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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르우벤의 추행[35] / 야곱[3] / 창세기 성조사[80]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4-15 조회수2,022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35. 르우벤의 추행

 

앞으로 야곱에 관련된 이야기는 이 열두 아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리라. 그중에서 누가 야곱의 축복을 받으며 주요 인물로 부각될 것이며, 누가 야곱의 후손으로 예수님 족보에 기록될 것인지! 그렇지만 야곱에게는 설상가상으로 더 나쁜 일이 생긴다. 큰아들 르우벤이 자기의 소실이자 라헬의 몸종인 빌하와 근친상간을 범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라헬의 무덤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떠나, 믹달 에데르 건너편에 천막을 쳤다. 얼마를 그곳에서 지냈는지는 잘 모른다. 그가 하란을 떠날 때가 육십이었다. 이십 년을 객지 생활하면서 신심이 어쩌면 지쳤을 수도. 그의 아버지 이사악은 이제 백스물 살을 훨씬 넘기고 있었다. 성조사 이야기에서 야곱이 하란을 떠나 고향으로 되돌아와, 헤브론에서 여생을 보내는 아버지 이사악을 만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무려 육십 년의 긴 세월이다.

 

이 기나긴 여정을 거치면서 야곱은 참으로 많은 경험을 했다. 나이 마흔에 하란에 가서는 결혼하여 아들딸 낳아 생활한 지 어언 이십 년이다. 이제 그 숱한 세월을 뒤로하고 외숙 라반과 담판까지 벌이고서는 하란을 떠난 그였다. 그는 그 많은 자식과 아내를 포함한 많은 식솔을 거느리고 있다. 그리고 오랜 기간 애지중지 키운 수많은 가축의 무리를 이끌면서 고향 찾아 유랑의 유목 생활을 하며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프니엘에서 하느님과 밤새 씨름을 하고는 새 이름 이스라엘을 얻으면서 축복까지 받았다. 그리고 거기에서 에사우 형을 만나 지난 이십 년의 긴 시간 간직한 형의 원한을 슬기롭게 풀기도 했다. 이후에는 수콧으로 가서 자기가 살 집을 짓고 가축들을 위한 초막들을 만들어 머물기도 했다. 그리고 가나안 땅에 있는 스켐 성읍에 이르러서는 그곳에 제단을 세우고, 그 일대의 땅까지 매입하기도 했다. 좀 아쉬운 일은 그곳 족장의 아들 스켐이 디나를 겁탈하자, 야곱의 아들들이 그 스켐 성읍을 무자비하게 초토화했다.

 

이리하여 그곳에 더 머물기가 부담이 되어 베텔로 내려와, 거기에 예전과 같이 돌로 된 기념 기둥을 세운 다음, 그 위에 제주를 따르고 또 기름을 붓고는 얼마간 생활하였다. 거기에서 다시 남으로 이동하면서 베들레헴 못 미친 곳에서 벤야민의 출산에 의한 심한 산고로 그토록 사랑한 라헬의 죽음을 맞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 이렇게 여러 지역을 두루두루 거치면서 고향 찾아 이동하는 기간이 얼마가 되었는지는 잘 모른다. 문제는 성조사에서는 이 육십 년의 기간을 사안별이거나 시차적으로 세부적으로 나열하지 않았지 않나 쉽다. 그가 아버지 이사악이 계시는 헤브론에 가기 전, 마지막으로 머문 곳이 시온의 언덕이라 불리는 믹달 에데르이다.

 

이스라엘이 그 땅에 살고 있을 때, 르우벤이 자기 아버지의 소실 빌하에게 가서 그와 동침하였다. 이스라엘이 이를 듣고 알게 되었다. 이렇게 집안의 맏이가 차마 입에 담기가 거북한 불미스러운 짓을 저질렀단다.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그의 소실을 취했다는 점에서는, 르우벤의 소행은 어쩌면 압살롬이 아버지 다윗의 후궁을 범하는 소행과 비슷하다(2사무 16,20-23). 이 때문에 르우벤은 너는 내 침상을 더럽혔다’(49,4)라며 야곱 집안에서 단죄되었다고 봐야 할 게다.

 

그렇지만 르우벤이 아버지의 소실 빌하에게 저질렀다는 범죄에 대한 경위와, 야곱이 조치한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게 없다. 다만 야곱이 누군가에게 이를 듣고 알았다는 것만 보아도, 르우벤의 중대 범죄 사실이 있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어쩌면 이때만 해도 야곱은 나이가 한참이나 많았을 게다. 그래서 맏이의 그 행위에 대한 야곱의 분노 표출 내용은 그 어디에도 없다. 다만 그가 백마흔일곱(47,28)에 이집트에서의 삶을 마무리하면서, 자식들에게 유언으로 축복을 주면서 이야기한, 맏아들의 권리를 기껏 박탈한 정도였을 따름이다. 그만큼 당시에 나이 탓에 그의 기력이 다해서일까?

 

아무튼 르우벤은 아버지의 소실을 범한 탓으로 장자권마저 빼앗기게 되었다. 사실 그의 이 같은 근친상간은 그의 누이 디나가 스켐에게 겁탈당하는 폭행을 당한 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그 성읍에서 저지른 만행에 비하면 훨씬 정도가 심한 부끄럽고 창피스러운 일이었다. 이렇게 그는 말년의 아버지에게 비통함을 느끼게 만드는 불효를 저질렀다. 그 오랜 기간 이를 가슴에 묻고 노년의 삶을 견디어 낸 야곱의 아픈 마음의 상처를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 르우벤이 막달 에데르에서 저지른 만행을 포함한 야곱의 아들들 이야기는 성조사 요셉 이야기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묵상할 계획이다. 이런 점에서 야곱의 열두 아들에 대해 정리해 보자. [계속]

 

[참조] : 이어서 '르우벤의 추행‘ / 야곱[3]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추행,르우벤,믹달 에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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