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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야곱의 꿈[7]/야곱[3]/창세기 성조사[52]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18 조회수1,105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7. 야곱의 꿈

 

야곱은 길을 나섰다. 외삼촌 댁까지는 그리 먼 길이 아니다. 부산 신의주 거리 정도니까 아마 봇짐도 크지 않았으리라. 더구나 부모님의 떠밀림에 자의 반 타의 반이었고 형의 눈을 피해 가는 처지인지라 여러모로 단출했을 게다. 그리고 어쩌면 형이 뒤따라와 보복의 두려움도 가졌을 수도. 그래서 아예 형과는 작별의 인사마저 없이 헤어졌다. 사실 이 길은 오래전에 할아버지가 우르를 떠나 하란에 잠시 머물다가 가나안으로 오신 그 길이었다.

 

그는 브에르 세바를 떠나 하란으로 가다가, ‘루즈근처에 이르러 해가 지자 거기에서 밤을 지내게 되었다. 루즈는 알몬드 나무를 뜻한다. 그는 인적 드문 그곳에서 특별한 체험을 한다. 눈 붙일 오두막 하나 없이 허전하기 그지없는 곳이었다. 야곱은 그곳의 돌 하나를 가져다 머리에 베고 누워 잠을 청했다. 돌베개로 잠을 청할 곳이니 밤하늘의 별도 빛났으리라. 그는 신심이 피곤했던지 이내 잠이 들었나 보다. 한참이나 흘렀을까. 그는 자다마다 뒤척이면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가 둘러보니 땅에 층계가 세워져 있고 그 꼭대기는 하늘에 닿아 있는데, 하느님의 천사들이 그 층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하느님께서 그 위에 서 계셨다. 아마도 그분께서 먼 길 떠나는 야곱을 기다리신 것 같다. 사실 땅에 세워진 층계는 여러 층으로 되어 있는 메소포타미아 신전들의 계단이나 이집트의 피라미드 모양의 사닥다리를 연상할 수 있을 게다. 이 층계를 천사들이 오르내리는 걸 보니, 하느님의 집에 맨 위에 있는 것 같았다. 아무튼 야곱은 꿈속에서 하느님을 뵈었다. 어쩌면 꿈에서나마 하느님을 만나는 것은 창세기에서는 야곱이 처음인 것 같다.

 

비록 꿈속이지만,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너의 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느님이며 이사악의 하느님인 주님이다. 나는 네가 누워 있는 이 땅을 너와 네 후손에게 주겠다. 네 후손은 땅의 먼지처럼 많아지고, 너는 서쪽과 동쪽 또 북쪽과 남쪽으로 퍼져 나갈 것이다. 땅의 모든 종족들이 너와 네 후손을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보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면서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 주고, 너를 다시 이 땅으로 데려오겠다. 내가 너에게 약속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않겠다.”

 

여기서 성경 저자는 하느님을 나는 너의 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느님이며 이사악의 하느님인 주님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사실 야곱은 아브라함의 손자이므로 아버지가 아니라 할아버지또는 조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히브리 말에서는 아버지, 할아버지, 조상이 모두 아버지의 한 낱말로 나타낸다. 몇 대가 흘렀든 자손은 바로 조상과 직접 연결된다는 생각이 그 배경이란다. 따라서 조상은 모두 다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네가 누워 있는 이 땅이랑 먼지처럼 많은 후손이며 네가 그토록 바란 복을, 네 아버지나 할아버지에게 약속한 그대로 다 야곱에게도 이루어지도록 하겠단다. 그리고 야곱이 이곳에 다시 돌아올 때까지 함께하며, 그의 곁을 결코 떠나지 않을 것이란다. 한마디로 아버지 이사악이 상속자인 것처럼(26,3-4), 그의 아들인 야곱도 약속의 상속자라고 이르셨다.

 

야곱은 잠에서 깨어나 참으로 중요한 것을 깨닫는다. 곧 자신이 잠든 그곳에 하늘의 그분이 계심을 직감했다. 비록 꿈에서 뵈었지만, 조상들의 하느님께서 함께하는 신성한 곳인지라 사뭇 두려움에 온몸이 떨리면서 말하였다. “진정 주님께서 이곳에 계시는데도 나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구나. 이 얼마나 두려운 곳인가! 이곳은 다름 아닌 할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느님, 아버지 이사악의 하느님 집이다. 여기가 바로 그분이 계시는 하늘의 문이로구나.”

 

사실 그는 아버지 이사악으로 부터는 두 번의 축복을 받았지만, 여태 하느님으로부터는 아직 그 어떤 계시를 받지 못했다. 아무튼 그분께서는 야곱이 다시 이 땅으로 데려올 때까지 함께 있어 주고 어디로 가든지 지켜 주겠단다. 그리고 야곱에게 약속한 것이 다 이루어지기까지 떠나지 않겠단다. 이처럼 하느님께서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라는 약속을 하신 것은 야곱이 처음이다. 이 약속은 모세(탈출 3,12), 여호수아(여호 1,5), 기드온(판관 6,16), 에게도 반복된다. 실제로 하느님은 임마누엘‘, 우리와 함께 계신 하느님‘(이사 7,14)이시기에. [계속]

 

[참조] : 이어서 '8. 야곱의 서원‘/야곱[3]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루즈,층계,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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