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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자나무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20-04-19 조회수1,519 추천수0 반대(0) 신고

 

정자나무

 

고향 집 동네 어귀

 

자리 틀고 앉은 고목

 

백 년을 여섯 번이나 훌쩍 넘겨 놓고도

 

넉넉한 모습은 그대로인데

 

가까이 들여다보니 속이 텅 비었구나

 

밑동 큰 그 속 시커멓게 타버렸으니

 

한 세월 한 움큼씩 비웠으리

 

사나운 비바람 지날 땐

 

애써 키운 가지 찢기고 부러졌어도

 

또 한 백 년을 셈하고 있구나.

 

내 할아버지 할머니 살다 가신 얘기

 

내 아버지랑 어머니 살다 가신 얘기

 

내가 생겨났고 뛰어놀던 어린 시절

 

모두 다 알고 있을 아주 오랜 늙은 나무

 

날 더러 "잘 사느냐?"

 

라고 가끔 안부를 묻는다

 

내가 한 세월 살다가

 

지친 몸과 마음 내려놓으면

 

다시 올 고향 늙은 나무 그늘서

 

쉬어 가며 막걸리 사발 부딪치며

 

벌컥벌컥 마른 목축이고

 

지나온 옛이야기 들으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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