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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마티아 사도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13 조회수1,941 추천수13 반대(0)

함께 모여 식사하는 일이 쉽지 않는 날들입니다. 새로운 임지로 가면 대게는 환영식을 하고, 단체들과 식사를 하곤 합니다. 이런 자리는 조금 어색하기 마련입니다. 서로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말하지 않았는데도 한정식을 좋아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한동안 한정식으로 식사를 하였습니다. 전임 신부님이 좋았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환영의 식사자리는 기대감과 설렘이 함께 하는 자리입니다. 앞으로 5년 동안 함께 지내고, 함께 일할 분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자리입니다. 이렇게 몇 달이 지나면 새로 온 사제에서 본당신부가 됩니다. 한정식만 먹지 않고 칼국수도 먹고, 쭈꾸미도 먹고, 매운탕도 먹고, 아귀찜도 먹습니다. 서로의 식성도 알면서, 서로의 마음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을 식구라고 불렀습니다. 같이 먹는 사람이 가족입니다.

 

교구 인사이동으로 새로운 곳으로 가게 되면 송별식을 하고, 단체들과 식사를 하곤 합니다. 이런 자리는 정이 들어서 정겹지만 한편으로 아쉬움의 자리가 됩니다. 이제 곧 헤어져야 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서운했던 감정도 다 풀리기 마련입니다. 함께 했던 추억이 좋은 안주가 됩니다. 가족수련회를 갔던 일, 동산을 만들었던 일, 도보 성지순례를 갔던 일, 본당 축성 미사를 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석별의 정을 나눕니다. 새로 오실 신부님과 지금처럼 사랑이 넘치는 공동체를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교우들도 이제 새로운 곳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시기를 기원합니다. 아쉬움은 남지만 모든 것을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 큰 과오 없이 잘 지낼 수 있음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환영과 송별의 식사를 10번 넘게 했습니다.

 

레오나르드다빈치를 비롯해서 유명한 화가들은 최후의 만찬을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3년간의 공생활을 마치시고 예수님께서는 이제 제자들과 마지막 식사를 하십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과의 이별을 아직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배반하기도 했고, 그래서 영광의 자리를 원하기도 했습니다. 세상의 것에 마음을 빼앗기는 우리의 모습도 비슷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쉬움을 달래면서 제자들에게 영원한 선물을 주십니다. 바로 성체성사입니다. 이 빵을 먹을 때마다,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할 것입니다. 비록 예수님은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성체와 성혈의 모습으로 현존하시며, 성체와 성혈을 영하는 제자들의 몸과 마음에 함께 하실 것입니다. 제자들은 그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성체성사는 신앙생활의 정점이 되었습니다. 성체를 모시지 못하는 요즘, 더욱 주님의 성체가 그리울 것입니다. 그래서 화가들은 최후의 만찬을 그렇게 그렸나 봅니다.

 

화가들이 많이 그리지는 않았지만 호숫가에서의 식사가 있습니다. 실의에 빠진 제자들은 고기를 잡으려고 호수로 나갔지만 밤을 새워도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물을 오른편으로 던지라고 하셨습니다. 제자들은 그물을 오른편을 던졌습니다. 그물 가득 고기가 잡혔습니다. 나중에 세어보니 153마리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의 뜻대로 하면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제자들이 예수님께 갔더니 예수님께서는 이미 식사를 준비해 놓으셨습니다. 그리고 막 잡아온 물고기도 몇 마리 가져오라고 하십니다. 이 식사는 이별의 식사가 아니었습니다. 파견의 식사였습니다. 제자들은 이제 나약하고, 두려움에 떨지 않았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고, 제자들은 변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마련해 주신 음식을 상상해 봅니다. 맛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새로운 사명을 주십니다. ‘여러분은 세상 끝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십시오.’

 

제자들은 파견의 식사를 맛있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그 제자 중의 한분인 마티아 사도 축일입니다. 이제 곧 성체성사와 함께 할 날이 올 것입니다.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주신 새로운 계명을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아 세웠으니, 가서 열매를 맺어라. 너희 열매는 길이 남으리라.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을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시게 하려는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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