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목요일 성 마티아 사도 축일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14 조회수1,382 추천수2 반대(0) 신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사랑과 계명을 언급하십니다. 사랑이라는 말은 그 말에서 주는 어감만으로도 그 말이 사람의 마음을 사르르 녹이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도 종류가 많이 있습니다.

 

연인과의 사랑,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우리처럼 하느님과 저희와의 사랑, 다양한 사랑이 있습니다. 사람은 어떨 때 사랑을 하는가요?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차이가 납니다.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위해서는 일단 먼저 상대가 자기 마음에 들어야 됩니다. 그리고 좋아해야 합니다.

 

좋은 감정이 그 감정에서 머물면 좋아하는 정도에서 그치지만 그 정도를 넘어서서 상대가 없으면 보고 싶고, 그립고 생각나면 그땐 좋아함을 넘어서서 사랑의 감정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겉모습에 사람이 만약 어떤 사랑하는 감정이 생겼다면 그건 사랑이 아닐 겁니다.

 

만약 사람에 비유하면 그건 몸뚱아리를 사랑한 겁니다. 진정한 사랑은 몸뚱아리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몸을 둘러싸는 영혼을 사랑하는 게 진정한 사랑일 겁니다. 사람의 영혼은 그 사람의 마음에서 뿜어나오는 무엇인가 형언할 수 없는 그 자체로서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게 있습니다. 그런 영혼에 끌림이 일어나는 게 바로 사랑이 싹트는 것입니다. 그런 사랑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식물도 싹이 트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말입니다.

 

어쩌면 그 싹은 처음엔 자기의 운명을 모릅니다. 사랑이라는 싹은 나중에 가슴 아픈 사랑으로 성장할 수도 있고 정말 아름다운 사랑으로 발전할 수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사랑을 강조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사랑은 일방의 사랑이 아닙니다.

 

혼자만의 사랑이 아닙니다.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외톨이 사랑은 가슴이 아픕니다. 반쪽짜리 사랑밖에 되지 않습니다. 온전한 사랑은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그 사랑이 진정 아름다운 사랑일 겁니다. 사랑에는 조건이 없어야 진정한 사랑입니다. 그냥 좋아서 하는 사랑도 좋은 사랑이지만 그것도 무책임한 사랑이 될 수가 있습니다. 어딘가에 자기는 모르지만 자기가 모르는 사랑이 있기 때문에 사랑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사랑은 인간의 본능을 초월한 사랑이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개월 전에 주일에 성당 화단 앞에서 성가대 지휘자인 자매님과 마침 그 자리에 제 대부님이 있었습니다. 화단에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저는 별로 그렇게 그 꽃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부님과 지휘자인 자매님은 아름답다는 취지로 말씀하셨습니다.

 

지휘자님이 저에게 웃으시면서 마음이 어쩌고 저쩌고 하시더군요. 글쎄요? 제 마음이 이쁘지 않군요. 그럼 이런 마음은 어떤가요? “만약 70대인 자매님이 미스코리아보다 더 이쁘게 보이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은 어떤가요?” 하고 말씀드리니 갑자기 눈이 휘둥그래지시면서 엄지척을 하시는 것입니다. 놀라는 표정으로 말입니다.

 

제가 일흔이 되신 분을 뭐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을까요? 그렇다고 제가 뭐 대단한 영혼을 가진 사람도 아닙니다. 왜 제가 그분이 제 눈에는 미스코리아보다도 더 아름답게 보이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 감정을 글로 표현을 하려면 책 한 권이 될지도 모를 겁니다.

 

아주 간결하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입니다. 정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상대방의 말속에 묻어나는 따듯하고 온유한 사랑의 말입니다. 그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지면 그런 마음이 사람의 눈을 멀게 하는가 봅니다. 그런 마음이 제 눈에 반사되어 다시 제 눈에 그분이 아름답게 보이는지도 모릅니다. 제 눈이 이상한 게 아닙니다. 제 눈은 정상입니다.

 

제 마음의 눈을 아름답게 해 주는 건 상대방의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아무리 상대방이 그런 마음을 준다고 해도 그걸 피부로 느끼고 자신이 그맘을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있어야 상대방이 아름다울 겁니다. 상대가 한번 그렇게 느껴지면 우리가 흔히들 콩깍지라고 말을 하죠. 콩깍지는 젊은 연인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한번은 그분이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제가 병원에서 뵐 때 머리 염색하신 머리 사이로 모근 가까이에 흰 머리카락이 올라오는 모습이 눈에 보였습니다. 만약 그런 모습으로 보면 할머니처럼 보일 수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물론 염색을 하신 머리이시지만 까만 머리카락 사이로 하얀 서리가 내려앉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분이 만약 평상시에 다정하시고 애정 어린 말씀을 하지지 않았으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제 눈에 그분이 할머니로 보였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사랑이 바로 아무런 조건이 없는 아가페사랑이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사랑은 이와 같은 사랑일 겁니다. 이와 같은 사랑은 성별을 초월한 사랑일 겁니다.

 

제가 그분이 자매님이라서 그런 맘을 제가 품었을까요? 아닙니다. 이건 성별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아름다운 마음이 있으면 가능한 것입니다.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목숨은 꼭 생명을 말씀하실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목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만큼 소중한 것입니다. 자기가 가진 소중한 것까지도 내어 줄 수 있을 정도의 사랑이 정말 진정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것일 겁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사랑을 서로 하라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랑을 나눌 만한 사람이 되었을 때 진정으로 예수님의 사랑에 머물고 또한 예수님의 그 사랑이 우리에게 머물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것은 머문 게 아니고 잠시 붙어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께 붙어 있는 사랑을 머문 사랑이라고 착각할 수가 있을 겁니다. 붙어 있는 사랑은 잠시 이동하면 쉽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어디로 가시든지 예수님의 사랑 속에 있으려면 완저한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만이 그게 가능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