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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제빵 시종장의 꿈과 해몽[16] / 요셉[4] / 창세기 성조사[101]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06 조회수1,639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6. 제빵 시종장의 꿈과 해몽

 

그렇지만 그 헌작 시종장이 복직의 기쁨을 억누르지 못해 요셉의 그 간절한 두 번의 애절한 청을 설사 잊어버렸을지라도, 요셉과 함께하시는 하느님께서는 그 시종장에게 알릴 기회를 잊지 않고 분명 일깨우실 것이다. ‘파라오께 저의 사정을 꼭 아뢰시어, 저를 이 집에서 풀려나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40,14)의 그 간절한 부탁을 그가 언제 기억하도록 하실지는, 단지 하느님의 몫으로 접어두기로 하자. 분명한 것은 두 달이 넘게 걸리지, 아니면 만 이 년이나 더 걸릴지는 두고 보자. 어디 기억하시는 하느님이 아니시냐.

 

드디어 요셉의 해몽이 좋게 그럴듯하게 풀이하는 것을 보고 제빵 시종장도 요셉에게 자신의 꿈 풀이를 청한다. 그에게도 요셉의 좋은 해몽이 있을까? 아니면, 불운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까? 제빵 시종장도 꿈 내용을 요셉에게 말하였다. “나도 꿈에 보니 내 머리 위에 과자 바구니가 세 개 있었네. 제일 윗 바구니에는 파라오께 드릴 온갖 구운 빵이 들어 있었는데, 새들이 내 머리 위에 있는 그 바구니에서 그것들을 쪼아 먹고 있었네.”

 

시종장의 꿈은 세 개의 과자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있었는데, 파라오에게 드릴 제일 위에 있는 바구니에 담긴 빵을 새들이 달려들어 쪼아 먹는 거란다. 임금님께 드릴 빵을 새들이 와서 쪼아 먹는 것은 대단히 불길한 징조다. 새들이 쪼아 먹는 것을 누군가가 막아내지 않는 한, 그 꿈 당사자에게는 참으로 나쁜 꿈이다. 더구나 머리 위에 있는 바구니는 어디엔가 매달리는 흉측스러운 모습이기도 하다.

 

이렇게 제빵 시종장의 꿈은 헌작 시종장의 그것과는 정반대로 대단히 불길했다. 그러자 요셉이 해몽한 것을 차분히 설명하였다. "그 꿈풀이는 이렇습니다. 시종장께서 머리에 인 그 바구니 셋은 분명히 사흘을 뜻합니다. 이제 사흘이 지나면, 파라오께서 나리를 신하들 가운데로 불러올려 나무에 매달 것입니다. 그러면 어디엔가 새들이 날아와서는 나리의 죽은 살을 쪼아 먹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제빵 시종장은 공개 처형까지 당할 뿐만 아니라, 그 시체를 새들마저 와서는 쪼아 먹게 된다는 참으로 입에 담기가 거북한 내용이다. 그리고 새들이 그 시체를 갉아 먹는 것은 그의 영이 내세에서도 결국 안식하지 못한다니, 이는 어쩌면 가문의 대단한 수치일 수도. 이렇게 시종장이 극형의 처벌을 받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그는 아주 중차대한 나쁜 범죄를 저질렀던 것 같다. 아무튼 설명하는 요셉이나 듣는 모두가 다 안타까운 꿈인 것 같아 씁쓰레하기 참으로 그지없다.

 

드디어 요셉의 해몽대로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그날은 파라오의 생일이어서, 그는 모든 신하에게 큰 잔치를 베풀었다. 그러고는 경호대장인 포티파르의 집의 감옥에 갇혀 있는 헌작 시종장과 제빵 시종장을 신하들 가운데로 불러올려, 헌작 시종장을 헌작 직위에 복직시키니, 그가 파라오의 손에 술잔을 오랜만에 올리게 되었다. 그러나 제빵 시종장은 나무에 매달게 하였다. 이는 요셉이 그들에게 꿈을 풀이하여 준 그대로였다. 그렇지만 복직된 헌작 시종장은 요셉의 부탁을 기억하지 않았다. 그만 기쁨에 젖어 그것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것이다.

 

그만큼 간절하게 감옥에서 풀려나기만을 바랐던 요셉이었지만, 그 희망은 끝내 무산된다. ‘그러니 나리께서 잘되시면, 저를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에게 은혜를 베푸셔서 파라오께 저의 사정을 잘 아뢰시어, 저를 이 집에서 풀려나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40,14)’라고 두 번씩이나 자신의 딱한 사정을 간절히 부탁한 일이 아니던가! 이를 두고 하느님도 참 무심하시지!’라는 하소연이 의로운 요셉에게는 참 들어맞는 표현일지도.

 

아무튼 헌작 시종장이 요셉의 해몽대로 복직된 뒤에도, 요셉의 간절한 바람을 잊어버렸다. 그렇지만 요셉은 그 어떤 실망이나 불평마저도 없었다는 점에서는, 그의 의로움을 확실히 엿볼 수 있다. 사실 그 시종장이 이렇게 그를 잊어버린 것은, 어쩌면 지혜로우시며 창의적이신 하느님께서 요셉이 더 큰 일을 하게 하시려고 세우신 계획의 일부일지도. 그리하여 늘 기억하시는 우리 하느님께서는 요셉이 저런 구덩이에서의 감옥 생활을 청산할 수 있도록, 때가 오면 헌작 시종장에게 요셉의 억울함을 되살릴 수 있는 계기를 분명히 마련하시리라.

 

그렇다. 이렇게 요셉은 그의 간절한 부탁을 헌신짝처럼 저버린 헌작 시종장을 원망하지 않고 묵묵히 때를 기다린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던 그때가 오면, 그 난해한 꿈을 풀이해 준 요셉을 그 시종장은 분명히 기억하리라. 아니 하느님께서 그에게 꼭 기억하게 만드실 것이다. 그때 의로운 요셉에게 주어진 그 고난의 시간이 온 인류에 대한 축복의 원천이 되며, 뭇 백성의 생명을 구하는 원천이 되리라.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이르신, ‘세상의 모든 종족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12,3)라는 약속이 부분적으로 성취될 것이다.

 

헌작 시종장이 요셉의 해몽대로 복직된 그로부터 이 년이 지난 뒤, 이집트의 임금인 파라오가 꿈을 꾸었다. [계속]

 

[참조] : 이어서 '파라오의 꿈‘ / 요셉[4] 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제빵 시종장,해몽,파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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