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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하루를 기분 좋게 끝내려면 음 이탈을 조심하라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16 조회수2,449 추천수6 반대(0) 신고

 

2020년 가해 부활 제6주일

 

 

<하루를 기분 좋게 끝내려면 음 이탈을 조심하라>

 

 

복음: 요한 14,15-21





부활하시다

루벤스(RUBENS) 작, (1612)

 

 

 

한 주일 동안 안녕하셨습니까제가 피정을 들어가는 날인 지난 월요일에 평화방송에서 녹화를 잠시 하였습니다. ‘오다주’(오늘 다시 주님께)란 프로그램인데 두 진행자가 있고 한 생활 성가 가수, 그리고 제가 초대손님으로 출연하는 것입니다. 주님 승천 대축일과 성령 강림 대축일 두 주 분량을 녹화하였습니다.


녹화를 잘하였을까요, 아니면 후회스러운 게 많을까요? 녹화가 만족스러웠다면 제가 이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평화방송에 출연한 지 벌써 3년이 되어가서 또 출연하고 싶었는지, 물론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저도 모르게 제가 너무 저 자신을 튀어 보이게 말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녹화 끝나고 피정 기간 내내 조금 후회스러웠습니다.

 

저는 함께 녹화하는 분들과 그것을 보실 분들을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해 줄까만을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분명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계명을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사랑하라, 그리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도를 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지나치게 저를 드러내려다 보니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녹화된 것들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그것을 보시는 분들이 사제가 너무 튀어 보이려고 한다.’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분들에게는 제가 한 말들이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본래 말하는 사람이 기분이 좋게 보여야 그 말도 잘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분명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려고 했는데, 후회스러운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 복음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

그러나 저는 분명 그 계명을 지키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는 귀를 기울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 그분은 진리의 영이시다.”

계명을 내 힘으로 지키려다 보면 자기 자신이 드러나려고 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습니다. 사실 사랑이 아니고 자신을 위한 행위임에도 사랑한다고 착각하고 끝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리의 영께서는 우리에게 어떠한 역할을 하시는 것일까요? 말 그대로 진리를 계속 알려주시는 것입니다. 이럴 땐 이렇게 행동하고 저럴 땐 저렇게 말하라고 끊임없이 코치하십니다. 마치 우리는 가수이고 예수님은 지휘자이시며 성령님은 악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크게는 예수님의 지휘에 따라야 하지만 대부분의 순간은 악보에 집중해야 합니다.

 

저는 녹화하면서 지휘자만 보고 악보는 제 맘대로 불렀던 것입니다. 악보를 보지 않고 지휘자만 보면 음을 잘못 내기 십상입니다. 보통 음 이탈이라고 합니다. 정상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이런 것을 삑사리라고도 부릅니다. 노래를 잘하다가 한 번 삑사리 나면 그 노래 전체는 망치고 맙니다. 만약 내가 가수라면 그 삑사리 하나 때문에 며칠, 혹은 몇 달의 행복을 빼앗길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오늘 하루도 우리가 이러저러하게 살기를 바라시고 각자에게 맞는 악보를 주셨습니다. 그 악보대로 예수님의 지휘에 맞추어 잘 연주하면 모든 것이 잘 끝나서 잠잘 때는 참으로 기쁘고 보람될 것입니다. 그 악보를 받는 시간은 전날 저녁 잠자기 전이나 아침 일찍 기도할 때입니다. 그때 그날 그분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분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러고 나서는 악보를 잘 연주하는 하루를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악보대로 연주하지 못한다는 것을 어떻게 눈치챌 수 있을까요? 지휘자께서 신호를 주실 것입니다. 그 신호가 바로 우리 기분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밭에서 일하시다가 저에게 막걸리를 받아오라고 돈과 주전자를 건네주신 적이 있습니다. 아이 걸음으로는 1시간은 족히 걸릴 거리였습니다. 저는 빨리 뛰어가서 막걸리를 받아서 다시 아버지께로 향했습니다. 그러다 주전자 뚜껑에 막걸리를 흘려 받아 마시던 어른들 흉내를 내보겠다고 저도 좀 마셨습니다. 한 번으로는 성에 안 차서 몇 번을 그러며 걸었습니다. 그런데 주전자의 막걸리 양이 줄어감에 따라 왠지 마음이 불안해졌습니다. 아버지께 혼날 생각이 엄습해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덕에 적어도 반은 가져다드렸고, 물론 그래도 혼이 났습니다.

 

성령의 열매는 분명히 사랑입니다. 사랑은 예수님의 계명입니다. 그 계명을 지키면 그분이 우리 안에 사시고 우리도 그분 안에 머물게 됩니다. 그런데 성령의 열매는 사랑뿐이 아닙니다. ‘기쁨과 평화도 있습니다. 마음이 불안해지고 초조해지고 두려워진다면 분명 그것이 지휘자로부터 받는 지적입니다. 기쁘게 하루를 마치고 싶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자신의 감정을 잘 살피며 삑사리 나기 전에 내 안에서 매 순간 성령께서 찍어주시는 음표를 잘 따라 살아갑시다.

 

            

      

                                    https://youtu.be/sdDJk7Rn_6E
                                             유튜브 묵상 동영상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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