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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5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12 조회수2,276 추천수12 반대(1)

어린 날의 기억입니다. 형님은 재주가 많았습니다. 그림도 잘 그리고, 책꽂이도 잘 만들었습니다. 썰매도 만들어서 탈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저는 더 어렸고, 손재주가 없어서 잘 못했습니다. 형님이 연을 만드는 걸 옆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한지, 대나무 살, 신문지, , 실과 실패가 있었습니다. 한지를 마름모로 자르고, 대나무를 붙이고, 구멍을 내서 실로 묶습니다. 연의 모서리에 가위로 일정하게 자른 신문지를 이어붙이면 연의 꼬리가 되었습니다. 꼼꼼한 형님은 한지 위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만든 연을 동네 넓은 공터로 가져가서 날렸습니다. 뒤에서 연을 잡아주고, 앞에서 뛰어갑니다. 어느 순간 뒤에서 연을 놓아 주면 연은 하늘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바람이 불어 코끝이 차가웠지만 하늘 높이 날아가는 연을 보면 내 마음도 날아오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연이 하늘을 자유롭게 날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하나는 바람입니다. 바람이 너무 세면 연줄이 끊어질 수 있습니다. 바람이 너무 없으면 연을 날리기 어렵습니다. 연을 날리기 위해서는 바람 부는 좋은 날을 택해야 합니다. 연은 자체로는 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연줄입니다. 연줄은 연을 구속하는 것 같지만 연이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줄이 끊어진 연은 이내 땅으로 떨어지는 걸 봅니다. 중심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줄은 관계가 되기도 하고, 줄은 인연이 되기도 하고, 줄은 신앙이 되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연을 날리는 사람입니다. 바람이 불어도, 줄이 튼튼해도 연을 날리는 사람이 없으면 연은 하늘을 날 수 없습니다. 지난 415일 총선이 있었습니다. 국회의원은 많은 특권을 가집니다. 법을 만들고, 행정부를 견제합니다. 국회의원은 하늘 높이 나는 연처럼 신문에도 나오고, 텔레비전에도 나옵니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만 하늘을 날 수 있습니다.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국민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포도나무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포도나무이고, 우리는 가지라고 하셨습니다. 가지에 포도가 열리려면 나무에 붙어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나무에 붙어있지 않은 가지는 곧 말라 땅에 떨어지고, 땅에 떨어진 나무는 버려지거나, 아궁이로 던져질 거라고 하셨습니다. 포도나무를 많이 보지 못한 저는 예수님의 말씀이 어린 시절 연 날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늘 높이 나는 연은 마치 우리들의 삶과 같습니다. 우리는 각자 개성과 자유를 가지고 세상이라는 바람을 타고 살아갑니다. 연줄은 세례를 통해서 주어지는 신앙과 같습니다. 믿음, 희망, 사랑의 향주 삼덕을 간직하면, 청빈, 순명, 정결의 복음 삼덕을 실천하면 신앙의 줄은 어떤 바람에도 끊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은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를 지고가신 예수님의 희생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의 말씀을 따른다면 우리는 이미 이 세상에서 자유를 얻습니다. 언젠가 우리의 삶이 마쳐질지라도 우리는 부활하여 영원한 자유를 얻을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신앙이고, 이것이 신앙의 신비입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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