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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4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21 조회수1,707 추천수15 반대(0)

작년 8월에 미국으로 왔습니다. 저를 파견하신 주교님께서도 멀리 가는 저를 안쓰럽게 보셨습니다. 잘 지내다 오라고 하셨습니다. 동창 신부님들도 힘들지만 잘 지내고 오라고 했습니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신문사의 일이 힘들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한국인이 많아서 언어로 인한 어려움도 별로 없습니다. 음식도 대부분 한국 음식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신문 홍보로 비행기를 자주 타지만 여행가는 기분으로 다니고 있습니다.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자리도 생각하나 바꾸면 꽃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한국의 상황이 어려워졌습니다. 동창 신부님들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잘 견디고 있습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모든 일들이 잘 풀릴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돌아보면 언제나 시련과 아픔이 있었습니다. 절망과 고독이 있었습니다. 우주는 생성하고 소멸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6번의 큰 시련이 있었습니다. 소행성이 충돌한 적도 있고, 엄청난 규모의 화산 폭발이 있었고, 빙하기가 있었고, 기근과 전염병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생명체가 사라지기도 했고, 인류도 아주 극소수만 살아남기도 했습니다. 토인비가 말했던 것처럼 시련과 도전이 있었기에 그에 따른 변화와 발전이 있었습니다. 구원의 역사인 성서도 이스라엘 백성의 시련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아브라함은 정처 없이 정든 땅을 떠나야 했습니다.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했습니다. 광야에서 40년간 방황했습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도착했지만 남과 북으로 갈라져야 했습니다. 아시리아, 바빌로니아의 침략으로 유배를 가야했습니다.

 

성모님은 가슴이 예리한 칼로 찔리듯 아플 거라는 예언을 들었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예수님을 보아야 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시는 예수님을 보아야 했습니다. 돌아가신 예수님을 품에 안고 통곡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고난과 시련을 예고하셨습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당연히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거부했던 베드로 사도에게는 사탄아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라고 야단치셨습니다. 사랑하는 제자에게 배반당하셨습니다. 가장 사랑했던 제자는 3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한 사도들은 대부분 순교로서 신앙을 증거했습니다. 초대교회는 300년 동안 극심한 박해를 받았습니다.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화려한 교회는 모두 순교자들의 피와 땀 위에 세워진 것입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대한민국의 역사도 찬란한 문화와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오랜 시련과 고통의 역사가 함께 했습니다. 냉혹한 제국주의의 칼날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일본으로부터 36년 동안 지배를 받았습니다. 독립운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이 순국하였습니다. 해방의 기쁨도 잠깐이었습니다. 남과 북으로 나눠진 민족은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눴습니다. 한국전쟁으로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습니다. 국토는 파괴되었습니다. 서로의 가슴에 적대감이 커졌습니다. 이념과 사상은 여전히 조국의 허리를 갈라놓고 있습니다. 남과 북의 통치자들은 이념과 사상으로 인권을 탄압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고, 긴장과 갈등의 골이 조금 적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념과 사상은 넘기 힘든 벽이 되고 있습니다. 주변 강대국들과의 외교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수고도 더 많이 하였고 옥살이도 더 많이 하였으며, 매질도 더 지독하게 당하였고 죽을 고비도 자주 넘겼습니다. 마흔에서 하나를 뺀 매를 유다인들에게 다섯 차례나 맞았습니다. 그리고 채찍으로 맞은 것이 세 번, 돌질을 당한 것이 한 번, 파선을 당한 것이 세 번입니다. 밤낮 하루를 꼬박 깊은 바다에서 떠다니기도 하였습니다. 자주 여행하는 동안에 늘 강물의 위험, 강도의 위험, 동족에게서 오는 위험, 이민족에게서 오는 위험, 고을에서 겪는 위험, 광야에서 겪는 위험, 바다에서 겪는 위험, 거짓 형제들 사이에서 겪는 위험이 뒤따랐습니다. 수고와 고생, 잦은 밤샘, 굶주림과 목마름, 잦은 결식, 추위와 헐벗음에 시달렸습니다. 그 밖의 것들은 제쳐 놓고서라도, 모든 교회에 대한 염려가 날마다 나를 짓누릅니다. 누가 약해지면 나도 약해지지 않겠습니까? 누가 다른 사람 때문에 죄를 지으면 나도 분개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자랑해야 한다면 나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들을 자랑하렵니다.”

 

한국의 첫 번째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순교자들은 1984년 성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로부터 여의도 광장에서 성인품에 올랐습니다. 한국교회에는 커다란 영광이었습니다. 그러나 103위 순교 성인들의 삶은 고난과 가시밭의 연속이었습니다. 눈물 없이는 차마 읽을 수 없는 순교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생의 마지막에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에게 어머니 우술라를 잘 부탁한다고 편지를 보냈습니다. 순교의 칼을 받는 것은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평생 고생하신 어머니를 혼자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야하는 인간적인 고뇌가 있었습니다. 236년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는 순교자들의 피와 땀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신앙의 자유는 신앙의 선조들은 단 하루만이라도 누리고 싶었던 신앙의 자유입니다.

 

오늘은 사순 제4 주일입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우리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희망의 빛을 말하고 있습니다. “즐거워하여라. 예루살렘아. 그를 사랑하는 이들아, 모두 모여라. 슬퍼하던 이들아,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위로의 젖을 먹고 기뻐 뛰리라. 당신 이름 위하여 나를 바른길로 이끌어 주시네.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당신 함께 계시오니 두려울 것 없나이다. 당신의 막대와 지팡이, 저에게 위안이 되나이다. 지금은 주님 안에 있는 빛입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 빛의 열매는 모든 선과 의로움과 진실입니다.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사막의 먼 길에 오아시스를 만나면 얼마나 감사하고 기쁘겠습니까? 오늘 성서 말씀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힘들어 하는 한국의 신앙인들에게, 또는 삶의 시련 앞에 힘들어하는 신앙인들에게 커다란 위로가 될 것입니다.

 

데레사 성녀의 기도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가는 것

오 오 하느님은 불변하시니

인내함이 다 이기느니라.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다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 하도다.

 

저 사람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그 부모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다. 하느님의 일이 저 사람에게서 드러나려고 그리된 것이다. 그분이 죄인인지 아닌지 저는 모릅니다. 그러나 이 한 가지, 제가 눈이 멀었는데 이제는 보게 되었다는 것은 압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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