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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라반의 딸들과 결혼한 야곱[10] / 야곱[3] / 창세기 성조사[55]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21 조회수1,377 추천수1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0. 라반의 딸들과 결혼한 야곱

 

하루는 라반이 야곱에게 물었다. “네가 내 혈육이기는 하지만, 내 일을 거저 해 줄 수야 없지 않으냐? 네 품값이 얼마면 되겠는지 나에게 말해 보아라.” 아마도 야곱은 외삼촌 집에서 나름으로 열심히 집안일 등을 도와준 것 같다. 그러기에 라반은 이제부터 나름대로 적정 품값을 제대로 치러 주겠다고 조카에게 제안한다. 그는 조카가 우물가에서 만난 자기 둘째 라헬에게 사랑에 빠져 있을 줄을 어쩌면 모르는 모양이었다.

 

사실 라반에게는 딸이 둘 있었는데, 큰딸의 이름은 레아였고 작은딸은 라헬이었다. 레아의 눈은 생기가 없었지만, 라헬은 몸매도 예쁘고 모습도 아름다웠다. 야곱은 라헬을 사랑하고 있었으므로, “외삼촌의 작은딸 라헬을 얻는 대신 칠 년 동안 외삼촌 일을 해 드리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는 그 긴 칠 년을 사랑하는 라헬을 차지하기 위해 주저 없이 답했다. 외숙댁에서 라헬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는 그저 시간 가는 줄을 모르는 지도.

 

그래서 라반이 말하였다. “그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보다 차라리 너에게 주는 것이 그래도 낫겠다. 그러면 내 집에 머물러라.” 고대 동방의 문화나 히브리인들의 풍습에서, 종은 칠 년 동안의 노동 기간이 지난 다음에도 주인이 하락한 여인을 데리고 나올 수 없었다. 그래서 여기서는 야곱의 그 오랜 기간 노동은 일종의 그가 라반에게 지불해야 하는 일종의 결혼 지참금처럼 여겨진다. 아무튼 칠 년의 기간은 어떤 연유인지도 몰라도 그렇게 해서 정해졌다.

 

이리하여 야곱은 라헬을 얻으려고 칠 년 동안 열심히 일하였다. 이것이 그에게는 며칠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그가 그만큼 라헬을 정말 열렬히 사랑하였다. 그 긴 기간이 단 며칠 밖이라니! 사람은 사랑에 빠지면, 아무리 위험하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단 한 가지, 자신이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도무지 힘든 줄 모르고 무슨 일이든 쉽게 견뎌 내는 법인가 보다. 야곱이 딱 그러하였는가 보다.

 

마침내 그 기다리고 기다리던 세월이 지나자, 야곱이 라반에게 말하였다. “이제 기한이 찼으니 제 아내를 주십시오. 같이 살겠습니다.” 그러자 라반은 그곳 사람들을 모두 청해 놓고 잔치를 베풀었다. 저녁이 되자 그는 딸 레아를 야곱에게 데려다주었다. 라헬이 신방에 들어가야 하는 데, 라반이 딸 레아를 데려다가 준다. 신방에 어미가 아닌, 아비가 딸을 데려 준다는 데는 다분히 의도가 있어 보인다. 아니 처음 계약은 라헬이 아니던가? 계약 당사자 라반이 이렇게 중요한 것을 속이다니! 마마도 여기에는 야곱이 속아 넘어갈 어떤 숨은 준비된 계략이 틀림없이 있었으리라.

 

마치 아버지 이사악을 속이기 위해서 어머니 레베카와 짜 맞춘 것과 그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사실 당시만 해도 신부가 신방에 들어갈 때는 베일로 얼굴을 완전히 가린다. 그리고 혼인 잔치는 이웃 사람들이 다 모인 가운데 이레간 치러진다. 아마도 의도적으로 라반이 다 초대했을 게다. 어쩌면 그는 동네 사람들에게 둘째 라헬이 아닌, 첫째 레아 혼인 잔치라고 이미 헛소문까지 냈으리라. 이렇게 잔칫집 분위기는 고조되고 신부는 얼굴을 가려 확인할 분위기마저 아니었을 수도. 어찌 감히 외삼촌이 딸을 바꿔치기하리라는 생각을!

 

그래서 야곱은 그와 한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아침에 보니, 어이없게도 레아가 아닌가! 야곱이 라반에게 말하였다. “저에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제가 라헬을 얻는 대신 외삼촌 일을 해 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저를 속이셨습니까?” ‘속이는 사람 야곱이 이번에는 라반에게 속았다. 라반이 대답하였다. “우리 고장에서는 작은딸을 맏딸보다 먼저 주는 법이 없다. 이 초례 주간을 채워라. 그리고 네가 다시 칠 년 동안 내 일을 해 준다면 작은애도 우리가 너에게 주겠다.”

 

야곱은 참으로 난감하였다. 하루 밤사이 지난 칠 년의 그 기다림이 물거품으로 사라졌다. 외숙이 이렇게 속일 줄을 어디 상상이나 하였을까! 라헬과 레아를 바꿔치기하리라곤 아예 꿈도 꾸지 못했을 게다. 아니 그 긴 시간 기다린 끝에 맞이한 첫 날 밤에, 어디 꿈꿀 시간마저 주어질 리가! 그리고 어디에도 함께 하시겠다는 그 하느님께서는 지난밤에 과연 어디에 계셨을까? 그러나 이제는 어찌할 도리가 야곱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라반은 둘째 라헬을 미끼로 그 긴 칠 년을 더 요구한다.

 

이 마당에 야곱에게는 달리 다른 선택권을 주지 않는 것 같았다. 인제 와서 그렇게 기다린 라헬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지방 풍습에 따를 수밖에. 외숙에 대한 그 원망을 더 입 밖에 내기가 부담되었다. 형 에사오에게서 맏아들 권리를 빼앗았고 아버지 이사악을 속인 게 바꾸어 생각해보니 어쩌면 부끄러움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야곱은 그렇게 따라 하기로 마음으로 다짐을 하고 레아와의 초례 주간을 채웠다. 당시 중동 지역의 혼인 잔치는 한 주간 동안 계속되었다(판관 14,12 참조).

 

그러자 라반은 자기의 딸 라헬을 그에게 아내로 주었다. 그리고는 이번에 라반은 자기의 여종 빌하를 딸 라헬에게 몸종으로 주었다. 지난번 레아를 데려다주면서 자기의 여종 질파를 딸 레아에게 몸종으로 주었듯이 말이다. 이렇게 여자가 몸종을 거느리는 풍습은 일부다처제에서는 필요하면 소실로 들여보내 아들을 낳게 한다는 지방 풍습에 따른 것이리라. 야곱은 라헬과도 한자리에 들었다. 그는 레아보다 라헬을 더 사랑하였다. 그는 다시 칠 년 동안 라반의 일을 하였다.

 

아버지를 속였던 야곱은 라반에게 속아 넘어갔다. 사랑하는 라헬보다 못한 레아와 먼저 잔치를 치러야만 했다. 이런 일 저런 일로 그는 하란에서 조금씩 조금씩 성숙해지리라. 어쩌면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택한 이에게 매질하나 더 주면서 당신 계획을 성취하실 게다. 아무튼 야곱은 많은 후손을 약속받았다. 벌써 두 아내를 두었다. 비록 장인에게 삼 년을 더 매인 몸이 되었지만, 어쩌면 이곳에서 아들딸 아주 많이 두게 될지도. 예나 지금이나 속고 속는 건 동서고금이나 매한가지인 것 같다. [계속]

 

[참조] : 이어서 '11. 레아에게서 낳은 아들들‘ / 야곱[3]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혈육,라헬,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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