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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4-10 조회수2,185 추천수14 반대(0)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전 세계로 전파되었습니다. 학교는 휴교하였고, 식당은 문을 닫았고, 성당의 미사도 중지되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찍 전파되었고, 지금은 많이 진정된 한국의 이야기를 잠깐 하려고 합니다. 다른 나라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한국의 대응을 모델로 따르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한국인의 심성입니다. 위기와 어려움 앞에서 한국인은 독특한 대응을 하였습니다. 마스크가 없다고 하니 83세의 할머니가 손수 마스크를 만들어서 전해 주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지역을 위해서 도시락을 만들어 주기도 하였고,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자원해서 봉사하는 의료진도 있었습니다. 임대료를 깎아 주기도 하고, 어려운 지역을 위해서 물품과 성금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극심한 사재기도 없었습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타 지역의 환자를 받아 주었습니다. 정부가 권고하기 전에 교회는 자발적으로 미사를 중지하였습니다. 굳이 지역을 봉쇄하지 않아도 자발적인 거리두기를 하였습니다. 외신은 깨어있는 민주시민의 역량을 보았다고 하였습니다.

 

한국인의 어려움에 대한 대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23년 전인 1997년에 한국은 극심한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국가부도 사태를 맞이했고,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습니다. 기업은 도산했고, 헐값에 팔려나갔습니다. 바이러스는 몸을 병들게 했지만 경제위기는 가정까지 병들게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인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전 국민이 금 모으기에 동참하였습니다. 아이의 돌잔치 금반지부터, 시집올 때 받았던 금반지와 금비녀를 가져왔습니다. 금 모으기에 동참한 사람들의 긴 줄을 은행 앞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박세리 선수의 US 여자 오픈에서의 우승은 위기를 극복하는 한국인들에게 위로가 되었고, 용기를 주었습니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13년 전인 2007년에도 한국인은 국가적인 어려움을 극복하였습니다. 좌초된 유조선에서 기름이 흘러나왔습니다. 청청한 바다인 태안은 검은 기름으로 가득 찼습니다. 누가 말하지 않았어도 사람들은 휴가를 반납하고 태안으로 달려갔습니다. 밀려오는 기름을 수건으로 헝겊으로 닦아냈습니다. 성당에서 단체들은 야유회를 대신해서 태안으로 갔습니다. 가족들이 태안으로 갔습니다.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었지만 우리의 환경을 우리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기름을 닦아냈습니다. 기름으로 검게 물들었던 태안은 다시금 청청한 바다가 되었고, 보금자리를 빼앗겼던 새들은 다시 돌아 왔습니다. 외신은 환경을 사랑하는 민주시민의 역량을 보았다고 하였습니다.

 

둘째는 바이러스를 대처하는 한국의 정책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확진자를 밝히려 하지 않을 때 한국은 원하는 사람은 모두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하였습니다.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비난도 있었습니다. 비용과 인력이 과도하게 소모된다는 비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원하는 모든 사람을 검사하였고, 확진환자는 격리하였습니다. 바이러스의 전파는 점차 진정되었고, 환자의 사망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과도할 정도의 검사는 바이러스 확산을 늦출 수 있었고, 불안과 공포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투명하게 모든 것을 발표하였습니다. 매일 질병관리 본부의 보고가 있었습니다. 검사자, 확진자, 완치자, 사망자의 통계를 발표하였습니다.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를 찾아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정직하고, 투명한 감염경로의 발표를 통해서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투명하게 발표하지 않으면 바이러스는 지역으로 전파되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거짓과 숨김은 인간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지만, 바이러스와의 싸움도 이길 수 없게 합니다. 다른 나라들은 한국의 투명하고, 정직한 통계를 신뢰하였고, 한국의 정책을 수용하였습니다.

 

교회는 믿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지난 사순시기를 모이지 않고 보냈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부활을 맞이하였습니다. 요즘 상황을 보면서 교훈을 떠올려 봅니다. 매일매일의 일상이 가장 큰 축복임을 이제라도 알게 되었습니다. 주님이 주신 행복을 곁에 놔두고 엉뚱한 것을 찾아 헤맸는지도 모릅니다. 매일같이 미사를 지내고 신자들과 함께한 일상들이 축복이고 행복이었던 것입니다. 텅 빈 성당을 보면서 그동안 우리 교회가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반성해봅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있습니다. 꽃이 피고, 강남 갔던 제비도 돌아와서 봄은 분명 왔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우리는 봄의 기운을 느끼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진흙탕 속에서도 아름다운 연꽃은 피어납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코로나 바이러스의 현장으로 달려간 간호사와 의사가 있습니다. 피해 지역의 주민을 위해서 도시락을 전달한 이웃 도시의 온정이 있습니다. 가장 거룩하고 엄숙하게 기억해야 할 성주간 전례를 중지한 교회의 결정이 있습니다. 부활에 우리는 빈 무덤을 묵상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아픈 이들과 함께하는 따뜻한 이웃들 속에 계십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두려움과 공포를 이겨내고 열정과 헌신으로 가진 것을 나누는 이들 속에 계십니다.

 

신앙의 신비여! 우리는 주님의 죽음을 전하며, 주님의 부활을 굳게 믿나이다.

예수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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