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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여행 결과를 확인하는 야곱[28] / 요셉[4] / 창세기 성조사[113]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18 조회수1,609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8. 여행 결과를 확인하는 야곱

 

참으로 하느님의 지혜는 오묘하면서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야곱 가족을 가나안에서 이집트로 확실히 불러내기 위해 그의 아들들에게 철저하게 두려움을 안긴다. 곡식 구하러 간 사람들을 염탐꾼으로 내몰면서 정말로 아무 죄 없는 막내를 데려오라 하지를 않나, 그것도 미덥지 않아 맏이 다음이라면서 둘째 시메온을 볼모로 잡아두는 지경에, 또 돈까지 불쑥 자루에 들어 있다니! 두려움의 그 끝을 도저히 점칠 수가 없다.

 

아무튼 요셉의 형들은 이집트에서 곡식을 구하여 돌아와서는, 아버지 야곱에게 그동안 겪은 모든 일을 말씀드렸다. 그렇지만 그들은 아버지 야곱이 꼭 알아야 할 것만 언급한다. “우리가 그 나라의 주인 되는 사람을 만나자마자, 그 사람이 우리에게 매몰차게 말하면서, 저희를 그 나라를 엿보러 간 염탐꾼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가급적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려고 저희는 정직한 사람들이지 염탐꾼은 결코 아닙니다. 저희는 한 아버지의 아들들로서 열두 형제입니다. 하나는 없어졌고, 막내는 지금 가나안 땅에 저희 아버지와 함께 있습니다.’라고 그에게 대답하였습니다.”

 

요셉의 형들이 아버지 야곱에게 이야기하는 그 나라의 주인 되는 사람’(42,30.33)은 야곱이 이미 죽었다고 단정하는 그 귀한 아들 요셉 아닌가! 이는 아직도 형들은 요셉의 정체를 몰랐음을 의미하는 한편, ‘요셉의 우뚝 선 곡식 단의 꿈(37,7)이 이미 이집트에서 실현되었음을 나타낸다. 이제 요셉의 두 번째 꿈인 해와 달과 별 열한 개가 요셉에게 큰절하는 것’(37,9)만 남았다. 야곱마저 요셉이 두 번째 꾸었다는 그 꿈에 대한 의아심을 가졌지만, 끝내 그는 요셉의 그 꿈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일 수도 있기에, 어쩌면 곧 실현될 수도 있으리라는 것을 은근히 기대하면서 마음에 간직한 상태이다(37,11).

 

형들은 계속 말을 이어나간다. “그랬더니 그 나라의 주인 되는 사람이 저희에게 또 말하였습니다. ‘너희가 정직한 사람들인지 이렇게 알아봐야겠다. 너희 형제들 가운데 하나를 여기에 나와 함께 남겨 두어라. 나머지는 굶고 있는 너희 집 식구들을 위하여 곡식을 가지고 가거라. 그리고 너희 막내아우를 나에게 데려오너라. 그래야만 너희가 염탐꾼들이 아니라 정직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겠다. 그제야 내가 너희 형제를 풀어 주고, 너희는 이 땅을 두루 돌아다닐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형들은 아버지에게 자신들이 염탐꾼이 아닌 한 가족임을 분명히 밝혔는데도, 자초지종 뜻을 굽히지 않고 너희들 막내를 내 두 눈으로 꼭 보고서야 염탐꾼이 아님을 믿겠다니 별도리가 없었다고 아버지 야곱에게 전한다. 솔직히 말해 자기들이 먼저 막내 이야기를 그에게 꺼낸 적이 없었다는 거다. 일이 어쩌다 이리되다 보니 그렇게 풀렸다는 것이다. 이는 형들이 막내 벤야민을 동생 요셉처럼 시기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아버지 야곱에게 은연중 나타내는 것일 게다.

 

그리하여 형들은 이집트를 다녀온 이야기를 끝내고는, 각자 그들의 자루를 비우는데, 각자의 자루에 제 돈주머니가 고스란히 들어 있는 것이었다. 그들과 그들의 아버지는 그 돈주머니를 보고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들은 어쩌면 이것은 무슨 큰 계획된 의도가 있는 책략 같기도 하고, 아니면 이집트 담당자의 실수에서 벌어진 일일 수도 여겨져 도무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잘못되면 또 곡식을 구하러 가야 할 판인데, 어떻게 다시 그곳에 갈 수 있을까? 그래서 그들은 생각할수록 두려움만 앞선다.

 

그렇지만 야곱은 유독 이집트 관리의 벤야민을 데려오라는 그 요구에 더 마음이 불안해, 정말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다. 왜 하필이면 애지중지하는 그 애를 요구하느냐이다. 아버지 야곱이 그들에게 슬픈 마음을 달래며 불만을 가감 없이 털어놓으면서 말하였다. “너희가 내게서 자식들을 빼앗아 가는구나! 요셉이 없어졌고 시메온도 없어졌는데, 이제 벤야민마저 데려가려 하는구나. 이 모든 것이 나에게 들이닥치다니!”

 

사실 야곱은 요셉은 맹수에게 이미 찢겨 죽었고, 둘째 시메온은 곡식 구하러 가서는 이집트에 인질 구금되어 있기에 벤야민을 보낼 수밖에 없음을 체념한 상태일 게다. 그러자 맏이 르우벤이 탄식하는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제가 만일 벤야민을 아버지께 데려오지 않으면, 제 두 아들을 죽이셔도 좋습니다. 그 아이를 제 손에 맡겨 주십시오. 제가 아버지께 그 아이를 어떤 수룰 쓰더라도 다시 데려오겠습니다.”

 

맏이는 자신의 두 아들의 생명을 담보로 기어코 막내는 반드시 데려오겠다고 아버지를 설득한다. 적어도 늙으신 아버지의 염려를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여느 때 같으면 요셉을 잃은 후 예전보다 더 막내만을 편애한다는 불만을 토로할 만한데, 그런 기색은 전혀 없다. 이제 형들은 더는 가족 간의 불화가 없는 화합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큰형 르우벤의 이 제안에 다른 형제들도 뜻을 함께하는 눈치다. 형과 온 힘을 합쳐 시메온도 막내 벤야민과 함께 꼭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야곱은 여전히 맏이의 의견에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하였다. “내 아들은 너희와 함께 내려갈 수 없다. 그의 형은 죽고 그 아이만 홀로 남았는데, 그 아이가 너희와 함께 가다가 무슨 변이라도 당하게 되면, 너희는 이렇게 백발이 성성한 나를, 슬퍼하며 저승으로 내려가게 하고야 말 것이다.” 그래도 얼마나 늘그막에 벗 삼아 지내는 벤야민이냐면서, 그의 불편한 심기를 한 점 숨김도 없이 그대로 드러낸다.

 

아무튼 비록 야곱이 이렇듯 그의 속내를 드러낼지라도, 요셉의 꿈처럼 칠 년의 그 긴 기근은 이어질 것이다. 이미 하느님의 손길이 요셉은 물론 야곱에게까지 미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기에 형제들은 또 곡식을 구하러 이집트로 곡식 자루에 돈을 넣어 갈 것이고, 이번에는 아버지를 기어코 설득해 벤야민도 함께 가리라. 아마도 요셉의 꿈이 실현되려면 야곱 가족의 화해, 그것도 요셉의 형들의 진정성 있는 회개가 어떻게 드러날지 자못 궁금하다.

 

가나안 그 땅에 여전히 기근이 심하였다. 그래서 야곱의 형제들이 이집트에서 가져온 곡식을 다 먹어 갈 때, 야곱이 자식들에게 말하였다. [계속]

 

[참조] : 이어서 '야곱이 아들들을 또 보냄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염탐꾼,열두 형제,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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