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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빈첸시오 신부의 여행묵상 22 - 터키의 삼다(三多)
작성자양상윤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20 조회수1,608 추천수0 반대(0) 신고

 

 

 

터키의 삼다(三多)

 

 

 

여행하면서 느낀 건데 터키에는 세가지가 많다.

 

첫 번째는 터키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로 공감 할 고양이이다.

 

여행 가기 전부터 들은 말이 많아서 어느 정도 짐작은 했는데

 

그 수가 많은 것뿐만이 아니라 붙임성이 보통이 아니다

 

한국의 길양이들은 낮 선 사람을 보면 경계하고 접근하지 않는 것이 보통인데

 

터키의 길양이들은 경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세 마리 중 두 마리 정도는

 

눈이 마주치면 부르지 않았는데도 지가 먼저 다가와

 

다리 같은 곳에 몸을 부비작거리며 애교를 떨기도 한다.

 

나는 고양이를 그리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이렇게 먼저 다가와 친한 척을 하면 한번 정도 쓰다듬어 주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질색 할 일이겠지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뒤로 깜빡 넘어 갈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재미 있는 것은 길거리, 시장, 주택가등 고양이가 안 보이는 곳이 없는데

 

심지어는 유명하고 관리가 잘되고 있는 유적지에서도 아주 태연히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한번은 톱카프 궁전화단 한가운데서 낮 잠을 즐기고 있는 고양이를 본적이 있었는데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데도 얼마나 깊이 잠이 들었는지

 

혹시 죽은 게 아닐까 하고 한참을 들여다 본적도 있었다.

 

만약 우리나라의 경복궁 화단 한 가운데서 고양이가 자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화단에서 낮잠을 즐기기는커녕 맘 편하게 궁 안을 돌아다니지도 못할 것이다 ^^

 

 

  

 

 

 

두 번째로 많은 것은 개다

 

그것도 작은 개들은 거의 없고 거짓말 조금 보태면 다들 송아지만하다.

 

그런데 이 커다란 덩치들이 순하기는 또 어찌나 순한지

 

터키를 여행하는 동안 짖는 것을 단 한번도 보지를 못했다.

 

여행가기전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누군가 올린 글을 봤는데

 

한번은 걸어가다 길거리에서 퍼질러(?) 자고 있는 개를 미처 보지 못하고

 

밟은 적이 있었단다, 당연히 큰 개다.

 

큰 일 났구나 싶어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그냥 일어나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른 곳으로 가더란다, ~하게.

 

 

 

누군가에게 개들은 주인 성격을 따라간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닌 듯하다.

 

성격 좋은 사람이라면 기르는 개를 쓸데없이 구박하는 일도 없고

 

당연히 관심을 가지고 잘 돌 봐줄 것이니

 

이렇게 자란 개들은 사람에 대한 쓸데없는 경계심을 가질 리 없다.

 

반대로 성격이 좋지 않은 사람은 본인의 기분에 따라

 

이유 없이 구박도 하고 때리기도 할 것이니

 

이런 개들은 당연히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나 적개심이 있을 것이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개를 보고 터키사람들의 성격을 평가하는게

 

좀 우습고 너무 오버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따지면 터키사람들의 성격은 대부분 좋을 것이다.

 

사실 내가 며칠 여행하면서 만났던 몇 몇 사람들을 보고

 

터키 사람들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기는 하지만

 

나뿐만이 아니라 터키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그들의 친절함에는 동감할 터인데 .

 

그 오지랍 넓은 터키인들의 친절함도

 

다 그런 좋은 성격에 뿌리는 둔 게 아닌가 싶다.

 

 

  

 

고양이와 개, 이렇게 두 가지가 터키에 많다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는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그것은 다름 아닌 남자.

 

모르긴 몰라도 터키 인구의 남녀 비율은 반 반 정도가 되지 싶지만

 

내가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들이다.

 

숙소의 리셉션, 레스토랑이나 상점의 점원, 버스 안내양(?) 등 열의 아홉은 남자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터키가 다른 이슬람 국가에 비해서 많이 개방적이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이슬람전통이 많이 남아있어서

 

일하는 여성들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일을 한다고 해도 가족 사업이 아닌 이상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것을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여성들 스스로도 꺼린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불특정 다수에 속하는 여행자들은

 

여자보다 남자를 만나는 경우가 당연히 많은 거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도 맞벌이가 보편화 된 것이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다.

 

내가 어릴 때만해도 대부분의 여자들, 특히 어머니들은 거의가 전업 주부였다.

 

결혼 전에 직장생활을 했던 여자들도

 

교사공무원등 몇몇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 두었다.

 

육아 문제등 본인의 상황 때문이기도 했었지만

 

사회적으로도 결혼한 여성이 일하는 것에 대해 별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직장생활을 하는 기혼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

 

능력 있는 여자아니면 팔자가 센 여자중의 하나였다.

 

능력 있는 사람자체가 흔할 수 없는 것이니 당연히 능력 있는 여자도 흔할 수 없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직장 생활을 하는 여성들은 팔자가 센 여자가 되는 거였다

 

평범한 이유로 직장 생활을 하는 기혼여성들도 많았을 텐데

 

왜 그렇게 극단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는지?!

 

혹시 남성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의도 된 성차별의 일종이 아니었나 의심해 볼만하다.

 

 

현재 터키에서 일하는 여성,

 

특히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 때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아주 개방적이거나 꼭 돈을 벌어야 하거나

 

물론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이런 극단적이 평가도 점점 달라지고 있고

 

일하는 여성들의 수도 많아지고 있단다.

 

 

 

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세상은 계속 변하고

 

당연히 그 세상에 속한 내 주변 사람들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변한다.

 

이것은 때가 되면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너무나 당연하고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이렇게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하고

 

또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것은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이기적인 바램이

 

마음 한 구석에 늘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자랐던 고향 마을 풍경, 학창 시절 함께 몰려다니던 친구들의 우정,

 

그 시절 짝사랑했던 그 사람의 모습, 지금 함께 있는 이 사람의 마음….

 

그리고 가끔 여행 중에 마음에 드는 곳을 만나면

 

언제고 내가 다시 찾아와도 지금의 이 모습으로 나를 맞아줬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또 그런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혼자 기대하고, 혼자 실망하고…”

 

기대하는 것이 적다면 실망하는 일도 적을텐데

 

우리는 가끔씩 스스로 세상을 어렵게 살아가는 것 같다.

 

 

 

터키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나라 중에 하나라고 한다.

 

나야 이번 여행이 터키를 본 첫 번째였으니

 

무엇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피부로 느낄 수는 없었지만

 

터키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 그렇고

 

또 세상이 다 변하고 있는데 터키만 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니

 

맞는 말이 분명할 것이다.

 

내가 갔었던 몇몇 곳들, 특히 변하지 말고 그대로 있었으면 하는 곳도

 

언젠가 내가 다시 그곳을 찾게 되면 정도의 차이 일뿐 분명히 변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아마도 터키의 삼다가 바뀌어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10, 20, 30일에 업데이트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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