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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교회 상식 팩트 체크23: 약식 제의는 없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6-11 조회수592 추천수0

[교회 상식 팩트 체크] (23) ‘약식 제의’는 없다?


‘제의’와 다른 ‘예절 장백의’는 이럴 때 입어요

 

 

-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은 “공동 집전자들 수는 많고 제의가 부족할 때와 같은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주례자를 뺀 공동 집전자들은 장백의 위에 영대만 메고 제의는 입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한다. 사진은 2023년 인천교구 사제성화의 날 행사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신부님 여러 명이 함께 미사를 집전하시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나요? 그럼 제대 가운데 계시는 주례 신부님과 함께 집전하시는 신부님들의 복장이 다를 때가 있다는 걸 알아채셨을 것 같습니다.

 

주례 신부님은 품이 큰 반원형의 옷을 입고 있는 반면, 다른 신부님들은 발목까지 길게 늘어진 흰옷에 긴 띠를 목에 걸치고 계시기도 합니다. 일단 주례 신부님이 입으신 옷은 ‘제의’입니다. 그럼 다른 신부님들이 입고 계신 옷은 무엇일까요? 어떤 분은 신부님들의 이 옷을 두고 ‘약식 제의’라는 표현을 사용하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옷은 사실 ‘약식 제의’가 아니라 장백의에 영대를 걸친 것입니다.

 

장백의는 사제가 미사 때 갖춰야 할 육신과 영혼의 결백을 상징하는 옷입니다. 이름 그대로 옷자락이 긴(長), 흰(白)색의 옷(衣)입니다. 그리고 장백의 위로 목에 걸쳐 두르는 폭이 넓고 긴 띠는 영대라고 부릅니다. 영대는 사제의 직책과 의무, 권한과 품위를 드러냅니다.

 

여러 전례 봉사를 하면서 신부님의 전례복을 유심히 보신 분들은 “어? 장백의는 이렇게 생기지 않았는데요?”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 제의 안에 입는 장백의는 더 얇고 목 부분의 모양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영대만 걸쳐 입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장백의를 일반 장백의와 구분해서 ‘예절 장백의’라고 부릅니다.

 

제의는 장백의와 영대 위에 걸쳐 입는 옷으로, 예수님의 멍에를 상징하는 전례복입니다. 무엇보다 “미사나 미사와 직접 연결된 다른 거룩한 예식 때 주례 사제가 입어야 할 고유한 옷”(「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337항)이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신부님들은 반드시 제의를 입고 미사를 집전하십니다.

 

그렇다면 예절 장백의는 어떤 경우에 입을까요?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에는 “공동 집전자들 수는 많고 제의가 부족할 때와 같은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주례자를 뺀 공동 집전자들은 장백의 위에 영대만 메고 제의는 입지 않아도 된다”(209항)고 설명돼 있습니다.

 

미사 중 우리에겐 신부님의 제의만 보이지만, 신부님은 제의 안에도 여러 옷을 입고 있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장백의와 영대 외에도 악마와의 투쟁, 극기, 금욕생활을 의미하는 ‘띠’, 어깨에 걸치는 장방형의 아마포로 ‘구원의 투구’를 상징하는 ‘개두포’도 착용합니다. 이 5가지 전례복에는 각각 전례복의 의미를 담은 기도문이 있는데요. 신부님들은 미사 전 이 전례복들을 하나씩 입을 때마다 각각에 해당하는 기도를 바칩니다.

 

이처럼 신부님들은 미사 때마다 겹겹이 옷을 입고 제대에 오르십니다. 물론 이 모든 전례복은 신부님들의 평상복이라 할 수 있는 수단이나 클러지 셔츠 위에 입습니다. 신부님들이 항상 전례복을 갖춰 입는 것은 거룩한 미사를 드리기 위해서겠지요. 날이 점점 더워져 옷차림을 가볍게 하고 성당을 찾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신부님만큼 옷을 여러 겹 껴입지는 않더라도, 예수님 앞에 나아가는 마음으로 옷차림을 단정히 한다면 더 경건한 마음으로 미사에 참례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가톨릭신문, 2024년 6월 9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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