스마엘 딸의 결혼[6]/야곱[3]/창세기 성조사[51]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17 조회수1,102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6. 에사우와 이스마엘 딸의 결혼

 

야곱은 떠났다. 아니 도망을 갔다. 가나안 여자들 가운데에서 아내를 맞아들이지 않기 위해서다. 그것은 친족들 가운데에서 아내를 구하려는 거다. 아버지 이사악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그는 브에르 세바를 떠나 파딴 아람, 하란으로 향했다. 이처럼 가까운 곳에 있는 가나안족에서 절대 아내를 맞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쩌면 이민족 간의 혼인에서 이스라엘 백성의 순수성이 사라져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데 따르는 두려움 때문이리라.

 

떠돌이 나그네살이에서 이민족의 풍습인 전통에 빠져 그들의 우상 숭배에 젖다 보면 의당 그럴 만도 했을 게다. 그래서 그들의 지도자나 사제들은 민족의 정체성을 나름으로 지키고자 이민족을 아내로 두는 것을 제도적으로 금지하고자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하여 야곱의 도망은 실제는 형제간의 원한 관계이지만, 드러난 것은 결혼 연령기에 상대를 구하려고 떠나는 근거를 내세우는 것이다. 자식을 보내는 부모 마음이야 그렇지만, 형 에사우도 그리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야곱이 떠날 당시 에사우는 이미 히타이트 여자 둘을 아내로 두고 있었다. 맏이가 이렇게 무분별하게 철없이 일을 저질렀으니 부모 마음이야 얼마나 오죽했으랴! 그 근심(26,35; 27,46)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게다. 에사우는 동생에 대한 원망이 한으로 남았지만, 부모님의 자식 보내는 안쓰러운 마음을 보고 자기가 저지른 것을 나름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눈먼 아버지의 슬픔에 잠긴 모습과 눈물을 머금는 애처로운 어머니에게서 그는 자신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에사우는 동생 야곱이 아버지의 간곡한 당부에 순응해 파딴 아람으로 떠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는 자기 아버지 이사악이 가나안 여자들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것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에사우는 아내들이 있는데도 부모님의 근심거리를 덜어 드리고자 큰아버지 이스마엘에게 가서, 다시 그의 딸이며 느바욧의 누이인 마할랏을 아내로 맞아들였다. 그는 이렇게 해서라도 실의에 빠진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려 했다. 그러나 이는 그의 착각이었다.

 

그는 하느님의 약속을 몰랐다. 아니 그는 정말 몰랐을 게다. 하느님께서는 약속된 후손으로 이미 야곱을 선택하셨다. 우리는 이 약속을 레베카가 들은 것을 토대로 확인할 수 있다. “너의 배 속에는 두 민족이 들어 있다. 두 겨레가 네 몸에서 나와 갈라지리라. 한 겨레가 다른 겨레보다 강하고 형이 동생을 섬기리라”(25,23).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분명히 기억하시는 분이심을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어쩌면 이는 참으로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하느님만의 논리일 수도 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창조하신 모든 인간을 사랑하시지만, 결코 동일하게 사랑하시지는 않으신다. 그분은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으시고 정의와 공정으로 각자에게 적합한 형태로 사랑하신다. 우리는 이를 절대 간과해서는 결코 안 될 게다. 그러기에 지금 나 아닌 남이 내보다 하느님 사랑을 더 많이 받는다고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지금 적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이미 더 받았거나, 아니면 더 많은 사랑이 곧 주어질 것이라는 희망의 기회로 여겨야만 한다.

 

우리는 에사우와 야곱의 형제간 불화가 하느님의 배려로 반드시 회복될 것을 믿는다. 이 분쟁도 하느님께서 주관하셨고, 그 해결도 그분께서는 기억하셔서 꼭 처리해 주실 것이라고 확신하기에. 그러기에 우리는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겨드리고 그분만을 의지하는 신앙인이 되어야만 하리라. 이런 믿음으로 주어진 삶을 성실히 살아갈 때, 하느님의 영광 드러냄은 물론 우리 각자의 성화도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이제부터 하느님께서 함께하시는 야곱의 여정을 목격하면서, 우리 믿음의 마음을 새롭게 하도록 다짐해 보자. [계속]

 

[참조] : 이어서 '7. 야곱의 꿈‘/야곱[3]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이스마엘,친족,브에르 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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