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5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09 조회수1,871 추천수8 반대(0)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의 성현 순자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푸른색은 쪽풀에서 취했지만 쪽풀보다 더 푸르고, 물이 얼어 얼음이 되었지만 얼음은 물보다 더욱 차갑다.”라고 하였습니다. 한국은 근대화의 과정에서 늦게 출발했습니다. 일본에게 침략을 당했고, 한국전쟁도 있었습니다.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고,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보여주었습니다. 촛불의 기적을 보여 주었습니다. 한국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방역과 치료에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 하겠습니다. 한국의 진단키트는 여러 나라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취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외국에서 지내면서 이런 뉴스를 들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코로나19을 겪으면서 후배 신부님들의 모습을 봅니다. 저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습니다. 신앙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성서공부 어플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저도 문제를 풀면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각자의 공간에서 성가를 부르고 그것을 합창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스마트 폰을 이용해서 실시간으로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기도 했습니다. 참여한 신자들도 현장감이 있어서 좋았다고 합니다. 아날로그에 익숙한 저는 디지털 문화에 적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후배 신부님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문화를 디지털을 통해서 마음껏 발산하고 있습니다. 시대는 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습니다. 변화된 시대에 변하지 않는 신앙의 진리를 전하는 신부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이후의 신앙생활을 생각합니다. 미사가 중단되면서 오히려 미사 참례와 영성체의 의미가 더 소중해졌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물과 공기의 고마움을 몰랐던 것처럼 미사 참례와 영성체의 소중함을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동체가 함께 어울려 미사를 봉헌하고, 친교를 나누는 것이 참으로 소중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전례를 체험했습니다. 각자의 가정에서 영상으로 미사를 참례했습니다. 사회생활과 학교생활에 쫓겨 잊고 있었던 가정과 일상이라는 보물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거룩한 장소는 성당만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의 가정은 작은 성당입니다. 예전에는 가정에서 묵주기도, 연도, 아침기도, 저녁기도를 함께했습니다.

 

코로나19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용어를 익숙하게 했습니다. 우리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남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했습니다. 답답한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습니다. 좋아하는 모임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성지순례도 여행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재택근무를 해야 했고, 직장을 그만 두어야 했습니다. 실직자들이 생겨났고, 생존의 위기를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 다른 사람을 보았습니다. 환자들에게 달려간 의료진이 있었습니다. 감염의 위험이 있음에도 함께 했던 봉사자들이 있었습니다. 교황님은 환자들, 보호자들, 의료진, 봉사자들, 백신을 개발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사회적인 거리는 두었지만 나눔의 거리는 좁혔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평화를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한 제자들은 변화되었습니다. 담대하게 복음을 선포하였고, 박해를 견디어냈고, 순교로 신앙을 증거하였습니다.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했던 나약한 베드로 사도는 한 번의 설교로 삼천 명이 넘는 사람에게 세례를 주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신자들을 박해했던 바오로 사도는 초대교회의 신학과 교리의 틀을 만들었고, 이방인의 사도가 되었습니다. 마르코를 비롯한 복음사가들은 예수님의 말씀과 표징을 기록하였고, 그것이 복음서가 되었습니다. 예로니모, 암부로시오, 이냐시오, 아우구스티노와 같은 교부들은 이단에 맞서서 정통교리를 수호하였습니다. 베네딕토, 아빌라의 데레사,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는 교회의 영성을 풍요롭게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길은 고속도로가 아닙니다. 전용도로도 아닙니다. 벗이 오리를 가자고 하면 십리까지 함께 가주는 희생의 길입니다. 자갈과 가시밭을 정리하는 개척의 길입니다. 권력의 길이 아닙니다. 명예의 길이 아닙니다. 성공의 길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이 드러나는 길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길입니다.

생명은 나만을 위한 생명이 아닙니다. 타인의 생명을 무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하느님의 선물임을 자각하는 것입니다. 죄인일지라도, 아픈 사람일지라도, 외로운 사람일지라도, 가난한 사람일지라도, 이방인일지라도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태어난 생명입니다.

진리는 남을 구속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리를 남을 배척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류는 잘못된 신념과 가치를 진리인 것처럼 포장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나와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죽이기까지 하였습니다. 나와 다른 가치를 지닌 사람을 포용하지 못하였습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전쟁을 하였고, 사람들을 재판하였습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진리가 아닙니다. 예수님의 진리는 벗을 위해서 목숨까지도 바치는 사랑입니다. 예수님의 진리는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입니다. 예수님의 진리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닙니다. 죽음을 넘어 부활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는 신앙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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