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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형들의 거짓말과 야곱의 애도[5] / 요셉[4] / 창세기 성조사[90]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4-25 조회수1,260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5. 형들의 거짓말과 야곱의 애도

 

르우벤이 구덩이로 돌아와 보니, 그 구덩이 안에 요셉이 없었다. 그는 자기의 옷을 찢고, 형제들에게 돌아가 말하였다. “그 애가 없어졌다. , 나는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이냐?” 맏이 르우벤은 이렇게 자기의 절망감을 마치 자기는 전혀 개입을 안 했다는 듯이 처절하게 표출한다. 사실 그가 동생 요셉에게 형으로서 해코지는 하되, 피만은 흘리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그 방안으로 그를 간단히 구덩이에 던져 버리고는 나중에 자기 혼자 와서는 끌어올려 집으로 데려갈 참이었다(37,22). 그래서 그는 동생들에게 구덩이에 밀어 넣되, 몸에 손을 대지는 마라.’라고 일러두었던 터다.

 

그래서 그가 제시한 안이 동생들한테 무시당한 채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그렇지만 르우벤의 이런 안타까움에도 다른 동생들은 어느 누구도 형의 이런 행동에 어떠한 난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요셉을 동생으로 여기지 않고 마치 형들 심부름만 하는 노예처럼 여겼기 때문이기도 했을 게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남자 노예의 몸값이 고작 은전 스무 세켈(레위 27,5)로 거래되었기에 그들은 요셉을 지나가는 미디안 상인들에게 넘겼을 수도.

 

사실 르우벤의 이런 울부짖음은 동생에 대한 책임을 진 맏형으로서 아버지가 가장 애지중지 아끼고 사랑하던 동생 요셉을 잃어버리고 어떻게 아버지 앞에 나타나겠느냐는 탄식이다. 사실 그는 요셉을 구덩이에 처넣도록 안을 내었기에 일말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었다고 보인다. 동생들은 맏이의 이런 슬퍼하는 모습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들은 요셉의 저고리를 가져다가, 숫염소 한 마리를 잡아 그 피에 적셨다. 요셉이 들에서 이렇게 불행한 일이 있었던 것처럼 꾸미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그 긴 저고리를 아버지에게 가지고 가서 말하였다. “저희가 이것을 들에서 주웠습니다. 이것이 아버지 아들 요셉의 저고리인지 아닌지를 한번 살펴봐 주십시오.” 형들은 하나같이 똘똘 단합해 숫염소의 피가 묻어 있는 요셉의 옷을 아버지 야곱에게 보여드리며 참으로 태연스럽게 아버지 야곱을 능멸하듯 속이고 있다. 이렇게 철면피한 그들은 그들이 벗긴 요셉의 옷으로 자신들의 범죄 행각을 완벽하게 감추고 있는 거다.

 

어쩌면 그들이 의도한 대로 이 긴 옷 자체가 이미 그 많은 것을 말해 주기에, 그리 더 이상의 말이 부자지간에 필요 없게 되었다. 그 옷은 요셉이 즐겨 입었고 아버지 야곱의 요셉에 대한 애정의 표시였기에. 물론 형들에게는 그 옷으로 인해 요셉을 증오하는 상징이었기도 했기에. 야곱은 그 피 묻은 옷을 보자마자 요셉이 들짐승에게 잡아먹힌 것으로 단번에 확신한다. 그리하여 그는 그것을 몸서리치며 살펴보다 말하였다.

 

내 아들 요셉의 저고리다. 이게 어찌 된 일이야! 그 사나운 몹쓸 짐승이 이렇게 잡아먹었구나. 요셉이 찢겨 죽은 게 틀림없다.” 야곱은 옷을 찢고 허리에 자루옷을 두른 뒤, 자기 아들의 죽음을 오랫동안 슬퍼하였다. 얼마 전 맏이 르우벤이 들판에서 한 옷을 찢듯이 아버지 야곱도 그랬다. 이렇게 옷을 찢는 행위는 큰 슬픔과 고통을 의미하며, 장례 때의 한 예식이기도 하다. 이런 애도 또는 절망감의 표시는 성경에서 폭넓게 확인된다(2사무 3,31; 1열왕 21,27; 2열왕 22,11 참조).

 

이렇게 편애의 상징이었던 요셉의 그 피 묻은 옷이 야곱의 가슴을 쓸어안고 가슴에 큰 대못을 박고 있다. 한편 형들의 속임수는 일단은 완벽한 성공으로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그의 아들딸들이 하나같이 모두 나서서 영문도 모른 채 요셉을 잃고 죽음을 목전에 둔 실의에 빠진 아버지를 위로하였지만, 요셉은 전혀 위로받기를 마다하면서 말하였다. “아니다. 나는 슬퍼하며 저승으로 내 아들에게 내려가련다.”

 

이렇게 야곱은 요셉과 그토록 그가 사랑한 라헬을 생각하며 한없이 울고 또 울었다. 그는 자신의 신세타령을 넋두리처럼 늘어놓았다. 다 큰 자식들이 동생 하나 지켜주지 않은 게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이제 저들은 저마다 제 갈 길로 갈게다. 한편으로 요셉을 그 먼 스캠으로 보낸 자신이 야속하기까지 느껴졌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 누구를 탓하랴! 다 제 탓이다 싶다. 그는 자신도 차라리 죽음의 세계인 저승으로 내려가기를 한탄한다. 그 어떤 슬픔이 이에 비길만하랴!

 

이제부터 연로한 야곱의 삶은 그토록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데 대한 슬픔으로 점철될 게다. 형제들은 그 엄청난 못된 짓을 저지른 죄책감으로 번민에 빠질 게다. 그들은 평소에 지닌 불만을 해소하는 데 일단은 성공했겠지만, 어쩌면 가정의 평화는 완전히 깨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으리라. 야곱은 하루에도 수도 없이 한숨지으며 눈물 마른 날이 없으리라. 형들은 그들 나름대로 자신들이 저지른 야만적인 거래가 탄로 날까 봐, 사분오열 감시의 눈초리로 분열될 게다.

 

한편 미디안인들은 이집트로 가서 파라오의 내신으로 경호대장인 포티파르에게 그를 팔아넘겼다. 그들이 요셉의 몸값을 얼마에 넘겼는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요셉은 야곱의 슬픔과는 달리 여전히 살아있다. 비록 가나안 땅이 아닌 이집트일지라도. 형들이 동생 요셉을 시기해 죽이고 싶었지만, 요셉은 결국은 살아남았고 이집트에서 그의 여정을 이어갈 것이다. 그 긴 여정에 그의 꿈은 과연 성취될까?

 

하느님께서 베텔에서, 그리고 프니엘에서 야곱에게 약속하신 후손과 땅에 대한 구원 계획은 열두 자식 중 누구에 의해 이어질지 참으로 궁금하다. 갈수록 야곱에게는 암운의 그림자만 드리우는 것 같다. 그토록 사랑한 라헬이 벤야민을 낳으면서 죽고, 그가 낳은 요셉마저 이제 환한 대낮에 들짐승에 물려 가 죽었으니 그의 시름은 계속될 게다. 형들은 그를 시기하였지만, 그의 아버지는 이 일을 마음에 간직하였던 요셉의 들려준 그 꿈마저 다 헛된 꿈으로 물거품이 되나 보다. “내가 또 꿈을 꾸었는데, 해와 달과 별 열한 개가 나에게 큰절을 하더군요.” 야곱은 지금도 요셉의 그 꿈 이야기가 귓전을 맴도는 것 같았다. [계속]

 

[참조] : 이어서 '유다의 아들들‘ / 요셉[4] 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자루옷,숫염소,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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