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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 저는 작은 부활 선물 '미소짓게 하는 선물 하나 받았습니다'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0-04-12 조회수1,592 추천수0 반대(0) 신고

 

제가 2년 전에 교구성경잔치에서 우연히 알게 된 자매님이 계십니다. 마침 저희 본당 옆에 있는 본당에 계십니다. 또 마침 제가 작년에 1년 동안 꾸리아 일을 하면서 자매님 본당에서 꼬미시움을 하기에 한 달에 한 번씩 만나게 됩니다. 그냥 만나면 같은 교우이기 때문에 서로 인사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가끔 어쩌다가 공적으로 문자를 주고받는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일단 성격이 참 밝습니다. 첫날 성경잔치에서부터 처음 만나 이야기를 하는데도 성격이 쿨하고 서글서글한 그런 성격이었습니다. 무슨 누나가 동생 다루듯이 그러는 것이었습니다.

 

어떨 때는 그 본당에 토요일에 오전 10시에 미사가 있어서 미사를 봉헌하러 갈 때 잘 만납니다. 한 번은 제가 문자로 장난를 쳤습니다. 처음엔 문자를 보낼 때 자매님이라고 보냈습니다. 나이를 정확하게 잘 모릅니다. 왜 나이 이야기를 하느냐면요 만날 때마다 물론 공손하게 대하지만 어떨 땐 마냥 자기가 당연히 누나인 것처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냥 그렇게 계속 넘겼죠. 그러다가 제가 한번 무슨 공적인 일로 문자를 보내다가 질문을 하나 했습니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서요? 심리가 궁금했습니다. 제가 자매님, 제가 동생인지 오빠인지 모르겠습니다. ㅋㅋ 이런 식으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답장이 왔습니다. 당연히 누나라고 말입니다. 그 답장을 보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누나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지금은 그렇지만 그래도 보통 보면 제가 실제 나이보다 좀 어리게 보입니다. 그런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작년에 프란치스코 수도회 도보 때도 자매님들이 제 나이를 알고는 놀라워했습니다. 지금은 저도 예전만큼은 아닙니다. 제가 그래서 답장을 보냈습니다.

 

제가 오빠일 수가 있는데요. 만약 나중에 제가 오빠라는 게 사실이면 그때도 한번 누나면 영원한 누나입니다. 알았죠? 하고 보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공적인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오지를 않았습니다. 뭔가 쇼크를 받았는지 작년 말에는 그냥 해도 바뀌고 해서 새해 인사를 딱 사적으로 한 번 보냈습니다.

 

성경부에 말씀 봉사자로 봉사를 하기 때문에 성경에 관한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성경부 수녀님께 대신 좀 알아봐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런 부탁을 해도 전혀 답장이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제가 혹시 오빠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삐진 모양이었습니다. 아마 제 추측에는 그렇습니다.

 

오늘은 부활절이고 해서 제가 한번 그래도 인사를 카톡으로 보냈습니다. 안 올 줄 알았는데 왔습니다. 부활 달걀에 마스크를 착용한 이모티콘이 왔습니다. 기쁜 부활되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제가 자매님이라고 호칭을 하면서 감사하다고만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니 코로나 조심하세요.”라고 문자를 줬습니다. 이 카톡을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오늘 부활이라고 삐진 마음이 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속으로 혼잣말을 했습니다. “부활의 힘이 크긴 크네.”하는 생각이 들어 이 사연을 올려봅니다. 참 재미있습니다. 얼굴에 웃음이 번지게 해 주는 선물을 자매님이 오늘 부활 선물로 주네요.

 

담에 제가 저는 이모티콘 이런 거 보내는 거 별로 관심이 없어서 보낼 줄 모릅니다. 그래서 또 은근히 장난 아닌 장난을 했습니다. 이런 거 보내는 방법을 잘 모르니 담에 만나면 좀 가르쳐달라고 하니 동문서답을 하는 것입니다. 코로나 조심하라고 하네요. 오늘 저에게 웃음을 주는 부활 선물인 것 같습니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하나 느끼는 게 있습니다.

 

빌면 무쇠도 녹는다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무슨 잘못을 하고 그런 게 아니고 제가 왜 이런 말을 하느냐면요 사람이 자꾸 뭔가 좋은 뜻으로 뭔가를 하면 삐졌든, 화가 났든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번 하게 되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사람도 있긴 하긴 합니다만요.

 

그렇습니다. 누가 잘못을 먼저 했든, 말았든 먼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면 마음이 풀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것도 오늘처럼 부활절이라든지 의미 있는 날에 타이밍도 좋아야 할 것 같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오늘이 부활절이 아니었으면 답장이 안 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을 풀어주는 것도 정말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결론은 그렇습니다. 비굴하게는 아니더라도 마음을 담아 숙이고 들어가면 그냥 설령 화가 났다고 해도 나중엔 웃으면서 대응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성당이라는 공동체 내에서도 그럴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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