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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24 조회수2,170 추천수13 반대(0)

무선 이어폰을 사용할 때가 있습니다. 활동이 자유롭고, 편하기 때문입니다. 저렴한 무선 이어폰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가격은 만족스러웠지만 기능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충전이 잘 안 되기도 했고, 음감이 떨어지기도 했고, 오른쪽은 되는데 왼쪽이 안 되기도 했고, 이유 없이 안 되기도 했습니다. 이웃 본당 신부님과 무선 이어폰 이야기를 했습니다. 신부님의 지론은 이왕 구입하려면 비용이 들더라도 좋은 걸 구입한다고 합니다. 신부님의 권유를 받아들여 조금 비싸지만 정품을 마련했습니다. 역시 정품은 달랐습니다. 디자인이 깔끔했습니다. 외부의 소리도 들리면서 음량이 좋았습니다. 한번 충전하면 10시간 이상은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교우 분들은 사제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십니다. 자리에 앉으면 상석을 권하곤 합니다. 사진을 찍으면 가운데 자리를 마련해 주시곤 합니다. 식사에 초대하시면 가능하면 좋은 음식을 권합니다. 강론을 조금만 잘 해도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좋은 물건이 있으면 기쁜 마음으로 선물해 주십니다. 사제가 누구이기에 그럴까요? 사제의 제의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기 때문입니다. 사제의 복장에서 그리스도의 희생과 헌신을 보기 때문입니다. 사제의 독신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기 때문입니다. 사제의 순명에서 그리스도의 열정을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는 어떤 분이셨을까요?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는 삶을 사셨습니다. 넘어질지라도 포기하기 않고 십자가를 지고 가셨습니다. 언제나 기도하셨습니다. 고난의 잔일지라도 하느님의 뜻이라면 받아들였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교우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정품 사제인가?’ 교우들의 관심과 사랑을 당연한 것처럼 여겼던 적이 있습니다.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으면 서운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과 십자가는 이야기했지만 그것을 실천하지 못한 적도 많습니다. 때로는 교만했고, 때로는 게을렀고, 때로는 하느님의 뜻보다는 저의 뜻을 이루려고 했습니다. 사제는 세상에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합니다.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 주어야 합니다.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으면 같이 그곳에 머물면서 함께해야 합니다. 사제는 하느님의 심부름꾼이어야 합니다. 높은 곳에서 벼락을 맞아야 하는 피뢰침처럼, 거친 바다에서 불을 밝혀야 하는 등대처럼 사제는 고독과 침묵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런 사제가 정품사제입니다.

 

오늘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입니다. 하느님께서 천사 가브리엘을 나자렛에 사는 마리아에게 보내셨습니다. 이사야 예언자가 말했던 것처럼 하느님께서 몸소 표징을 보여 주셨습니다. “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마리아를 선택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마리아를 통하여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놀라운 일이고,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이렇게 응답하였습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나자렛의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 성모님이 되었습니다.

 

성모님은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는 하느님의 뜻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고 말하며 자신의 몸이 구원 사업의 도구가 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성모님은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잔치의 즐거움이 계속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하게 합니다. 예수님 또한 성모님의 그런 마음을 아시고, 아직 때가 되지 않았지만 혼인잔치를 더 풍요롭게 하셨습니다. 성모님은 혼인잔치에 손님으로만 간 것이 아니라, 그 잔치에 부족함이 없는지를 살피시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성모님의 그런 마음을 본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웃의 아픔을 헤아리는 마음,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마음, 자신의 고통 보다는 사도들을 추스르고 교회를 걱정하는 마음, 바로 그것이 성모님의 마음입니다. 성모님처럼 해야 할 일을 분별하여, 참된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천주의 성모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시어,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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