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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시메온과 레위의 복수[31] / 야곱[3] / 창세기 성조사[76]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4-12 조회수1,437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31. 시메온과 레위의 복수  

 

디나 오빠들의 제안에 따라 스켐은 물론 성읍의 모든 남자들이 할례를 받았다. 그때부터 사흘 뒤, 그들이 상처 때문에 아직 아파하고 있을 때, 야곱의 두 아들 곧 디나의 오빠인 시메온과 레위가 드디어 복수의 칼을 뽑았다. 그들은 미리 갈고 닦은 각자의 칼을 들고,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채 거침없이 성읍으로 들어가 마주치는 남자들을 모조리 다 죽였다. 하모르와 그의 아들 스켐도 칼로 쳐 죽이고, 스켐의 집에 머무르고 있는 동생 디나를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야곱의 아들들은 칼에 맞아 쓰러진 자들에게 달려들어 성읍을 약탈하였다. 그들이 자기들의 누이를 더럽혔기 때문이다. 할례 받은 성읍 사람들은 복수심에 불타는 디나 오빠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들은 상처로 인해 싸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야곱의 아들들은 이렇게 모두가 무방비의 성읍을 지리멸렬하게 공격하여 약탈하였다. 양과 염소, 소와 당나귀, 성안에 있는 것과 바깥 들에 있는 것들을 모두 빼앗고 심지어는 어린아이들과 아낙네들을 잡아가고, 집 안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착취하였다.

 

이는 단순한 가족 문제가 아닌 부족 간의 문제이자 야곱 전 집안의 문제로 비화할 지경이었다. 야곱은 자기 모든 아들을 꾸짖지 않고 하모르와 그의 아들 스켐을 살해한 시메온과 레위를 불러 꾸짖는다. “너희는 이 땅에 사는 가나안족과 프리즈족에게 나를 흉측한 인간으로 만들어, 나를 불행에 빠뜨리는구나. 나에게는 사람들이 얼마 없는데, 그들이 합세하여 나를 치면, 나도 내 집안도 몰살당할 수밖에 없다.” 둘은 레아가 낳은 아들이다.

 

야곱은 유목 생활에서의 교훈인 이웃과의 협동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하란에서의 나그네살이에서도 이를 터득했었다. 이런 협조가 없이는 싸움이 있거나 쌍방 다 다른 곳으로 흩어져야만 했다. 가축에게 먹일 물의 관리에 있어서는 특히 협의 필요했다. 물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자여 누수로 인해 가축은 물론 사람의 식수도 구하기가 힘들 경우가 빈번했다. 그러기에 가축에게 물을 먹이는 때와, 우물의 물을 퍼 올리는 시간까지 서로 합의로 정해야만 했다.

 

그래서 야곱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당연히 염려가 생겨날 수밖에. 사실 그는 스켐의 제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가 제안하는 몸값과 선물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되리라 생각했던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침묵했다. 이렇게 야곱은 가문의 명예와 체면보다는 집안의 평화와 안전을 앞세웠다. 그러나 그의 아들들은 명예를 더 중시했기에 무자비한 복수를 자행하였던 것이다.

 

그들은 우리 누이가 창녀처럼 다루어져도 좋다는 말씀입니까?” 하고 야곱에게 오히려 대들 듯 말하였다. 그들의 말에서 우리 누이라는 표현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들은 야곱에게 딸 디나동생 디나라 하지 않고 우리 누이라면서 사실상 그들이 디나의 보호자임을 내세웠다. 곧 디나는 이제 아버지의 딸이 아닌, 자기들 누이이기에, 동생인 디나를 창녀처럼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그들의 뜻을 단호히 밝혔다.

 

이 말은 가족 간의 어떤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어찌 보면 야곱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뜻하거나, 아니면 이제 아들들이 성숙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또 시메온과 레위의 이 단호한 말은 스켐의 디나 겁탈의 만행을 지적하는 것만이 아닌, 야곱이 디나의 이 일에 대해 아버지로서의 편파적이 자식 사랑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었다. 아무튼 야곱은 이제 나이가 들어 일선에서 뒤로 물러나, 자식들에게 집안일을 하나둘 맡길 시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성경 내용을 자세히 묵상해보면, 성경 저자는 시메온과 레위의 야만적인 행동에 대한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기는커녕, 에즈라와 느헤미야의 정신, 곧 이민족과의 혼인 금지를 강조하면서 필요하면 이민족에 대한 공격과 학살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작성된 된 것임을 알 수가 있다. 이는 레베카가 큰아들 에사우가 히타이트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는 것을 보고 근심을 하듯이(26,35), ‘그 고장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위험하다는 에즈라와 느헤미야와 생각을 넌지시 알리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야곱의 아들들이 스켐에서 만행을 저지른 후, 하느님께서 야곱에게 말씀하셨다. “일어나 베텔로 올라가 그곳에서 살아라. 그곳에 제단을 만들어, 네가 너의 형 에사우를 피해 달아날 때 너에게 나타난 그 하느님에게 바쳐라.” 이제 야곱은 스켐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가나안 사람들에게 더 혹독한 복수를 당할 수 있기에. 그러기에 하느님께서 야곱에게 스켐을 떠나 베텔로 가라고 하신 것은 아주 시의적절했다. [계속]

 

[참조] : 이어서 '베텔로 돌아오는 야곱[1]‘ / 야곱[3]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복수,창녀,베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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