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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혼인 계약[30] / 야곱[3] / 창세기 성조사[75]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4-11 조회수1,216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30. 혼인 계약

 

스켐의 이런 제안은 어느 정도 매력적이다. 야곱은 이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다. 시종일관 침묵이다. 그렇지만 디나의 오빠들은 누이동생이 당한 일에 일종의 복수심에 불타 있었다. 이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비록 하모르와 스켐이 있는 자리에서 표면적으로는 진정하는 체하면서 내심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다. 드디어 야곱의 아들들은 스켐과 그의 아버지 하모르에게 거짓으로 이렇게 대답하였다.

 

할례 받지 않은 남자에게 우리 누이를 주는 그러한 일을, 우리는 결코 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아니 우리 집안에 정말 불명예를 안기는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여러분 가운데에 있는 남자들이 모두 할례를 받아 우리처럼 된다는 조건이라면, 우리는 여러분의 청을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 딸들을 여러분에게 주고 여러분의 딸들을 우리에게 데려오고 하면서, 서로 어울려 잘 살 수가 있을 겁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한 겨레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여러분이 우리의 말대로 할례를 받지 않으신다면, 오늘 당장 우리는 누이를 데리고 여기를 떠나가겠습니다.”

 

놀랍게도 하모르와 그의 아들 스켐은 야곱 아들들의 제안을 매우 좋은 제안으로 여겼다. 그래서 그 젊은이는 지체하지 않고 그 제안을 실행에 옮기고자 할례를 받았다. 그가 야곱의 딸을 너무나 좋아하였고, 성읍 사람들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이 단지 자신만의 문제였기에. 당시에 스켐은 자기 아버지의 온 집안에서 가장 존경받는 젊은이였다. 그는 이 내용을 집안의 일로만 치부하지 않고, 부족의 일로 여겨 이를 처리하려고 했다. 그리하여 하모르와 그의 아들 스켐은 성문으로 나아가서 자기네 성읍 남자들에게 말하였다.

 

이 사람들은 우리에게 대단한 호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들이 이 땅에 살면서 두루 돌아다닐 수 있게 해 줍시다. 이 땅은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상당히 넓습니다. 그들의 딸들을 아내로 데려오고 우리 딸들도 그들에게 줍시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자기들이 할례를 받은 것처럼 우리 가운데에 있는 남자들도 모두 할례를 받는다는 조건이어야, 우리와 함께 어울려 살면서 한 겨레가 되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어야만 결국은 그들의 가축 떼와 재산, 그들의 짐승들이 모두 우리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들의 조건을 우리가 받아들여서 그들이 우리와 어울려 살게만 합시다.”

 

그들은 성읍 사람들에게 디나와의 결혼 문제 일절 등은 언급하지 않고 성읍 공동체의 문제로 할례만을 언급한다. 이곳으로 굴러들어온 야곱 집안의 내력대로 우리가 따라주기만 하면, 그들이 가진 재산과 짐승들이 모두 성읍의 소유가 될 테니, 이것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게 틀림없단다. 어쩌면 이는 야곱 집안은 물론 이스라엘의 여러 부족이 가나안 땅으로 이주해 와 살기 시작할 때에, 적어도 그들이 현지인들과 아주 잘 어울렸다는 것을 넌지시 말해 주기도 한다.

 

이에 성문에 나온 사람들이 모두 하모르와 그의 아들 스켐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성문에 나온 남자들이 다 할례를 받았다. 그렇다면 과연 성읍의 남자들이 모두 할례를 받았을까? 그 숫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야곱과 가나안 부족 하모르의 양가가 상견례를 하면서, 결혼을 조건으로 할례를 언급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민족에게 할례가 비록 유배 시대 이후 정착되었다지만, 할례 그것만이 아브라함의 후손에 속한다는 표지인 것만은 과거 성조사에서부터 이민족에게도 각인시켰다는 것이다. 아무튼 디나의 오빠들은 동생이 입은 그 상처에 대한 복수의 마음만은 꺾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어떤 속임수를 쓰더라도, 동생의 결혼 조건으로 자기들만의 표징인 할례를 이민족에게도 요구했다.

 

이처럼 동생 디나의 겁탈을 두고, 야곱 아들들의 복수심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들은 거짓 약속으로 하모르와 스켐을 속였다. 집안을 더럽힌 저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나 보다. 이렇게 그들은 여느 인간과 다름없이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고 한편으로는 악한 인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가나안 정착을 원만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자기들을 저주하는 자에게는 생존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보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느님께서 나그네살이하는 아브라함에게 이르신 말씀이 생각난다. ‘너에게 축복하는 이들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를 내리겠다. 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12,3)

 

디나 오빠들의 제안에 따라 스켐은 물론 성읍의 모든 남자들이 할례를 받았다. 그때부터 사흘 뒤, 그들이 상처 때문에 아직 아파하고 있을 때, 야곱의 두 아들 곧 디나의 오빠인 시메온과 레위가 드디어 복수의 칼을 뽑았다. [계속]

 

[참조] : 이어서 '30. 혼인 계약‘ / 야곱[3]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혼인,겁탈,할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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