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3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4-26 조회수2,308 추천수13 반대(0)

사순시기가 시작되면서 미사가 중단되었습니다. 부활이 되면 당연히 중단된 미사가 시작될 줄 알았습니다. 40일이면 정화의 시간으로 충분할 줄 알았습니다. 40일이면 현대의 과학과 의술이 충분히 바이러스를 이겨낼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부활의 시간이 되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미사가 없는 신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요한복음 4장에서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은 예배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저희 조상들은 이 산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네는 예배를 드려야 하는 곳이 예루살렘에 있다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아, 내 말을 믿어라. 너희가 이 산도 아니고 예루살렘도 아닌 곳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진실한 예배자들이 영과 진리 안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사실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예배를 드리는 이들을 찾으신다. 하느님은 영이시다. 그러므로 그분께 예배를 드리는 이는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

 

전례와 형식이 갖춰진 미사가 있습니다. 성전, 제단, 성가, 강론, 영성체, 친교로 이루어진 미사가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사마리아 여인이 되어서 또다시 묻는 건 아닌지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디에서 미사를 드려야 하나요? 전례와 형식을 갖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성전에 함께 모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또 다른 형태의 미사와 전례(典禮)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성경읽기, 묵상, 애덕의 실천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방송을 통한 미사참례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너희가 이 산도 아니고 예루살렘도 아닌 곳에서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은 영이시다. 그러므로 그분께 예배를 드리는 이는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 하느님은 영이시라 이야기하십니다. 그러기에 영은 장소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진리와 영에 충만하다면 비록 전례와 형식을 갖추지 못할지라도, 공적인 미사에 참례하지 못할지라도 우리는 하느님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기쁨을 전할 수 있습니다. 성인과 성녀 중에는 전례와 형식, 미사에 참례하지 못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박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분들은 진리와 영안에서 하느님과 일치하였습니다.

 

예전에는 일정표의 칸마다 빼곡하게 적혀있었습니다. 강의, 면담, 미사, 모임, 여행, 식사, 봉성체, 홍보, 피정, 운동으로 일정표는 제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었습니다. 하루에 몇 가지 일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오전에는 길음동 수녀원, 오후에는 해방촌 성당, 저녁에는 안양 라자로 마을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몸은 피곤했지만 보람 있었습니다. 부족한 저를 불러주심에 감사드렸습니다. 텅 빈 일정표를 봅니다. 사순시기에 예정되었던 특강과 홍보가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부활 후에 예정되었던 성지순례가 취소되었습니다.

 

텅 빈 일정표를 보면서 빈 무덤을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요청과 요구에 의해서 일정표를 채웠습니다. 지금은 스스로 일정표를 채워야합니다. 십자군 이야기, 로마제국 흥망사를 읽어보려 합니다. 바쁜 일정표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했던 책입니다. 요한복음 강의록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밤이면 핸드폰을 충전하듯이, 텅 빈 일정표에 진리와 영을 채우고 싶습니다. 외부로 향했던 시선과 생각을 성찰의 시간으로 만드는 것도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을 하십니다. “곧 없어질 양식을 위해서 살지 말고,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을 위해서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라고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을 해 주십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나를 믿으면 됩니다.” 예수님을 믿는 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예수님의 삶, 예수님의 가르침,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것입니다.

 

목마른 사람에게 한모금의 물이 되어 주는 것, 지치고 힘든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의 쉼터가 되어 주는 것, 가난한 이웃에게 빵이 되어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주님을 믿는 것이고, 이것이 영원한 생명을 위한 삶입니다. 이것이 진리와 영안에서 드리는 예배입니다. 그러나 그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오늘 스테파노의 모습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 길은 박해를 받기도 하고, 그 길은 모욕을 받기도하고, 그 길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길입니다. 곧 없어질 음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을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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