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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10.“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요한 14,1) - 양주 올리베따노 이영근 아오스딩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10 조회수1,638 추천수2 반대(0) 신고

 

요한 14, 1-12(부활 5주 주일)

 

 

 

인생은 나그네 길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우리가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그런데, 길을 걷는 이에게 중요한 것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가야 할 곳으로 가고 있는가?’ 왜냐하면,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엉뚱한 곳에 가 닿는다면, 애초에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록 가야할 곳으로 간다할지라도 갈 수 있는 길을 모른다면, 가야할 곳에 도달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오늘 <말씀전례>는 우리에게 올바른 길을 보여주시고, 무엇이 참 된 삶인지를 깨우쳐줍니다.

<1독서>에서는 초대교회에서 일곱 부제를 뽑는 과정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가는 믿음의 길을 제시해주며, <2독서>에서는 믿고 주님께 나아가는 이들, 곧 그분의 소유가 되는 백성에 대해 말해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길을 갑니다. 당신께서는 어디로 가는지를 분명히 알고 가십니다. 그리고 그분을 따르는 제자들도 역시 그 길을 갑니다. 그들도 역시 어디로 가는지를 알고 갑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요한 14,4)

 

 

 

그러나 막상, 제자들은 그 길을 모른다고 합니다. 토마스가 대답합니다.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요한 14,5)

 

 

 

어쩌면 이 대답은 아주 솔직한 대답일 것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곳에 갈 수 있는 길도 몰랐을 것입니다. 어쩌면, 따라가고 있을 뿐,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면서 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이 어디인지는 그곳으로부터 오신 분만이 알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집에서 오신 분만이 아버지의 집에 거처가 많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아십니다. 그리고 그곳으로부터 오신 분만이 그곳으로 가는 길을 아십니다. 그러니 제자들이 모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입니다.

따라서 제자들이 가야할 길은 다름 아닌, “믿음의 길인 것입니다. 아니, 믿음으로만이 갈 수 있는 길인 것입니다. 그것은 아버지를 믿고 아버지에게서 오신 분을 믿는 길입니다. 믿고 따라가는 믿음의 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요한 14,1)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고 한 말을 믿어라.”(요한 14,11)

 

 

 

사실, 세상 사람들은 진리를 알고자 하지만, 그 진리를 따르고자 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진리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려야 하고, 자신을 버리는 데는 믿음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믿지 않고는 결코 진리의 길을 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믿는 바의 진리를 몸소 살 때라야 자유가 오지만, 우리는 알기는 빨리하고 믿고 실행하기는 더디 하기에 자유를 얻지 못합니다. 결국에는 믿음이 자유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진리는 우리가 알게 될 때가 아니라 그 진리를 믿음으로 행할 때, 비로소 자유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저의 성소의 길이야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저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요한복음> 832절의 말씀에 매료되어 수도원에 들어왔습니다. “진리, 자유, 해방”, 그것은 그 당시 나에게는 절대 극명의 화두였습니다. 저는 진리이신 예수님께서 저를 자유롭게 하리라고 믿고 수도원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왜 진리를 온전히 따르지도, 자유롭지도 못할까?

 

 

 

나는 그 이유를 믿음이 약한 탓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말했듯이 자유는 진리를 아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진리를 믿고 따르는 데 있는 까닭입니다.

그렇지만, 사실은 이 길을 가다보면 믿으니까 따르기도 하지만, 따르면서 믿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믿음이 부족해도 결코 따르는데 주저하거나 망설일 필요는 없습니다. 따르면서 믿게 될테니까요! 사실은 내가 그분을 믿고 따르는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그분이 저를 믿어 주시기에, 그분의 믿음으로 이 길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분의 지고한 사랑입니다.

저는 이미 믿고 따라나선 자입니다. 진리이신 예수님의 길을 걸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온전히 따르고 있지는 못합니다. 여전히 믿음이 약한 까닭입니다. 사실은 내가 그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인도하여 함께 동행 해 주시기에 가고 있는 길입니다. 그분은 나의 길동무요, 친구가 되어 주십니다.

오늘도 저는 그렇게 길을 걷고 있습니다. 때로는 길을 걷는 발걸음이 무겁고 마음이 산란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이 길을 걸음은 제가 채 걷기도 전에 이미 이 길이 저를 이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늘 제가 여기 있음은 제가 여기 있기 전에 이미 생명이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토록 행할 수 있음은 제가 행하기 전에 이미 진리의 빛이 저를 비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토록, 이미 당신 집에 거처를 마련하신 아버지께서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당신 아드님을 통하여 저를 이끌어 주십니다.

 

 

하오니, 저의 길이신 주님!

당신께서 길이 되어 제 발 아래에 밟혀가며 저를 이끄셨듯이,

저 역시 형제들 발아래 기꺼이 밟히는 길이 되게 하소서! 저의 생명이신 주님! 당신께서는 제 이빨에 씹혀 부서져 제 속에서 살이 되셨듯이,

저 역시 형제들에게 씹혀 부서지는 양식이 되게 하소서! 저의 진리이신 주님! 당신께서는 제 주장에 밀려 옳고도 져주셨듯이,

저 역시 형제들에게 밀려 저를 태워 진리의 빚을 밝히게 하소서! 아멘.

 

 

-오늘 말씀에서 샘 솟은 기도 -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요한 14,1)

 

 

 

주님!

마음이 산란해지지 않게 하소서.

당신을 믿고 아버지를 믿게 하소서,

알면서도 안다는 사실을 모르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믿고 의탁하게 하소서. 제 자신이 아니라, 당신을 믿고 당신께 의탁하게 하소서.

당신의 사랑을 믿고 그 믿음 안에서 당신의 한결같은 사랑을 알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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