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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스켐의 디나 범죄[29] / 야곱[3] / 창세기 성조사[74]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4-09 조회수1,591 추천수1 반대(1)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9. 스켐의 디나 범죄

 

야곱은 돌고 돌아서 이제 가나안으로 돌아왔다. 스켐 성읍에서의 정착 생활도 오랜 세월이 흘렀다. 레아가 야곱에게 낳아 준 딸 디나도 이제 완전히 성인이 되었다. 어느 날 그녀는 그 고장의 여자들을 찾아보러 외출을 나갔다. 디나는 야곱에게는 유일한 외동딸이지만, 레아에게는 마지막 애였다. 성조사에서 이렇게 레아가 야곱에게 낳아 준 딸 디나라고 여자를 이렇게 내세우는 것도 특이하지만, 그녀의 어머니까지 연관시키는 것은 더 이례적이다. 사실 그 어미는 라헬보다는 남편의 관심 밖이었을 수도.

 

아니 정말 관심 밖이었다. 언제나 서열에서 밀렸다. 그래서 그 어미의 딸 디나도 야곱에게는 어쩌면 그리 사랑을 받지 못하였을 게다. 그런데 그 고장의 족장인 히위 사람 하모르의 아들 스켐이 그 디나를 보고, 그를 데리고 가서 감히 겁탈하였다. 이를 두고 히브리인 딸애가 이민족 지역을 홀로 외출한 것도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이며 경솔한 행위였음을 야곱의 입장에서 넌지시 암시한다. 아무튼 그 결과 그녀는 그 지역 족장의 아들에게 유괴당해 몸을 더럽혔다.

 

사실 히위 사람은 이스라엘 백성이 아닌 사람을 가리키고(여호 9,7), 하모르는 그 지역의 한 씨족으로 그들의 조상이다. 그의 아들 스켐은 야곱이 막 정착한 성읍의 이름과 같다(33,18). 그는 야곱의 딸 디나에게 반하여, 그 소녀를 마치 넋이 빠진 양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그 소녀에게 온갖 정성을 다하여 정말 다정하게 이야기하였다. 겁탈한 죄로 단순히 비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위로하면서 안심시키고 격려를 해 준다. 심지어 스켐은 자기 아버지 하모르에게 이 처녀를 제 아내로 얻어 주십시오.” 하고 아주 적극적으로 말하였다.

 

야곱은 스켐이 자기 딸 디나를 더럽혔다는 말을 들었지만, 즉시 필요한 조치도 없다. 사실 고대의 대가족 시대에는 딸에 대한 책임은 아버지와 그녀의 오빠가 함께 관여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야곱은 아들들이 가축과 함께 들에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다소 소극적이다. 정면으로 대처하지 않고 잠시 뒤로 물러나 수동적 자세로 관망한다.

 

야곱의 아들들이 들에서 돌아왔는데, 형제들은 동생 디나가 그켐에게 유괴되어 폭행을 당했다는 이 소식을 듣고 즉시 분개하여 화가 치밀어 있었다. 스켐이 야곱의 딸과 동침하여 이스라엘에서 추잡한 짓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런 짓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마침 스켐의 아버지 하모르가 야곱에게 이 내용을 이야기하려고 왔다. 그는 자기 아들이 디나에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내 아들 스켐이 여러분의 따님에게 반해 있습니다. 따님을 그의 아내로 주십시오. 우리와 인척 관계를 맺읍시다. 여러분의 딸들을 우리에게 주고, 우리 딸들을 데려가십시오. 우리와 함께 어울려 삽시다. 이제 이 땅은 여러분 앞에 펼쳐져 있으니, 여기 사시면서 두루 돌아다니실 수 있습니다. 이곳에 정착하십시오.” 여기서 정착하다땅을 차지하다와 같은 의미이다. 정착과 토지 소유는 서로 상관관계를 이룬다. 야곱과 그의 아들들은 정착민이 아니기 때문에, 토지 소유권과 정착민으로서의 권리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

 

하모르는 야곱의 아들들과의 공동생활을 제안하나 이는 신명기의 가르침이 아니다. 신명기에는 이스라엘과 이민족의 관계에서는 단호한 선을 그어, 계약도 맺지 말고 혼인해서도 안 되며, 그들의 우상을 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신명 7,1-6). 더구나 그는 아들 스켐과 디나의 결혼에 관한 가족 일을 가지고 양 집안은 물론 부족 전체의 문제로 확대하여 이야기한다. 어쩌면 아들이 저지른 야만적인 짓을 일단 모면해 보려는 속셈도 있었으리라.

 

스켐도 디나의 아버지와 오빠들에게 사정하며 말하였다. “저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십시오. 여러분이 저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제가 최선을 기울여 다해 드리겠습니다. 신부 몸값과 선물을 아주 많이 요구하십시오. 여러분이 말씀하시는 대로 다 마련해 보겠습니다. 다만 디나를 저의 아내로 해주시기만 하십시오.” 흔히들 신부 몸값은 약혼자가 약혼녀의 부모에게 지불하는 것이고, ‘선물은 약혼녀에게 주어 그녀 고유의 자산이 되는 것을 말한다.

 

스켐의 이런 제안은 어느 정도 매력적이다. 야곱은 이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다. 시종일관 침묵이다. 그렇지만 디나의 오빠들은 누이동생이 당한 일에 일종의 복수심에 불타 있었다. 이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비록 하모르와 스켐이 있는 자리에서 표면적으로는 진정하는 체하면서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다. 드디어 야곱의 아들들은 스켐과 그의 아버지 하모르에게 거짓으로 이렇게 대답하였다. [계속]

 

[참조] : 이어서 '30. 혼인 계약‘ / 야곱[3]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디나,히위 사람,하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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