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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이 형들에게 곡식을 줌[26] / 요셉[4] / 창세기 성조사[111]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16 조회수1,514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6. 요셉이 형들에게 곡식을 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셉은 그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 그대로다. 너희는 염탐꾼들이다. 너희를 이렇게 시험해 봐야겠다. 너희 막내아우가 이리로 오지 않으면, 내가 파라오의 생명을 걸고 말하건대, 너희는 결코 이곳을 떠날 수 없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을 보내어 아우를 데려오너라. 그동안 너희는 옥에 갇혀 있어라. 너희 말이 참말인지 시험해 봐야겠다. 그렇지 않을 때에는, 내가 파라오의 생명을 걸고 말하건대, 너희는 정녕 염탐꾼들이다.”

 

그러고 나서 그들을 사흘 동안 감옥에 가두었다. 요셉이 자기 형들을 감옥으로 보내기까지는 비록 짧은 순간일지라도 번민과 고뇌의 시간을 가졌으리라. 그 와중에도 그는 지금 아버지와 함께 있다는 막내아우 벤야민이 아련히 떠오른다. 이복형들이 자기를 그토록 박대하지 않았던가? 그런 형들이 어쩌면 지금도 겉은 이레도, 속은 여전히 자기와 같은 어머니가 낳은 배다른 막내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더욱 요셉은 마음을 더 다잡는다. ‘파라오의 생명을 걸고라는 일종의 대단히 살벌한 공포심을 자아내는 말로, 형들에게 마음의 부담을 안기면서 겁을 준다. 그리하여 그들의 말이 거짓이 없다는 것을 쌍방이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막내 벤야민을 자연스럽게 언급한다. 형들 중에서 누가 먼저 가서 너희가 지금 아버지와 함께 있다고 한 그 막내를 데려오란다. 만약 그 막내가 오지 않으면 너희는 다들 염탐꾼이니 여기를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다고 단단히 벼른다.

 

이렇게 형들은 요셉이 이전에 감수해야 했던 처지와 엇비슷한 위험 속에 놓인다. 철없는 요셉을 구덩이 속에 처넣었던 형들이, 이제는 동생의 시험을 받기 위해 감옥에 갇히는 신세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 형들은 감옥에서 요셉이 떠밀려 빠진 그 도탄의 구덩이에서처럼 불안했을까? 아니면 의로운 요셉이 포티파르 집에 있는 감옥에서 머문 그 이 년의 생활만큼이나 처참했으랴? 아마도 그들은 요셉의 지극한 배려로, 비록 말로는 감옥이지만 가나안의 각자의 집에서보다 더 잘 먹고 더 편안하게 지냈으리라.

 

드디어 사흘째 되던 날 요셉이 그들을 감옥에서 불러내어 말하였다. “너희가 살려거든 이렇게 하여라. 나도 하느님을 경외하는 사람이다. 너희가 정직한 사람들이라면, 너희 형제들 가운데 단 한 사람만 감옥에 남아 있고, 나머지는 굶고 있는 너희 집 식구들을 위하여 곡식을 가져가거라. 그리고 너희 막내아우를 나에게 데려오너라. 그러면 너희 말이 참되다는 것이 밝혀지고, 너희는 염탐꾼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죽음을 면할 것이다.”

 

이왕 막내 벤야민만을 꼭 데려와야 할 처지라면, 한 사람만 돌아가 아버지를 설득해 막내를 데려오는 것보다, 아예 단 한 사람만 감옥 신세를 지고 나머지는 먹을 것을 최대한 챙겨서 돌아가는 게 어쩌면 감지덕지다. 형제들이 사흘간 감옥에 머문 대가치고는, 너무 기대 이상으로 좋은 의견을 요셉을 꺼냈다. 그래서 형들은 요셉의 의견에 따라 전적으로 그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렇지만 그들은 막내아우 벤야민을 반드시 이집트로 데려와야 하는 큰 숙제를 안고 가야만 한다.

 

사실 요셉이 형들 가운데 하나만을 인질로 잡고 다른 형들은 돌려보내는 것은, 그들의 죄에 대한 벌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지난날 과오를 되새기려는 것일 게다. 막내 벤야민을 반드시 데려오라는 것은, 과거에 형들이 자기에게 저지른 죄를 기억해 내려는 속셈이다. 드디어 형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며 서로 말하였다. “그래, 우리가 아우의 일로 죗값을 받는 것이 틀림없어. 그 애가 도탄의 그 구덩이에서 우리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할 때, 우리는 그 고통을 보면서도 들어 주지 않았지. 그래서 이제 이런 괴로움이 우리에게 들이닥치는 거야.”

 

그러자 르우벤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그러기에 내가 그 아이에게 잘못을 저지르지 마라.’ 하고 너희에게 진작 말하지 않았더냐? 그런데도 너희는 말을 듣지 않더니, 이제 우리가 그 아이의 피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었다.” 맏형 르우벤의 이 말이 요셉의 마음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이는 그가 동생 요셉이 상인들에게 팔려 갈 때는 다른 곳에 있었기에 몰랐다는 것을 의미하며, 지금도 그는 요셉이 동생들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믿고 있다(37,30).

 

맏형의 그 말로 요셉은 맏형이 자기를 팔아넘기는 데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고, 다른 형들마저 자신들의 그때 그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더구나 그들은 구덩이에서의 요셉의 외침, 상인들과의 거래에서 철없는 막내가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그 현장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요셉은 저 못난 형들이 이제는 자신들이 그때 저지른 그 잘못을 크게 후회하면서, 지금 그 죗값을 치른다면서 누군가에게 용서를 간절히 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사실 형들은 자기들과 요셉 사이에 통역이 서 있었기 때문에, 요셉이 알아듣는 줄을 전혀 알지 못하였다. 요셉은 형들의 뉘우치는 말을 듣고 매우 감동을 한다. 너무 감격스럽다. 그래서 그는 감정이 북받쳐 올라 그들 앞에서 물러 나와 한참이나 운다. 이렇게 요셉은 형들의 반성에 속으로는 내심 한없이 울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냉정을 하고서는 준엄한 모습이다. 그것은 아직 하느님의 구원 계획의 때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요셉에게 꿈으로 보여준 구원 계획은 야곱 형제들이 요셉을 중심으로 반목과 시기를 불식하고 화합을 이루면서 야곱의 전 가족을 가나안에서 이집트로 불러내는 것이다. 이제 벤야민마저 형들과 함께 요셉이 재상으로 있는 이집트로 와서는, 전 형제가 지난날의 잘못된 일들을 청산하고 단합된 모습으로 화합을 일군다면 하느님의 구원 계획의 서막을 여는 것이다.

 

그때를 준비하기 위해 의로운 요셉은 감정을 자제하고 돌아와, 그들 가운데에서 시메온을 불러내어 그들이 보는 앞에서 인질로 삼기 위해 묶었다. 이는 맏형 르우벤이 요셉을 살리려 했다는 책임을 면한다기보다는, 시메온이 르우벤에 이은 요셉의 둘째 형이라는 점에서 그가 볼모로 잡혀야 했다. 사실 맏이인 르우벤은 아버지 야곱 앞에서 벤야민을 왜 이집트로 데리고 가야 하는지의 추궁과 완강한 아버지를 반드시 설득해야 할 실제 책임자이기에 그럴 게다.

 

이제 요셉의 형들은 곡식을 챙겨 가나안으로 돌아가야 한다. 요셉이 명령하기를, 그들의 포대에 밀을 채우고 그들의 돈을 각자의 자루에 도로 넣고 그들에게 여행 양식을 주라고 하자, 그대로 일이 진척되었다. [계속]

 

[참조] : 이어서 '가나안으로 가는 여정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염탐꾼'감옥,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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