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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헌작 시종장의 꿈과 해몽[15] / 요셉[4] / 창세기 성조사[100]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05 조회수1,741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5. 헌작 시종장의 꿈과 해몽

 

아무튼 이집트의 대부분의 해몽가들과는 달리, 요셉은 마술이나 별자리 등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하느님의 도우심에만 의지한다. 이렇게 요셉은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지하고 그분만을 신뢰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그때 그 감옥에서 그 두 이집트 시종장이가 꾼 그 각자의 꿈은, 과연 그들만이 꾼 꿈이었다고 단정할 수가 있을까? 이는 의당 하느님이 그 의로운 요셉을 위해, 그들에게 꿈을 꾸게 하신 것이 아닐까?

 

이에 대해서는 차츰 더 묵상하기로 하고 그들이 꾼 꿈, 아니 하느님께서 꿈으로 그들에게 게시해 준 그들의 운명을 요셉의 해몽으로 알아보자. 먼저 헌작 시종장이 요셉에게 자기의 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꿈에 보니, 내 앞에 포도나무 한 그루가 있었네. 그 포도나무에는 가지가 셋이 있었는데, 싹이 돋자마자 꽃이 피어오르고 포도송이들이 익더군. 그런데 내 손에는 파라오의 술잔이 들려 있었다네. 그래서 내가 그 포도송이들을 따서 파라오의 술잔에다 짜 넣고는, 그 술잔을 파라오의 손에 올려 드렸네.”

 

먼저 요셉에게 털어놓은 헌작 시종장의 꿈 내용은 그의 직책과 연관된다. 포도나무에 가지가 셋 있다. 거기에 싹이 돋자마자 꽃이 피고 포도가 바로 익더란다. 그런데 손에는 파라오의 술잔이 들려 있었고, 그래서 포도송이를 따서 임금의 술잔에 짜 넣고 그 잔을 임금님께 바쳤단다. 꿈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연상되는 내용이다. 임금님께 불려가서 그분께서 즐기시는 약주를 한 잔 올린다는 내용이다. 반대로만 해몽하지 않는다면 당장 복권된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꿈을 좀 더 세부적으로 묵상해보면 이라는 숫자에 특징이 있다 하겠다. 첫째로 포도나무에 가지가 셋이 있다. 둘째는 세 단계로 포도송이가 여문다.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송이가 익는다. 셋째는 임금님 손에 잔이 들여지는 데까지 세 가지의 행위가 있다. 포도를 따고 잔에 짜 넣고 잔을 손수 파라오에게 올려서 바친다. 통상 의 숫자 의미는 완성을 뜻하며, 또한 좋은 어떤 것을 뜻한다. 그래서 당연히 삼 일 후면 그 어떤 좋은 일이 시종장에게 일어날 일을 미리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자 요셉이 그에게 말하였다. “꿈풀이는 이렇습니다. 가지 셋은 사흘을 뜻합니다. 이제 사흘이 지나면, 파라오께서는 나리를 불러올려 복직 시켜 주실 것입니다. 그러면 나리께서는 전에 헌작 시종으로서 하시던 법대로 파라오의 손에 술잔을 올리시게 될 것입니다.” 요셉의 꿈 풀이도 예상한 그대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흗날에 헌작 시종장이 바라고 바라던 그대로 복직이 실현된다는 거다.

 

일반적으로 이런 종류의 해석에는 사전 전제를 달아 문답식으로 풀이하면, 질문이 답이 되고 답이 되레 질문이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러다 보니까 문답이 그 자리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맴돌다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에 요셉이 답변하는 경우처럼 사흘이 지나면, 나리께서는 전에 하시던 대로 파라오의 손에 술잔을 올리시게 될 것입니다.’라고 일목요연하게 간단하게 언질만 주면 된다. 이런 것이 통하는 이유는, 이 같은 꿈풀이는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40,8)이라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이기도 할 게다.

 

통상 이렇게 꿈 해석 결과가 좋으면 복채를 두툼하게 내는 게 관례이다. 꿈 풀이 꾼이 그렇게 요구하지 않아도 기분상 그렇게 하는 게 일반적이다. 또 그렇게 해야만, 어쩌면 그 풀이 결과가 기분상으로는 더 신빙성이 있다나. 그래서 요셉도 나름대로 복직의 희망에 기쁨을 갖는 헌작 시종장에게 한마디 건넨다. “그러니 나리께서 잘되시면, 저를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에게 은혜를 베푸셔서 파라오께 저의 사정을 잘 아뢰시어, 저를 이 집에서 풀려나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사실 저는 히브리인들의 땅에서 붙들려 왔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도 저는 이런 구덩이에 들어올 일은 아무것도 한 적이 결코 없습니다.”

 

사실 요셉도 인간인지라 자신의 지금의 딱한 사정을 속으로만 담고 있기에는, 너무 억울한 마음이 솔직히 여럿 있었을 게다. 저 멀리 가나안 지역에서 이곳으로 팔려 왔고, 억울하게 누명을 뒤집어쓴 채 지금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그는 이렇게 처음으로 자신의 불만을 언급하면서 무죄를 밝힌다. 그러니 기회가 되면 저의 이 안타까운 처지를 꼭 기억하시어, 이곳 생활을 저도 언젠가 벗어날 수 있도록 꼭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모르긴 몰라도 의로운 요셉에게도 그 구덩이에서 기거하는 감옥 생활은 어느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사흘 후에 이곳을 나갈 헌작 시종장에게 무려 두 번이나 기억해 주시기를, 풀려나게 해 주시기를따로 언급까지 하면서 간곡히 부탁한다. 이렇게 두 번씩이나 부탁을 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떤 어려움이 해결되고 나면, 그를 도와준 고마운 이를 깜빡 잊는 게 태반이기 때문이기도 할 게다.

 

그렇지만 그 헌작 시종장이 복직의 기쁨을 억누르지 못해 요셉의 그 간절한 두 번의 청을 설사 잊어버렸을지라도, 요셉과 함께하시는 하느님께서는 그 시종장에게 알릴 기회를 잊지 않고 분명 일깨우실 게다. ‘파라오께 저의 사정을 꼭 아뢰시어, 저를 이 집에서 풀려나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40,14)의 그 간절한 부탁을 그가 언제 기억하도록 하실런지는, 단지 하느님의 몫으로 접어두기로 하자. 분명한 것은 두 달이 도 걸리지, 만 이 년이나 걸릴지는 두고 보자. 어디 기억하시는 하느님 아니시냐.

 

요셉이 좋게 풀이하는 것을 보고 제빵 시종장도 그에게 말하였다. [계속]

 

[참조] : 이어서 '제빵 시종장의 꿈과 해몽‘ / 요셉[4] 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해몽,헌작 시종장,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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