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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야곱과 에사우의 헤어짐[28] / 야곱[3] / 창세기 성조사[73]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4-08 조회수1,544 추천수3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8. 야곱과 에사우의 헤어짐

 

이렇게 야곱이 거듭하여 간곡히 권하자, 에사우는 그것을 간청에 못 이겨 끝내 받아들였다. 이로써 형은 동생을 용서한다는 사실을 그의 식솔들 앞에서 드러내었고, 야곱은 그런 형의 용서를 직접 확인하게 되었다. 에사우가 말하였다. “, 일어나 가자. 내가 앞장서마.” 이제 형제는 헤어지려 한다. 에사우는 자기가 앞장서겠다는 뜻으로 보아, 아마도 자기가 머무르는 에돔의 세이르로 가자는 것 같다.

 

사실 이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그리 큰 관심사가 아니다. 다만 이십 년 만에 만난 형제는 아버지 이사악이나 어머니 리베카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다. 야곱이 형에게 묻지도 않는다. 아마도 둘은 아버지나 어머니 소식을 나름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두 분 중 누구 하나라도 입 밖에 내지를 않는다. 지금 아버지 이사악은 백스물 살이다. 야곱이 브에르 세바를 떠날 때도 아버지는 눈이 어두워 잘 볼 수가 없는 처지였고(27,1),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야곱은 그때 형의 말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게 될 날도 멀지 않았으니, 그때에 아우 야곱을 죽여 버려야지.”(27,41)

 

그가 하란으로 떠날 때, 형은 그때 이미 히타이트 여자 둘을 아내로 맞아들였었다(26,34). 그 형이 브에르 세바에서 에돔의 세이르로 옮겨 간 이에 대해서는 정확히는 잘 모르지만, 야곱은 어느 선까지는 알고 있었을 게다. 그 근거는 그가 마하나임에서 형에게 심부름꾼을 보낼 때도 세이르로 바로 보낸 것만 보아도(32,4), 대충은 서로가 소통은 하고 있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물론 형수가 몇 분인지, 조카도 시집장가 갔는지 등은 대충 알고 있었으리라.

 

그래서 그들은 그런 이야기를 세세히 나누지 않았다. 아예 그리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야곱이 하란으로 떠난 후, 아버지 이사악은 일절 이야기되지 않는다. 다만, 성조사 이야기에서 요셉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이사악의 죽음이 몇 마디 언급될 뿐이다. 이렇게 아버지 이사악의 생존 여부만 알뿐 어머니 레베카의 생사는 전혀 언급도 없어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이즈음 그녀는 이미 아브라함이 장만한 막펠라 동굴 가족묘에 안장되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레베카가 가족묘에 안장되었다는 것만은 뒤에 야곱의 유언으로 이야기하는 과정에 일부 알려질 뿐이다(49,31).

 

그러자 야곱이 에사우에게 말하였다. “형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아이들은 약하고, 저는 또 새끼 딸린 양들과 소들을 돌보아야 합니다. 하루만 몰아쳐도 짐승들이 모두 죽습니다. 그러니 주인께서는 이 종보다 앞서서 떠나시기 바랍니다. 저는 세이르에 계시는 주인께 다다를 때까지, 앞에 가는 가축 떼의 걸음에 맞추고 아이들의 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나아가겠습니다.” 야곱은 장정을 포함한 형님 일행의 이동 속도와 자신들의 이동 정도가 전혀 다르기에 형님이 먼저 떠나기를 정중히 청한다.

 

그러자 에사우가 나와 동행한 사람들 가운데 몇을 너에게 남겨 주어야 하겠구나.” 하고 말하였지만, 야곱은 그러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형님께서 저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시기만 하면 저는 그것으로도 충분합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형의 너그러움이 돋보인다. 역시 맏아들은 어딘가 다르긴 한가 보다. 그렇지만 이것마저 야곱은 점잖게 사양한다. 어쩌면 형의 가족은 이민족과 함께 한 부족을 이루어 살고 있을 것이라는 부담감 때문이기도 할 게다. 에사우는 야곱의 말을 믿고 먼저 떠난다. 에사우의 동생에 대한 이 호의가 성조사 이야기에서 가족 간의 마지막 대화였다.

 

야곱을 용서하고 호의까지 베풀려 한 형은 그날로 세이르로 돌아갔다. 평화로운 이별이다. 그렇지만 형제는 또 만날 게다. 언제 어디서 만날지는 다음에 논하기로 한다. 그 후 야곱은 수콧으로 곧장 가서 자기가 살 집을 짓고 가축들을 위한 초막들을 만들었다. 그는 그곳의 이름을 수콧이라 하였다. 수콧은 나뭇가지로 만든 초막들을 뜻한다. 이리하여 야곱은 요르단 강 건너편, 지금의 데이르 알라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지역을 세운 사람이 된다.

 

세월이 흘러 야곱은 가나안 땅에 있는 스켐 성읍에 무사히 이르러, 그 성읍 앞에 천막을 쳤다. 가나안 땅에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천막을 친 땅을 스켐의 아버지 하모르의 아들들에게서 돈 백 닢을 주고 샀다. ‘은 히브리 말로는 커시타로서, 이는 주화 또는 무게 단위로 여지지만, 그 유래나 의미는 알 수 없다. 한 커시타는 양 한 마리 정도의 값으로 보기도 한다. 그는 그곳에 제단을 세우고, 그 이름을 엘 엘로헤 이스라엘이라 하였다. 이 말은 이스라엘의 하느님 엘을 뜻한다. ‘은 가나안인들이 섬겼던 범신들 가운데 지고의 신이었으나, 성경 저자에게는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가리킨다. 프니엘에서 씨름 이후 야곱은 스스로를 이렇게 이스라엘이라 칭한다.

 

야곱은 프니엘에서 하느님과 씨름까지 하고 축복까지 받았다. 그 덕택인지는 몰라도 그는 형 에사우와 극적으로 조우해 화해했다. 하느님께서 함께하신 결과일 게다. 이렇게 그분께서는 야곱이 벌인 잘못과 약점에도 불구하고 당신께서 선택하신 그를 끝까지 보호하시고 이끌어 주셨다. 그리하여 형과의 성공적인 만남도 주선하셨다. 그는 이제 가나안으로 돌아왔다. 스켐 성읍에서의 정착 생활도 오랜 세월이 흘렀다. 레아가 야곱에게 낳아 준 딸 디나도 이제 완전히 성인이 되었다. 어느 날 그녀는 그 고장의 여자들을 찾아보러 외출을 나갔다. [계속]

 

[참조] : 이어서 '29. 스켐의 디나 범죄‘ / 야곱[3]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스켐,수콧,세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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