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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야곱이 아들들을 또 보냄[29] / 요셉[4] / 창세기 성조사[114]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19 조회수1,520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9. 야곱이 아들들을 또 보냄

 

아무튼 비록 야곱이 이렇듯 그의 속내를 드러낼지라도, 요셉의 꿈처럼 칠 년의 그 긴 기근은 이어질 것이다. 이미 하느님의 손길이 요셉은 물론 야곱에게까지 미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기에 형제들은 또 곡식을 구하러 이집트로 곡식 자루에 돈을 넣어 갈 것이고, 이번에는 아버지를 기어코 설득해 벤야민도 함께 가리라. 아마도 요셉의 꿈이 실현되려면 야곱 가족의 화해, 그것도 요셉의 형들의 진정성 있는 회개가 어떻게 드러날지 자못 궁금하다.

 

가나안 그 땅에 여전히 기근이 심하였다. 그래서 야곱의 형제들이 이집트에서 가져온 곡식을 다 먹어 갈 때, 야곱이 자식들에게 말하였다. “다시 가서 양식을 좀 사 오너라.” 그러자 유다가 그에게 말하였다. 이제부터 전개될 야곱 자식들의 두 번째 이집트 여행에 대한 것은 별도의 것이 아닌, 첫 여행을 전제로 한 이어지는 이야기다. 첫 여행에서는 맏이인 르우벤이 중심 역할을 담당했지만, 이제는 유다가 주로 맡아서 한다. 나아가 르우벤은 더 이상 언급되지 않는다.

 

르우벤 형이 저번에 말한 이집트 그 사람이 저희에게 엄중히 경고하면서, ‘너희 막내아우와 함께 오지 않으면, 너희는 내 얼굴을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하니 아버지께서 아우를 저희와 함께 보내시면, 저희가 내려가서 아버지께 양식을 사다가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를 보내시지 않으면, 저희는 결코 내려가지 못합니다. ‘너희 아우와 함께 오지 않으면, 너희는 내 얼굴을 정녕 볼 수가 없다.’고 그 사람이 거듭거듭 말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유다가 벤야민과 함께 가야만 한다는 주장에 이스라엘이 너희는 어찌하여 아우가 또 있다는 소리를 해서 나를 이렇게 괴롭히느냐?” 라고 말하자, 다른 형제들도 다 함께 유다를 거들면서 대답하였다. “그 사람이 저희와 우리 가족에 대해 낱낱이 캐물으면서, ‘아버지께서 아직도 살아 계시느냐?’, ‘너희에게 다른 형제가 또 있느냐?’ 하기에, 저희는 묻는 대로만 대답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저희에게 아우를 데려오라고 할 줄이야 어찌 알았겠습니까?”

 

유다가 아버지 이스라엘에게 이어서 말하였다. “그 아이를 저와 함께 보내 주십시오. 그러면 저희가 일어나 떠나가겠습니다. 그래야 저희도, 아버지도, 그리고 저희의 어린것들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그 아이를 맡겠습니다. 그 아이에 대해서 저에게 책임을 물으십시오. 제가 만일 그 아이를 아버지께 도로 데려와 아버지 앞에 세우지 않는다면, 제가 아버지에 대한 그 죄를 평생 짊어지겠습니다. 저희가 이렇게 머뭇거리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벌써 두 번은 다녀왔을 것입니다.”

 

이처럼 유다는 벤야민을 도로 데려오지 못하면, 용서받을 길이 없는 구제 불능의 죄인이기에 평생 죄의식을 갖고 아버지 앞에 살겠단다. 그는 이렇게 강한 어조로 아버지를 이해시키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내세운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더는 막내와 함께 가는 것에 대해 주저하지 않도록 자신들의 어린 것들마저’(43,8)라면서 기근의 심각함을 들어 다시금 아버지의 승낙을 간곡히 구하려 한다. 이스라엘은 유다의 청을 받아들여 드디어 결단을 내린다.

 

그리하여 아버지 이스라엘은 유다의 호소에 마음이 움직였다. 잘나갈 한 때는 위기 상황에 지혜롭게 대처해 온 경험 많은 야곱이다. 하란의 라반 외숙을 그 오랜 기간 설득해서 기어코 사랑하는 라헬을 차지하기도 했다. 프니엘의 야뽁 건널목에서 하느님과 밤새워 씨름하여 야곱에서 이스라엘이라는 이름까지 받았다. 그리고 이십 년 이상이나 쌓인 형 에사우의 노여움을, 그의 전 가족이 오랜 고민과 준비로 합심하여 단번에 풀면서 형제간의 우애를 돈독히 한 그다.

 

드디어 이스라엘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정 그렇다면 이렇게 하여라. 이 땅의 가장 좋은 토산물을 너희 포대에 담아 그 이집트 사람에게 선물로 가지고 내려가거라. 약간의 유향과 꿀, 향고무와 반일향, 향과와 편도도 가져가거라. 돈도 두 배로 가져가거라. 너희 곡식 자루 부리에 담겨 돌아왔던 돈도 반드시 도로 가져가거라. 그것은 아마도 무슨 착오였을 것이다.” 그는 몇 안 되는 가나안 지역의 유명 토산물을 선물로 꼭 지참하라면서, 자루에 있었던 그 돈은 되돌려 주라고 당부한다.

 

이렇게 막내 벤야민을 데리고 가라는 그 어려운 결단을 내리면서, 자식들에게 하느님의 가호가 내리길 빈다. ”, 그러면 너희 막내아우를 데리고 일어나 그 사람에게 다시 가거라. 너희가 그 사람 앞에 섰을 때,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너희를 가엾이 여기시어, 그 사람이 너희의 다른 형제와 벤야민을 함께 꼭 보내 주기를 바란다. 어쩌다 자식을 잃어야 한다면야, 이제는 나로서는 잃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이스라엘은 하느님에게 간절한 기도를 청하면서도, 벤야민을 형들 편에 딸려 보내는 두려움이 앞서 그래도 여전히 탄식한다. 이는 하느님이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담긴 하소연이다. 그러나 유다의 요청에 그는 그래도 일말의 안도감을 가져 이처럼 벤야민을 그들에게 내어 준다. 이제는 형제들 간에 그 오랜 시기와 반목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형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걸어서라도 막내 벤야민 하나만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꼭 챙기겠다니 그래도 마음이 놓인다.

 

그리하여 요셉을 제외한 야곱의 전 자식들은 아버지의 당부대로 선물을 담뿍 마련하고 돈도 갑절로 준비하여, 어렵사리 먼 길을 떠나 이집트로 내려가 요셉 앞에 섰다. 막내 벤야민이 철없이 형들을 제치고 제일 앞에 섰다. 요셉은 그들과 함께 벤야민이 서 있는 것을 보고는, 자기 집 관리인에게 정중하게 일렀다. [계속]

 

[참조] : 이어서 '요셉이 형들을 만날 준비가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유다,벤야민,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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