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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3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4-30 조회수2,162 추천수14 반대(0)

신앙인이 되는 길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신앙인이 되는 경우입니다. 유아세례를 받은 사람은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부모님은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아이가 세례를 받도록 합니다. 아이에게 물어보지 않고 여행도 가고, 물어보지 않고 옷도 입히고, 물어보지 않고 이사를 갑니다. 아이는 아직 판단할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아이는 먹어야 하고, 입어야 하고, 잠을 자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세례를 받도록 하는 것은 교회의 법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신앙이 아이의 삶에 소중하고,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부모는 신앙인의 삶을 모범으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저도 유아세례를 받았습니다. 저를 낳아주신 부모님의 선택이었습니다. 제게 성()을 주시고, 신앙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부모님께서는 사제가 되어서 교회에 봉사하는 저를 위해서 항상 기도하시고, 응원해 주십니다.

 

본인의 선택으로 신앙인이 되는 경우입니다. 배우자가 원해서 신앙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친구나 이웃의 권유로 신앙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귀감이 되는 신앙인을 보고 세례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70년대와 80년대에는 많은 사람이 교리를 배워 세례를 받았습니다. 교회가 소외된 이들과 함께 했었고, 교회가 불의한 권력에 맞서는 사람들의 피난처가 되어 주었고, 교회가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은 종교를 넘어서서 한국에서 존경받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성탄절이면 늘 가난한 공동체를 찾아가셨고, 그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공권력을 피해 성당으로 젊은이들이 들어왔을 때입니다. 추기경님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학생들을 잡아가려면 먼저 나를 잡아가시오, 내 뒤에는 사제들이 있고, 수도자들이 있소. 그런 다음 학생들을 잡아가시오.” 학생들은 모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 교회에서 봉사하는 분들은 대부분 그 당시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개종해서 신앙인이 되는 경우입니다. 바다로 나갔던 연어가 강으로 돌아오는 걸 봅니다. 연어는 바다에서 거친 물살을 견디며 살았습니다. 잡혀 먹힐 위험도 이겨냈습니다. 그러기에 강으로 돌아온 연어는 새로운 생명을 세상에 내 놓습니다. 개종한 신앙인은 신앙심이 더 깊어지곤 합니다. 참된 믿음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잘못된 신앙을 가진 것을 후회하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피정과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영적인 갈망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토끼는 먼저 달려갔지만 게을렀습니다. 거북이는 늦었지만 성실했습니다. 신앙심은 세례의 연도에 비례해서 깊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유아세례를 받았어도, 본인의 선택으로 세례를 받았어도, 개종을 해서 세례를 받았어도 신앙은 영적인 갈망이 있어야 깊어지는 것입니다. 신앙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능력, 경력, 재산, 혈통을 기준으로 부르시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한없는 자비와 끝없는 사랑으로 우리 모두를 부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교회를 박해하던 사울을 부르셨습니다. 사울은 사도 베드로와 함께 초대 교회의 기둥이 되었습니다. 이방인을 위해서 선교하였고, 서간을 통해서 신자들을 격려했고, 가르쳤고, 꾸짖기도 했습니다. 초대 교회의 교리와 신학적인 틀을 마련하였습니다. 교회를 박해했고, 늦었지만 예수님에 대한 사랑과 교회에 대한 사랑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습니다. 5월의 첫날입니다.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코로나19로 못 다한 신앙이 있다면 더욱 열심히 애덕을 실천하고,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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