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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파라오의 꿈[17] / 요셉[4] / 창세기 성조사[102]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07 조회수1,543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7. 파라오의 꿈

 

그렇다. 이렇게 요셉은 그의 간절한 부탁을 헌신짝처럼 저버린 헌작 시종장을 원망하지 않고 묵묵히 때를 기다린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던 그때가 오면, 그 난해한 꿈을 풀이해 준 요셉을 그 시종장은 분명히 기억하리라. 아니 하느님께서 그에게 꼭 기억하게 만드실 것이다. 그때 의로운 요셉에게 주어진 그 고난의 시간이 온 인류에 대한 축복의 원천이 되며, 뭇 백성의 생명을 구하는 씨앗이 되리라.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이르신, ‘세상의 모든 종족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12,3)라는 약속이 부분적으로 성취될 것이다.

 

헌작 시종장이 요셉의 해몽대로 복직된 그로부터 이 년이 지난 뒤, 이집트의 임금인 파라오가 하룻밤에 연이어 두 개의 꿈을 꾸었다. 이 이 년이 지나도록 의로운 요셉의 꿈 풀이대로 현직에 복직한 현작 시종장은 요셉의 그 간절한 부탁을 기억하지 않았다. “나리께서 잘되시면, 저를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에게 은혜를 베푸셔서 파라오께 저의 사정을 잘 아뢰시어, 저를 이 집에서 풀려나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사실 저는 히브리인들의 땅에서 붙들려 왔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도 저는 이런 구덩이에 들어올 일은 아무것도 한 적이 결코 없습니다.”(40,14-15)

 

이렇게 헌작 시종장은 참으로 무심했다. 요셉의 그 간절함을 두고두고 새겨야 할 것을, 어쩌면 진작에 수십 번을 기억해도 모자랄 것을, 그는 여태 그것을 잊어버렸다. 그 구덩이 감방에서 함께 한 동료 제빵 시종장은 결국 임금님의 잔칫날에 그 히브리인 요셉의 꿈 풀이대로 극형에 처하지 않았는가! 그 소름 끼치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그는 요셉의 애절함을 나 몰라라 했다. 권력으로 오만해지면 귀가 어두워지고, 헌작이라는 술 따르는 직책이다 보니 술에 너무 취한지라 제정신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요셉의 고달픈 삶은 파라오가 꿈꾸는 그 시각에도 계속되고 있었다.

 

, 첫 번째 파라오의 꿈 내용이다. 그가 나일 강 가에 서 있는데, 잘생기고 살진 암소 일곱 마리가 나일 강에서 올라와 갈대밭에서 풀을 뜯었다. 그런데 그 뒤를 이어, 또 다른 못생기고 야윈 암소 일곱 마리가 나일 강에서 올라와, 강가에 있는 그 암소들 곁으로 가서 섰다. 그러고는 이 못생기고 야윈 암소들이 잘생기고 살진 그 일곱 암소를 잡아먹는 것이었다. 그는 잠에서 깨어났다. 나일 강을 중심으로 목축에 관련된 꿈이다.

 

다소 이상하다는 생각도 잠시 그는 다시 잠이 들어 두 번째 꿈을 꾸었다. 밀대 하나에서 살지고 좋은 이삭 일곱이 올라왔다. 그 뒤를 이어 야위고 샛바람에 바싹 마른 이삭 일곱이 솟아났는데, 이 야윈 이삭들이 살지고 여문 그 일곱 이삭을 삼켜 버리는 것이었다. 파라오가 잠에서 깨어 보니 여전히 꿈이었다. 이번에는 농사에 관련된 것이었다. 무언가 두 꿈이 서로 연결되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별개의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아침이 되자 그는 마음이 몹시도 불안하여, 사람을 보내 이집트의 모든 요술사와 현인을 불러들였다. 여기서 요술사에 해당하는 히브리 말은 본디 사제이며 가르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이집트 말에서 유래된 말이다. 그래서 사제로도 옮기기도 한다. 한편 현인은 서기관 학교에서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 당시만 해도 고위 관리에 속했다. 그런 다음 파라오는 자기가 꾼 꿈을 그들에게 이야기하였지만, 아무도 파라오에게 그의 마음에 쏙 이끌리게 그것을 풀이해 주지 못하였다.

 

고대 근동지역에서는 최고 통치권자의 꿈은 묵시적으로 별도의 의미를 주기도 했다. 그것은 그들이야말로 신과 직접 내통하는 위치에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었기에. 그래서 그들은 자기 나라와 백성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안녕을 책임져야 했기에, 신이 내리는 예언을 중재하는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해몽을 들이대야 했다. 그만큼 임금이 꾼 그 꿈은 신이 내린 계시라고 다들 믿었기에.

 

그렇지만 임금에게 불려온 이들은 하나같이 파라오의 꿈에 대해 명쾌한 해몽을 내놓지 못했다. 그럴수록 파라오는 자신의 꿈이 불길한 것 같아 마음에 자꾸 걸려 머리만 뒤숭숭해진다. 꿈에 담긴 베일을 벗기려 하지만, 자꾸만 모든 것이 꼬여가는 모습이다. 그만큼 내놓는 그들의 의견 하나하나가 임금의 마음을 사로잡지를 못했다. 궁으로 불려 들어오는 이들에게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였지만, 아무도 파라오에게 그것을 풀이해 주지 못하였다.

 

그때 헌작 시종장이 파라오에게 아뢰었다. “오늘에야 제 잘못이 생각납니다. 임금님께서는 당신의 종들에게 진노하시어, 저와 제빵 시종장을 경호대장 집에 가두신 적이 있습니다. 저와 그는 같은 날 밤에 꿈을 꾸었는데, 저마다 다른 뜻을 지닌 꿈을 꾸었습니다. 그때 거기에는 경호대장의 종인 젊은 히브리인이 저희와 함께 있었습니다. 저희가 그에게 말하자 그는 저희 꿈을 풀이하였습니다. 저희 각자의 꿈을 풀이해 주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풀이한 대로 되었습니다. 저는 복직되고 제빵 시종장은 나무에 매달렸습니다.”

 

이 년 전의 그 순간이 시종장의 뇌리를 스치자, 그는 드디어 그가 외면한 요셉의 간절한 청을 저버린 자신의 잘못을 느꼈다. ‘나리께서 잘되시면, 저를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그 애절한 외침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그 시종장은 그때의 솔직한 심정에다 자기와 동료 제빵 시종장이 겪은 그대로를 임금에게 아뢰었다. 참으로 용한 히브리인 해몽가가 지금도 경호대장의 집 감옥에 그대로 있을 것이라면서, 임금님께 의로운 요셉을 어쩌면 적임자라면서 당당히 추천한다. 이렇게 기억하시는 하느님께서는 때를 놓치지 않고 헌작 시종장의 생각을 이 년 전 그때로 정확히 되돌리셨다.

 

이 얼마나 놀라운 하느님의 계획이던가! 그분께서는 먼저 파라오가 직접 자기 백성 가운데에서 지혜롭다는 이들의 의견을 듣도록 자리를 깔아 놓으셨다. 그 결과 그들의 무지가 먼저 드러나게 하시고는, 죄수요, 포로이면서 종의 신분이 된 저 히브리인을 불러내시어, 그토록 많은 이가 풀지 못한 예언을 풀이하게 하셨다. 그리하여 의로운 요셉이 위로부터 받은 그 은총을, 만인이 보는 앞에 확실히 드러나게 하실 것이다. 그렇게 하느님께서는 오늘에야 소인인 제 잘못이 생각납니다.’라고 헌작 시종장을 임금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고백하게 하셨다.

 

그러자 파라오는 사람들을 보내어 요셉을 불러오게 하였다. [계속]

 

[참조] : 이어서 '꿈꾼으로 명성을 얻은 요셉‘ / 요셉[4] 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나일강,일곱 마리,요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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